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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위조까지 찾아낸다"...소리 없는 면접 '평판 조회' 요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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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4월 부산에서 열린 취업 설명회와 현장 면접 모습. 송봉근 기자

지난 4월 부산에서 열린 취업 설명회와 현장 면접 모습. 송봉근 기자

신입사원 10명 중 8명은 첫 직장을 떠나고, 첫 직장을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2.9년에 불과한 시대다(한국고용정보원). 대기업에 몸담은 청년도 직장을 계속 다니는 비율이 36.1%에 그친다.

이직이 보편화하다 보니 헤드헌팅·채용 플랫폼은 물론이고 ‘평판 조회’ 시장까지 커지고 있다. 평판 조회는 이력서나 면접으로 알 수 없던 정보를 채용 후보자 주변인에게 물어 ‘소리 없는 면접’ ‘제3의 면접’으로도 불린다. 경력 채용이 크게 늘면서 많게는 수백만원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문업체에 채용 후보자 평판을 조사해달라고 의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17일 배영(52)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 팀장(전무)에게 경력 위조도 심심치 않게 적발한다는 평판 조회 시장에 대해 물었다. 커리어케어는 국내 헤드헌팅 회사로 지난해 평판 조회 전담 조직(씨렌즈센터)을 만들었다. 헤드헌터 출신인 배 팀장은 평판 조회 업무를 2012년부터 11년째 해오고 있다.

평판 조회 업무를 11년째 하고 있는 배영(52)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 팀장(전무). [사진 커리어케어]

평판 조회 업무를 11년째 하고 있는 배영(52)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 팀장(전무). [사진 커리어케어]

과거 임원급 위주, 요샌 대리급까지 내려가

평판 조회 의뢰가 늘었나.
“올해만 봐도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로 늘었다. 과거엔 평판 조회 대상자가 임원급이 많았는데 최근 1~2년 사이 대리급까지 내려갔다. 신입을 뽑아 키우는 것보다 일 잘하는 대리급을 영입해 쓰는 게 교육·적응 비용 측면에서 절약된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늘어난 듯하다. 실제 채용을 했을 때 기대와 달라 후회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평판 조회를 의뢰한다. 고객사도 과거 대기업 위주였다면 요새는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도 많이 의뢰한다. 스타트업은 인력을 많이 뽑아도 이탈자가 꽤 있고 부침이 있으니 위험 요소를 더 줄이려 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나.  
“임원급과 일반급이 다르다. 일반급 채용 후보자에 대해선 3~5명에게, 임원급에 대해선 5~7명에게 평판을 묻는다. 채용 후보자가 자신과 함께 일했던 사람이라며 직접 알려주는 이에게도 묻지만, 우리가 후보자를 알 만한 사람에게 따로 접근해 묻기도 한다. 임원급은 평가 항목이 많은 데다 인터뷰도 더 깊고 면밀하게 이뤄진다. 우리는 잘못을 끄집어내는 수사관이 아니고, 후보자 입장에서 포장하는 변호사도 아니다. 문자 그대로 조회 라인이다. 면접 때 사람을 잘못 봤다면 그런 단서를 제공해주는 조력자다.”
그러다 원래 다니던 기업에 이직 시도가 알려질 수 있지 않나. 
“재직자에게는 안 묻는 게 불문율이다. 퇴사자도 입이 가벼울 수 있으니, 처음엔 채용 후보자 이름을 말 안 하고 통화하면서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해 진행한다. 처음과 중간, 끝까지 보안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할 때가 많다. 요즘은 특히 이직이 활발해서 본인도 언젠가는 평판 조회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대부분 협조적이다.”
주로 무엇을 묻나.
“인성을 많이 보고, 경력이 허구인지, 적응력이 있는지, 동료 인화가 가능할지 등을 짚는다. 징계나 감봉 경력이 없는지 등도 본다. 임원은 경력이 화려할 때가 많은데 그 일을 진짜 이 사람이 한 건지 발자취를 깊이 파는 편이다. 리더십은 평가가 어려워 회사가 원하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강한 카리스마를 원하는 회사도 있고, 직원들 토닥이는 엄마 같은 리더십을 원하는 기업도 있다. 상관과 부하 눈높이로 다 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른 능력 필요해 인성 나쁜 후보자 뽑은 곳도 

채용 후보자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 물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럴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분(채용 후보자) 싫어하십니까’라고 대놓고 물어보기도 어렵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도 물어 크로스 체크를 한다. 물론 나쁘게 이야기할 때는 대부분 근거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전체적인 평판이 조성돼 있다는 게 이해된다. 이해관계가 없는 전 직장 상사였는데도 적극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는 재조사해도 틀리지 않더라. 본인 관점이 들어가 있더라도 아예 근거 없이 검정을 흰색으로 말하는 이는 없다.”
평판 조회가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우리는 보고서를 넘길 뿐 당락에는 관여 안 하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은 어렵다. 다만 경력 위조가 드러나면 떨어졌겠지 짐작할 뿐이다. 인성이 나쁘다는 평판을 들은 이를 채용한 경우도 있긴 하더라. 그 사람의 다른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평판이 당락을 결정하는 열쇠라기보단 여러 기준 중 하나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람이 그 조직에 맞는지는 금방 판명 난다.”
경력 위조 사례가 많은가.
“A 회사에 재직하고 있다고 이력서에 쓰여 있는데 아닌 경우가 종종 있다. 지사 근무인데 본사 근무라고 하거나, 재직기간을 늘리고 줄이거나, 이직 경험이 너무 많으면 중간에 거친 기업을 빼는 경우도 있다. 채용 후보자가 ‘B 기업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이라고 알려줬는데 B 기업과 무관한 경우도 있었다. 기업 상황이나 주력 사업을 물어보면 실제 근무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데 해당 기업 인사팀에 확인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직 생각 있다면 평판 관리 필요”

향후 계획은.
“평판 조회뿐 아니라 동종업계 비슷한 경력자가 얼마나 연봉을 받는지, 직무 적합도가 얼마나 될지 등 더 면밀히 조사해 연봉 수준을 제안할 정도의 조사도 하려고 한다.”
이직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외국에선 평판 관리가 보편화해 있다. 이직을 안 하면 고인물이거나 업계에서 인기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어서다. 한국에선 이직을 많이 하면 ‘충성도가 떨어진다’ ‘성격이 이상하거나 적응을 못 했나 보다’ ‘엉덩이가 가벼운가 보다’ 같은 프레임이 있었는데, 바뀌는 추세다. 과거 이직 경험이 없는 사람을 선호하던 보수적 회사도 이젠 ‘실력만 있고 합당한 이직 사유가 있다면 괜찮다’고 하더라. 앞으로 경력직 이직과 평판 조회는 더 활성화할 거다. 이직을 생각한다면 주변 사람과 협업도 잘하고, 남을 배려하며 평판 관리를 하는 게 도움이 될 듯하다. 내 관리 잘하고 회사 생활 잘하면 나쁜 평판 보고서는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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