세계적 美콩쿠르 우승한 18세 임윤찬, 유학 한번 안간 국내파

중앙일보

입력 2022.06.19 13:45

업데이트 2022.06.20 16:35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세계적 권위의 피아노 경연대회인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이다.

반 클라이번 재단과 심사위원단은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베이스퍼포먼스홀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우승자로 임윤찬을 호명했다. 2위에 해당하는 은메달은 러시아의 안나 게뉴시네(31), 3위 동메달은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쵸니(23)에게 돌아갔다.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 피아니스트 임윤찬(18, 가운데)이 1위(금메달)를 차지했다. [사진 반 클라이번 재단 트위터]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 피아니스트 임윤찬(18, 가운데)이 1위(금메달)를 차지했다. [사진 반 클라이번 재단 트위터]

임윤찬은 금메달과 더불어 2개 부문 특별상(청중상, 신작 최고연주상)도 수상했다. 이에 따라 우승 상금 10만 달러(약 1억 2800만원)와 특별상 상금 7500달러(약 920만원)에 더해 3년간 연주 기회, 예술적 멘토링, 홍보 지원, 음원 출시 등 종합적인 매니지먼트 지원을 받게 됐다.

지난 17일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결선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 반 클라이번 재단]

지난 17일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결선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 반 클라이번 재단]

“음악에 더 몰두하겠다…산에서 피아노와 살고파”

특히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였던 임윤찬은 1위를 차지함으로써 역대 최연소 우승이자, 2017년 선우예권의 우승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한국 피아니스트 우승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임윤찬은 이날 시상식 이후 국내 소속사인 목프로덕션을 통해 “우승했다는 기쁨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음악에 더 몰두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이 콩쿠르에 나온 이유는 단지 제가 내년에 성인이 되기 전에 제 음악이 얼마나 성숙해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였다”며 “돈을 벌거나 커리어의 도약을 위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콩쿠르의 등수에 상관없이 앞으로 더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피아니스트로서의 야망에 대한 질문에도 “사실 제 꿈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 그냥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와 사는 것인데, 그러면 수입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라며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다”라고도 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하기 위해 창설된 대회로, 그의 고향인 포트워스에서 1962년부터 4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북미권 최고 권위 콩쿠르로 꼽히며, ‘세계 3대 콩쿠르’라 꼽히는 쇼팽, 퀸 엘리자베스, 차이콥스키 콩쿠르에도 버금가는 권위를 자랑한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알렉세이 술타노프, 올가 케른 등이 이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한국인으로는 2017년 우승한 선우예권 외에도 손열음과 양희원이 각각 2009년과 2005년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 올랐던 6명. 18일(현지시간) 발표 결과,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18·앞줄 가운데)은 이 대회 역대 최연소 수상자다. [사진 세계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 제공]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 올랐던 6명. 18일(현지시간) 발표 결과,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18·앞줄 가운데)은 이 대회 역대 최연소 수상자다. [사진 세계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 제공]

대회 내내 화제…“경이적인 기교”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5년 만에 개최되면서 역대 대회 중에서도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세계 388명의 피아니스트가 참가해 지역 예선과 세 차례의 본선, 1차(30명), 준준결선(18명), 준결선(12명) 경연을 통해 6명이 결선에 올랐다.

임윤찬은 두 번의 협주곡을 연주해야 하는 결선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C단조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D단조를 압도적인 기교로 연주해 청중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특히 앞선 준결선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2곡 전곡을 65분 동안 연주한 무대는 큰 화제를 모으며, 콩쿠르 공식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된 올해 콩쿠르 영상 가운데 최고 조회수(19일 기준 9만5000회)를 기록하고 있다. 외신에서도 “그의 지적인 기교와 리스트 양식에 대한 완전한 몰입은 진정 초월적”(영국 그라모폰), “경이적인 기교에 더해 음악적 구조와 형태, 질감과 색감에 대한 정교한 감각까지 갖췄다”(댈러스 모닝 뉴스) 등 찬사가 쏟아졌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19일 축전을 통해 “임윤찬 님의 재능은 익히 알려졌지만, 이번 우승으로 뛰어난 기량과 무한한 예술성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며 “대한민국의 품격과 매력을 전 세계에 전하는 젊은 음악가들의 도전에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고 축하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 목프로덕션]

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 목프로덕션]

현지서 새벽 4시까지 연습…“그래도 아직 부족”

2015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임윤찬은 2018년 클리블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 2위, 쿠퍼 국제 콩쿠르 3위 등을 수상했다. 15세였던 2019년에는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 및 2개의 특별상을 수상, 대회 3관왕을 기록하는 등의 이력으로 일찌감치 조성진을 이을 차세대 피아니스트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특히 그의 이번 우승은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가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7살에 아파트 상가에 있던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를 2020년 수석으로 졸업한 뒤 홈스쿨링을 거쳐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피아니스트 손민수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다.

현지 기자회견에서 “(대회 기간) 하루에 거의 12시간씩, 새벽 4시까지 연습했다”고 밝힌 그는 “실제 무대에서 연습했던 것의 30%도 나오지 않아 굉장히 아쉽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음악 앞에선 학생이기 때문에 더 배우고 싶다”며 자신을 낮췄다. 향후 해외 유학 계획에 대해선 “언젠가는 나가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 한국에 위대한 선생님이 있기 때문에 이 콩쿠르 이후 선생님과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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