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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떠나자 "엄마 외롭다, 20억 아파트 팔자"…큰딸의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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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치솟으면서 홀로 남은 고령의 부모와 자녀간의 재산 다툼이 많아지고 있다. pixabay

집값이 치솟으면서 홀로 남은 고령의 부모와 자녀간의 재산 다툼이 많아지고 있다. pixabay

[금융SOS외전-가족쩐]

최근 김모(71)씨는 예상치 못한 큰딸의 상속재산 요구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남편과 사별한 지 석 달 뒤, 큰딸은 “엄마 혼자서 큰 집에 살면 외롭다”며 자신의 집 근처로 옮기라고 권유했다.

김씨는 “주변에 친구도 있고, 살던 집에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고 큰딸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큰딸이 머뭇거리며 “그럼 상속세를 두 번 내야 한다”며 느닷없이 상속 얘기를 꺼낸 것이다. 남편의 유산을 받은 김씨가 상속세를 납부한 뒤, 김씨가 사망하면 자녀가 2차 상속세를 내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상속 재산은 김씨가 사는 서울의 20억원 상당의 아파트와 현금 10억원이다. 자녀는 2남 1녀로 법정상속분은 각각 약 6억6000만원이다. 김씨의 몫은 10억원이다. 김씨는 “자녀 몫대로 나눠 주려면 집을 팔아야 한다”며 “노모의 노후에 무관심한 딸도 괘씸하고, 유언장 하나도 남기지 않은 남편도 밉다”고 토로했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홀로 남은 부모(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간의 재산 다툼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피상속인이 집 한 채만을 남기고 사망할 경우, 이를 둘러싼 상속 갈등이 빚어지며 고령의 부모는 거주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일본에선 거주권을 법으로 보장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는 “과거엔 유산이 집 한 채 정도면 대체로 자녀들이 고령의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상속재산을 넘기는 분할 협의를 했다”면서 “하지만 3~4년 새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며 가족 간 다툼이 많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의 패밀리오피스센터 본부장도 “상속 플랜을 짤 때는 세금을 줄이는 것만큼 홀로 남을 배우자의 집과 생활비 등 노후 준비도 중요하다”며 “고령화가 심한 일본에선 이미 법으로 거주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주권은 부부 중 한명이 사망한 뒤 자택 소유권이 자녀 등에게 넘어가더라도,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자택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권리다.

그렇다면 노모가 자녀와의 갈등 없이 노후에 살집을 지킬 방법은 없을까. 가족 간의 다툼을 막는 기본은 유언장 작성이다. 전문가들은 상속재산이 많고, 자녀가 많을수록 유언장 작성으로 피상속인의 재산 분배 의지를 남겨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법정상속분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가 1.5대 1의 비율로 계산된다. 자녀가 많을수록 배우자 지분은 줄 수밖에 없다.

신탁방식 주택연금은 '자동승계'  

신탁방식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해도 자녀 동의 없이 배우자에게 연금 수급권이 자동으로 넘어간다 . [주택금융공사]

신탁방식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해도 자녀 동의 없이 배우자에게 연금 수급권이 자동으로 넘어간다 . [주택금융공사]

신탁방식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지난해 6월 선보인 상품으로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자동으로 연금 수급권이 넘어가는 게 특징이다. 기존 주택연금 상품은 부부 중 한쪽이 사망하면 공동상속인인 자녀 동의가 필요했다. 자녀 중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연금 가입 자체가 해지됐다.

이런 자동승계 특성으로 신탁방식 주택연금은 인기를 끌고 있다. 주금공에 따르면 지난해 6월 9일 이후 올해 4월 말까지 총 주택연금 신청 건수(1만1786건) 중 신탁방식 신청 건수(5353건)는 약 45%를 차지한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부부가 현재 사는 주택을 담보로 매달 일정 금액을 평생 연금처럼 받는 역모기지 상품이다. 단 가입 대상 주택은 공시가격 9억원으로 제한한다.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인 유류분 다툼을 피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신탁자(유언자)가 보험을 제외한 전체 자산을 맡기면 금융사가 피상속인 생전엔 자산을 관리하다가 사후에 집행을 책임지는 서비스다. 법원에선 2020년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자산은 유류분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배 본부장은 “특히 (신탁은) 구체적인 유언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홀로 남을 배우자가 생활비를 받으며 자택에서 편안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 후에 남은 재산을 자녀에게 분배한다고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SOS외전-가족쩐]
가족 간의 쩐의 전쟁(가족쩐)은 지난해 3월부터 연재한 [금융SOS] 코너 외전입니다. 일상 속 ‘돈’으로 얽힌 문제 가운데 결혼과 이혼, 상속과 증여 등으로 생긴 가족 간 돈 문제를 전문가의 도움으로 풀어줍니다. 사랑보다, 피보다 진한 ‘돈’ 때문에 벌어지는 가족 간 분쟁을 막고, 한 푼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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