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깜빡깜빡 건망증인 줄...의심만 하다 놓친 치매 전조증상

중앙일보

입력 2022.06.19 05:00

자주 깜빡거리면 일단 건망증을 의심한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이런 빈도가 잦아지거나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을 잊는다면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통상 뇌 질환이 있을 때 건망증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건망증은 병적 인지 저하를 뜻하는 게 아니다. 뇌가 새로운 정보를 등록하지 못하거나 저장된 정보를 꺼낼 여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김지은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 시간 저하나 심적 스트레스, 과로, 복잡한 마음이나 우울감에 시달려 뇌가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을 때 건망증이 나타난다”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뇌가 과도한 수준의 외부자극에 매몰되어 버린 경우에도 건망증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젊은 층이라면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느낄 때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맞는지, 전자기기 같은 디지털 매체를 오랜 시간 접한 것은 아닌지 먼저 살피라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건망증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건망증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건망증과 달리 경도인지장애는 병적 인지 저하 단계를 말한다. 특정 질환의 명칭은 아니고 인지 저하의 단계, 상태를 아우르는 표현이다. 김 교수는 “아직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같은 나이, 학력을 가진 동년배의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객관적인 인지기능 검사상에서 유의하게 저하가 관찰되는 상태를 명명한다”며 “치매 역시 인지 저하로 인해 독립적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임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약속 시간이나 날짜를 잠시 망각한 경우 건망증일 수 있지만, 약속 자체를 잊거나 관련된 사실을 완전히 망각한다면 경도인지장애에 가깝다.

경도인지장애를 가졌더라도 일상생활을 누리는 데 문제가 없어 증상을 수년 이상 관찰하다가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높아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정상인이 연간 치매로 진행할 확률이 1~2%에 그치는 반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문헌에 따라 5~10% 정도로 치매 진행 확률이 높다”며 “본인이나 보호자가 느끼는 인지 저하가 건망증 수준인지, 경도인지장애 단계인지를 조기에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매 예방용 그림 맞추기 장면. 중앙포토.

치매 예방용 그림 맞추기 장면. 중앙포토.

치매가 하나의 질병이 아닌 여러 원인으로 인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하듯, 경도인지장애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치매의 가장 큰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초기 인지 기능 검사에서 기억력의 분명한 저하가 관찰되는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며 “경도인지장애의 종류를 면밀히 구분하는 것은 향후 진행 경과를 예측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퇴행성 뇌 질환으로 인지 저하가 오면 긴 시간 서서히 모습이 바뀌어가기 때문에 첫 진료 만으로 확정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기공명영상(MRI), 전자방출 단층촬영(PET-CT) 같은 영상검사와 정확한 병력청취, 꾸준한 임상경과 파악, 정밀신경심리검사 패턴이 분석이 병행돼야 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증상이 없는데도 치매 예방 차원에서 뇌 영양제나 뇌기능개선제를 미리 먹기도 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나 치매의 가장 큰 위험 인자가 연령”이라며 “특정 약제 복용으로 완전히 이를 막는다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취미 생활과 꾸준한 사회 활동을 유지하는 게 뇌의 퇴행 과정을 지연시키는 길”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가능한 조기에 의료진과의 면담을 통해 적절한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혹시 치매?” 자주 깜빡깜빡…자가진단 해보세요
최근 있었던 일을 잊거나 대화 중 정확한 단어가 잘 생각 안난다면 초기 치매 증상일 수 있으니 잘 살피는 게 좋다. 보건보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발행한 치매 가이드북에 소개된 14가지 기억력 평가 문항을 통해 자가진단 해볼 수 있다. 6개 항목 이상 ‘예’라고 대답한 경우라면 가까운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치매조기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 점수가 높을수록 주관적 기억감퇴가 심한 것을 뜻한다.

Q.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Q. 자신의 기억력은 10년 전보다 나빠졌다고 생각하십니까?
Q. 자신의 기억력이 또래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쁘다고 생각하십니까?
Q. 기억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십니까?
Q. 최근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습니까?
Q. 며칠 전에 나눈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습니까?
Q. 며칠 전에 한 약속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Q. 친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Q. 물건을 둔 곳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Q. 이전에 비해 물건을 자주 잃어버립니까?
Q. 집 근처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습니까?
Q. 가게에서 2~3가지 물건을 사려고 할 때 물건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Q. 가스불이나 전깃불을 끄는 것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Q.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자신 혹은 자녀의 집)를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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