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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전환사채 발행, '그 돈 어디 쓰려고?' 꼭 따져보자

중앙일보

입력

오늘 디저트에선 전환사채(CB) 발행 이슈에 따른 주가 하락에 개미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구독자186****@naver.com님께서 내주신 숙제거든요.

전환사채(CB)는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가 붙어 있는 회사채다. 셔터스톡

전환사채(CB)는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가 붙어 있는 회사채다. 셔터스톡

재무제표 읽는 건 투자의 필수템입니다만, 또 하나의 강력한 아이템이 '공시'입니다. 누가 몰라? 쏟아지는 공시가 한두 개도 아니고, 그걸 다 어떻게 봐?

그렇죠.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봤느냐, 안 봤느냐'에 따라 내 돈이 왔다 갔다 하는 내용이라면, 이것만큼은 꼭 알아야겠지요. 전환사채 발행 공시도 그중 하나인 건 당연. 이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들어가서 관심 기업의 '주요사항보고' 카테고리를 찾으면 쭈르륵 나옵니다.

기업 공시나 재무제표에 나오는 '사채'는 사채업자한테 빌리는 고금리 대출이 아니고 회사채를 의미합니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 투자자에게 직접 돈을 빌리는 거죠. 여기에 이런저런 보너스 쿠폰이 붙은 게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교환사채 같은 것들이죠.

저도 처음엔 용어가 어려워 무슨 소린가 했는데, 전환사채는 나중에 주가 좋을 때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가 있는 회사채란 의미고요. 신주인주권부사채는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면 이걸 미리 약속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가 붙은 회사채.교환사채는 투자 기업이 가진 다른 회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회사채란 소리죠.

기업은 주식전환권·신주인수권처럼 뭔가 보너스 쿠폰을 붙인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 금리를 낮춘다. 셔터스톡

기업은 주식전환권·신주인수권처럼 뭔가 보너스 쿠폰을 붙인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 금리를 낮춘다. 셔터스톡

이런 증권은 보너스 쿠폰이 붙어 있으니, 기업 입장에선 일반 회사채로 돈 빌릴 때보다 저금리로 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미래의 보너스를 약속하고 당장은 싸게 돈을 빌렸지만, 막상 보너스를 줘야 할 그 날이 오면 회사 지분을 떼어 줘야 할 일이 생기죠. 투자자로선 좋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선 맘상.

실제 기업의 전환사채 발행 공시를 열어서 어떻게 생겼는 지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구독자님께서 궁금해하신 보해양조 사례로 볼게요.

 보해양조 전환사채 발행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보해양조 전환사채 발행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위 공시를 보면, 이 회사는 시설자금 30억원, 운영자금 65억원이 필요해서 95억원을 전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했죠. 금리는 표면이자율이 0%, 만기이자율이 1%라고 돼 있습니다.

표면이자율은 만기 전에 매년 몇 %의 이자를 일정 기간마다 투자자에게 준다는 겁니다. 보해양조의 경우에는 이게 0%. 만기 전엔 이자를 아예 못받습니다. 만기이자율은 나중에 만기가 왔을 때 연복리로 주는 이자율을 의미하는데, 중간중간 표면이자율에 따라 준 이자는 빼고 남은 금액만 줍니다. 보해양조 CB에 투자하면 2024년 12월 만기 때 연복리 1%의 이자를 받는다는 소리죠.

장어구이 먹을 때 종종 등장하는 저 술. 보해양조

장어구이 먹을 때 종종 등장하는 저 술. 보해양조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게 전환사채인데, 그 기준이 되는 전환가격은 주당 1024원으로 돼 있습니다. 즉 이 전환사채 투자자는 회사 주가가 얼마든 간에 전환 청구 기간이 오면 1주당 1024원에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얘깁니다.

16일 현재 보해양조 주가는 주당 777원이니까, 아무도 주식으로 바꾸려는 사람이 없겠죠? 나중에 주가가 1500원으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그땐 약속한 1024원에 주식으로 바꾼 뒤 내다 팔아 차액을 벌 수 있겠죠.

전환가격은 회사가 다시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주가가 너무 내리면 전환사채 투자자들은 약속한 전환가격만큼 오르길 기다리기가 버겁습니다. 그래서 "내가 빌려준 거 그냥 빨리 갚아줘(조기 상환 요구, 풋옵션 행사)'라고 요구할 수 있어서 전환가격을 좀 낮게 조정해주는 겁니다. 전환가격 조정 조건은 발행 공시에도 나오는데, 간혹 CJ CGV처럼 이런 조건이 없는 곳도 있습니다.

전환사채 투자자 "주가 안오르니 주식으로 바꾸면 손해고, 빨리 갚으라고 해?" 셔터스톡

전환사채 투자자 "주가 안오르니 주식으로 바꾸면 손해고, 빨리 갚으라고 해?" 셔터스톡

기존 주주 입장에서 전환사채 발행은 대체로 악재입니다. 땅 살 돈을 친척한테 싸게 빌리긴 했는데, 나중에 땅값 오르면 지분을 떼주길 약속한 것이니까 가족들은 달갑지 않죠. 주가가 오를 때마다 주식으로 전환할 물량 부담 때문에 시원하게 오르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전환사채는 보통은 발행일(납입일)로부터 1년이 지나야만 주식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 놨습니다(구체적인 전환 청구기간은 증권신고서에 명시).

개미 입장에선 이런 전환 청구 기간이 오면 갑자기 주식으로 바뀐 물량 폭탄으로 주가가 하락하지 않을지 예의주시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죠. 전환가격을 하향 조정했다면 또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이 더 수월해지니까 더 긴장해야 하겠고요.

기존 주주로선 이런 전환사채 발행 이슈에 대응할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마치 사업 확장하려고 유상증자를 하면 주주 가치가 희석돼 주가는 내려갈 수 있는데, 그렇다고 증자도 하지 말고 사업 확장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불안한데, 어쩌면 좋지? 셔터스톡

불안한데, 어쩌면 좋지? 셔터스톡

고금리 대출을 쓰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저금리인 전환사채로 돈을 빌려 고금리 빚 부담을 덜 수 있으니 재무구조 개선에도 쓰일 수 있고요. HMM이 최근 이런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종종 발행했습니다. 운영자금이나 채무상환 용도.

또 대박 나는 사업 아이템이 있는데, 돈이 없어. 그렇다고 고금리 대출 쓰긴 부담이야. 그럴 때 지인에게 "나중에 대박 나면 지분 좀 떼 줄 테니, 일단 돈 좀 싸게 빌려줘"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시설자금이나 신규 설비투자 용도겠죠.

그러니까 개미 입장에선 기업이 전환사채로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건지 공시(자금 조달의 목적)로 꼼꼼히 확인해보는 게 필요합니다. 단순히 운영자금이나 묵은 빚 갚을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거라면 그리 긍정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환사채 발행으로 이자 부담을 줄이고,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도 있죠.

왜? 어디 쓰려고? 지금 상황이 어떻길래? 전환사채 발행할 때 잘 살펴야. 셔터스톡

왜? 어디 쓰려고? 지금 상황이 어떻길래? 전환사채 발행할 때 잘 살펴야. 셔터스톡

딱 부러지게 말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결국엔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기업의 구체적인 상황이 어떤지를 재무제표와 연결해서 살펴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족집게가 안 통할 땐 정공법으로 나가야죠. by.앤츠랩

※이 기사는 6월 17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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