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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디젤동차 남은수명 2년"…추억의 교외선 재개통 빨간불

중앙일보

입력

교외선에 디젤기관차 투입이 검토되고 있다.[중앙일보]

교외선에 디젤기관차 투입이 검토되고 있다.[중앙일보]

 2024년 재개통을 추진 중인 '교외선' 철도에 제동이 걸렸다. 당초 교외선에 투입 예정이던 디젤동차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용역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디젤기관차를 대신 투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애초부터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많은 디젤차량 운행 자체가 탄소중립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

 19일 코레일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지난 5월까지 시행된 '디젤동차 잔존수명 평가용역'에서 디젤동차를 추가로 사용 가능한 기간이 2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잔존수명이 5년은 돼야 운행 가능한데 2년밖에 안돼 사용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내용은 보고받았다"며 "대책은 관련기관 등에서 더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용역 대상 열차는 3량 1편성의 디젤동차로 1997년 제작돼 내년에 퇴역예정이었다. 디젤동차는 객차 밑에 엔진이 달려 겉모양은 전동차와 유사하다.

 지난해 8월 교외선 재개통 협약을 맺은 코레일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시, 양주시는 잔존수명이 5년 이상 될 경우 100여억원을 투입해 정밀수리를 거친 뒤 운행에 나설 계획이었다. 모두 4편성이 운영되며 평일에는 24회, 주말과 휴일에는 16회를 다닐 예정이었다.

 1963년 개통해 2004년 운행 중단된 교외선은 고양시 능곡에서 양주시 장흥을 거쳐 의정부시까지 32.1㎞ 구간을 동서로 연결하는 노선이다. 국비 497억원이 투입돼 노반과 궤도 등 시설개량공사가 2023년 말 완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철화가 아닌 단순 시설개량공사인 탓에 투입 가능한 차량이 전차선이 필요 없는 디젤열차 뿐이었다. 코레일에서 곧 퇴역 예정인 디젤동차를 사용하려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엔진이 객차 밑에 달려 있는 디젤동차. [사진 위키백과]

엔진이 객차 밑에 달려 있는 디젤동차. [사진 위키백과]

 당시에도 디젤연료를 사용하는 열차를 사용한 건 탄소저감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디젤기관차까지 거론되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디젤동차와 달리 디젤기관차는 별도의 기관차와 발전차를 갖고 운영하는 열차로 교외선 같은 단거리 구간에서 여객수송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상당부분 화물운송용으로 투입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2029년까지 대부분의 디젤차량을 전동차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배기가스 배출이 많은 디젤차량을 고집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친환경 준고속열차인 KTX-이음 개통식에 참석해 "모든 디젤여객기관차를 2029년까지 KTX-이음급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가 R&D로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열차. [사진 국토교통부]

국가 R&D로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열차. [사진 국토교통부]

 이 때문에 교외선을 운행할 열차를 디젤로만 고집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최신태 경기도 철도운영팀장은 "기존 교외선 구간에 철도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이를 제공하자는 차원"이라며 "투입 열차를 선정하는 권한은 운영주체인 코레일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레일은 "보유 열차 중에서 투입가능한 차량을 선택할 권한은 있지만, 애초 경기도와 기초지자체가 요구하고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사업인 만큼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2024년 재개통을 고집하기보다는 친환경 철도 차량의 개발상황에 맞춰 보다 유연한 계획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전차선이 필요없이 수소연료를 기본으로 하면서 배터리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열차의 개발이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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