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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덴싱 보일러' 개발한 박사, 23년째 호국 콘서트 여는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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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술연구원 박인석 박사 19일 콘서트 지휘

40여년간 보일러를 연구해온 기계공학 박사가 20년 넘게 호국 용사와 순국 영령을 위한 콘서트를 열고 있다.

박인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명예연구원이 콘서트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 박인석 박사]

박인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명예연구원이 콘서트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 박인석 박사]

오는 19일 오후 7시 대전시 서구 대전연정국악원에서 ‘6·25전쟁 제72주년 Korea힐링콘서트’를 여는 박인석 박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2000년 창단한 ‘메시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기악 전공자 80여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국내 유일의 한국음악 전문 악단이다.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인 그는 해마다 6월 호국보훈의 달과 11월 순국선열의 달(순국선열 추모음악회) 등 1년에 2차례 음악회를 연다.

현재 에너지기술연구원 명예연구원인 박 박사는 이번 콘서트에서 관현악곡으로 교향시 '백제', 태평소 협주곡 '영웅', 동물 주제에 의한 환상곡, 사물놀이 협주곡 '놀이'를 연주한다. 또 창작가곡으로 '오대산'·'아리랑길Ⅰ'·'무심한 하늘' 등도 선보인다.

"호국 영령 희생에 감사 콘서트 개최" 

박 박사는 “국가 핵심 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연주 활동을 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용사와 순국선열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며 “이분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는 차원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콘서트는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책과 펜을 버리고 총을 든 이름 없는 학도병을 기리는 의미가 있다”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으로 한국인 음악가의 작품만 연주하고 있다”고 했다.

메시야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공연 모습. [사진 박인석 박사]

메시야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정기공연 모습. [사진 박인석 박사]

경북 의성 출신인 박 박사는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에너지기술연구원 공채 1기로 입사했다.

90년대 히트 상품 '콘덴싱 보일러' 개발자 

1990년대 초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콘덴싱 보일러’는 그의 작품이다. 박 박사는 “콘덴싱 보일러는 한번 연소하고 날아가는 배기가스 열을 에너지화하는 기법”이라며 “콘덴싱 설계 기법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당시 국내 굴지의 보일러회사가 상품화했다. 그가 개발한 기술로 만든 보일러는 전국에 1000만대 이상 보급됐다고 한다.

박 박사는 1994년께 과학기술 인재로 청와대에 초청돼 김영삼 대통령과 칼국수 만찬을 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과 칼국수를 먹는데 긴장이 돼서 그런지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하고, 절반 이상 남기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박인석 박사

박인석 박사

박 박사가 음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스포츠 활동이 계기가 됐다. 그는 “중학교 때 형님이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유도·태권도·검도 등 다양한 종목의 체육 활동을 시켰다”며 “고등학교 때 유도장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난생 처음 본 사람이 ‘음악을 하고 싶지 않냐’고 하더니 ‘오후 7시까지 부산 KBS연습실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호기심에 방송국 연습실을 찾았다”며 “막상 음악을 해보니 재미있어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음악 좋아했으나 집안 반대로 공대 진학" 

박 박사는 이후 원로 작곡가들로부터 작곡과 지휘 등을 배웠다. 또 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린·첼로 등 악기를 연주했다. 음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집안 반대로 공대에 입학했다. 박 박사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면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고 했다.

'6.25전쟁 제72주년 코리아 힐링 호국콘서트' 포스터.

'6.25전쟁 제72주년 코리아 힐링 호국콘서트' 포스터.

그는 1992년 대전에서 부부합창단 ‘메시야 윈드 앙상블’을 만들어 운영하다 2000년 관현학단원을 중심으로 오케스트라로 확대 개편했다. 지금까지 연주회만 1000여회 했고, 작·편곡 작품만 500여 편에 이른다. 박 박사는 2013년 한국음악상 (공로상), 2015년 문화예술발전공로부문 대한민국 참봉사 대상 등을 받았다.

박 박사는 2011년 에너지기술연구원서 정년 퇴임 이후 전문연구위원, 명예연구위원 등으로 현재까지 연구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음악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며 “해마다 장애인을 위해 무료 공연을 하고 복지시설 등에 성금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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