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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바다 만들겠다" 툭하면 위협…北야욕 무너뜨릴 한국형 방패 [이철재의 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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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ㆍ미사일이 심상찮다. 북한은 1월 5일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미사일을 17번이나 쐈다. 그것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등 다양한 종류를 발사했다. 전술핵을 개발하는 목적의 제7차 핵실험을 준비하려는 정황도 있다.

 북한이 1월 11일 시험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로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을 뚤으려고 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1월 11일 시험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로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을 뚤으려고 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한국을 핵ㆍ미사일로 옥죄려는 게 북한의 야욕이다.

정부는 지난 8일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갈 수는 없다”며 “3축 체계를 중심으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을 실질적으로 무력화할 대책을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강구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3축 체계는 ①북한이 핵ㆍ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 ②북한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③북한이 핵ㆍ미사일로 공격하면 한국이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짜였다.

KAMD는 3축 체계의 든든한 뒷배다. 킬체인이나 KMPR도 KAMD 위에서 힘을 얻는다. 그러나 빠른 속도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건 정말 어렵다. 총알로 총알을 맞추는 수준의 기술이 들어간다.

고난도의 KAMD 기술, 어디까지 개발했고 어떻게 발전할까. 지난 9~10일 제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KAIST가 공동으로 연 2022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KIMSTㆍ학회장 박종승) 종합학술대회에서 KAMD의 발전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KAMD의 핵심기술을 연구하는 ADD 미사일연구원이 발표한 ‘복합다층 미사일 방어체계 발전방향’이라는 특별세션에서다.

종합학술대회는 국내외 관련 기관 간 학술 교류의 장으론 국내 최대 규모다. 2000명 이상이 서귀포에 몰려 일대에서 택시 잡기가 힘들었을 정도다.

한국과 북한의 '창과 방패' 대결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북한의 미사일과 한국의 미사일 방어는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북한은 액체엔진과 탄도미사일에서 고체엔진과 순항미사일ㆍ극초음속미사일로 진화하고 있다.

한화가 공개한 레이저 대공무기 블럭-Ⅱ. 출력이 30㎾로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다. ADD는 레이저의 출력을 높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레이저 대공무기의 전원으론 소형 원자로(SMR)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이철재

한화가 공개한 레이저 대공무기 블럭-Ⅱ. 출력이 30㎾로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다. ADD는 레이저의 출력을 높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레이저 대공무기의 전원으론 소형 원자로(SMR)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이철재

액체엔진 미사일은 발사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고체엔진 미사일은 바로 쏠 수 있다. 또 탄도미사일은 탄도를 그려 날아가는데, 순항미사일ㆍ극초음속미사일은 궤도를 예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탄착지점 앞에서 살짝 위로 솟구치다 다시 떨어지는 풀업(pull-up) 기동을 추가했다. 지난 5일 동시 다발로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섞어 쏘는 방법도 보여줬다. 모두 한국의 미사일 방어를 피하려는 수단들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요격기회를 늘리는 다층방어 체계가 정답이다. 1단계에서 요격을 못 하더라도 다음 단계에서 잡을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요격 가능성은 커진다.

우주서 불꽃으로 미사일 발사 탐지 

다층방어망인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ㆍ극초음속미사일에 따라 달리 만들어 한다.

지난 2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L-SAM(장거리 지대공미사일). 국방부 동영상 캡처

지난 2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L-SAM(장거리 지대공미사일). 국방부 동영상 캡처

탄도미사일은 수직적으로 다층방어망을 쌓는다. 탄도미사일 요격의 시작은 탐지다. 한국은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인 이스라엘제 EL/M-2080을 2기에서 4기로 늘렸다. 또 정지궤도에 조기경보 위성을 올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레이더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미사일이 전파가 닿는 고도에 올라가야만 추적할 수 있다. 반면 인공위성은 탄도미사일의 발사 과정에서 불꽃을 잡을 수 있다. 레이더와 위성을 함께 활용하면 북한 탄도미사일의 전 단계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된다.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상승→중간→하강 단계를 거친다. 단계별로 고도별로 방어망을 갖춰야 한다.

우선 상승 단계에서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요격에 나선다. ADD는 KF-21에 탑재할 상승단계 요격용 고속 요격탄을 연구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탄을 요격하기 위해 발사된 L-SAM(장거리 지대공미사일)(CG). 국방부 동영상 캡처

북한의 탄도탄을 요격하기 위해 발사된 L-SAM(장거리 지대공미사일)(CG). 국방부 동영상 캡처

상승 단계는 추진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형의 1단 추진체로 올라간다. 크기가 크면 탐지에 잘 걸린다. 탄도 곡선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궤적도 뻔하다. 공기의 저항을 받아 속도도 느리다. 요격해도 방사성 물질이나 파편이 북한 쪽으로 떨어진다.

국산 미사일 천궁-Ⅱ, AESA로 업그레이드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밖에서 추진체 연소를 끝내고 관성의 힘으로 정점 고도에 오른 뒤 낙하를 시작하는 중간단계와 중력의 힘으로 목표지점에 떨어지는 종말단계를 거친다. 중간 단계 하층과 종말 단계 상층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와 L-SAM(장거리 지대공미사일) 2가 맡는다.

한화 시스템이 공개한 천궁-Ⅱ 능동 위상배열레이더(AESA). 개발되면 천궁-Ⅲ(천궁-Ⅱ 개량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철재

한화 시스템이 공개한 천궁-Ⅱ 능동 위상배열레이더(AESA). 개발되면 천궁-Ⅲ(천궁-Ⅱ 개량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철재

사드는 주한미군이 운용하고 있다. L-SAM은 2024년까지 개발을 끝낼 계획인 요격 미사일이다. L-SAM 2(L-SAM 개량형)는 L-SAM의 성능을 높여 사드(40~150㎞)와 비슷한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그 아래에선 L-SAM이 요격에 나선다.

종말 단계 하층에선 패트리엇과 천궁-Ⅱ, 천궁-Ⅲ(천궁-Ⅱ 개량형)이 담당한다. 패트리엇은 미국이 만든 요격 미사일이다. 지난달 30일 제14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패트리엇의 미사일 수량을 대폭 늘리고 기존 발사대 성능을 개량하는 방안이 결정됐다. 기존 보유 패트리엇을 최신형인 PAC-3 MSE로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이다.

국산 요격 미사일 천궁-Ⅱ는 아랍에미리트(UAE)로 수출됐다. 천궁-Ⅲ는 다기능 레이더(MFR)를 천궁-Ⅱ의 수동 위상배열 레이더(PESA)에서 능동 위상배열 레이더(AESA)로 바꾼 미사일이다. AESA는 탄도탄을 더 멀리서, 더 많은 표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다.

방사포를 잡는 '한국형 아이언돔' LAMD

북한이 툭하면 수도권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는데, 그 수단이 장사정포와 방사포(다연장 로켓포)다. 이들 위협은 ‘한국형 아이언돔’이라 불리는 장사정포 요격 체계(LAMD)가 처리한다. LAMD는 2029년까지 체계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장사정포 요격 체계(LAMD) 요격체. 국방부 동영상 캡처

지난 2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장사정포 요격 체계(LAMD) 요격체. 국방부 동영상 캡처

ADD는 레이저 요격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는 빛의 속도이기 때문에 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직진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뛰어나다. 레이저는 1회 발사 비용이 1000원 안팎이다.

지난 2020년 ADD는 20㎾ 출력의 레이저로 1㎞ 밖의 철판 유도탄 모형을 꿰뚫는 시연을 선보였다. 이 정도면 드론을 잡는 수준이다. 미국은 2030년까지 출력을 1㎿까지 높인 레이저 체계를 개발해 탄도미사일ㆍ순항미사일ㆍ극초음속미사일 요격에 동원할 예정이다. 한국도 미국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력이다. 고출력 레이저는 대규모 발전으로 만들 수 있다. 김민석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 특파원은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많은 전력이 들어가는 데, 이를 위해서는 야전에서 대규모 전력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ADD가 제안한 ‘차세대 다목적 고출력 전력생산기술’이 완성되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방사포를 요격하기 위해 장사정포 요격 체계(LAMD)를 발사하는 장면(CG). 국방부 동영상 캡처

북한의 방사포를 요격하기 위해 장사정포 요격 체계(LAMD)를 발사하는 장면(CG). 국방부 동영상 캡처

이와 별도로 해군의 KDX-III 배치 2(이지스 구축함)와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도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다.

높은 열 때문에 또렷하게 보이는 극초음속 미사일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ㆍ극초음속미사일은 활공하거나 기동하는 형태로 비행한다. 비행궤적과 타격위치를 예상하기 어려워 요격이 쉽지 않다.

극초음속ㆍ탄도 추적 우주 센서(HBTSS)가 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한 뒤 요격 미사일을 유도하는 개념도. 노스럽 그루먼

극초음속ㆍ탄도 추적 우주 센서(HBTSS)가 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한 뒤 요격 미사일을 유도하는 개념도. 노스럽 그루먼

또 고도 30~40㎞에서 주로 나는데, 대부분 국가의 방공방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다. 지상레이더로 탐지하기 까다롭고, 탐지 시간도 짧아서다.

특히 극초음속미사일은 미사일 방어망을 뚫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요격이 더 어렵다. 플라스마 효과가 일어나 레이더의 전파를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극초음속미사일은 천하무적이 아니다. 약점도 많다. 오랜 시간 대기에서 고속으로 날면 비행체의 구조와 소재가 견디기 힘들다. 비행체의 안정성도 떨어진다. 미사일 방어망을 속이는 기만체를 쓸 수 없다.

무엇보다 비행체 온도가 올라가면서 적외선 탐색기로 쉽게 잡을 수 있다. UFO처럼 구불구불하게 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순항미사일ㆍ극초음속미사일에 대해서도 수평적 다층방어가 가능하다. 사드부터 LAMD까지의 탄도미사일 방어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새로운 기술로 탄도미사일 방어망의 사각지대를 메우면 된다.

미국은 2019년 극초음속미사일을 종말 단계에서 제한적으로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한 적 있다. 앞으로 우주에서 극초음속ㆍ탄도 추적 우주 센서(HBTSS)로 극초음속미사일을 탐지하면, 해상에서 활공단계요격미사일(GPI)이나 지상에서 활공체파괴미사일(Glide Breaker)로 요격하는 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ADD도 극초음속미사일 방어 체계를 연구하고 있다. 우선 탐지가 가장 중요한데, 미국의 HBTSS와 같은 위성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

3축 체계의 솥은 세 다리로 지탱

ADD를 비롯한 국방과학기술 연구자는 전 국민을 북한의 핵ㆍ미사일로부터 지키려고 KAMD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 덕분에 KAMD의 방패는 더 튼튼해지고 있다.

미국 공군의 전략 폭격기인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로 적의 레이더를 피해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B-2는 미국이 한공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대표적 자산이다. 미 공군

미국 공군의 전략 폭격기인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로 적의 레이더를 피해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B-2는 미국이 한공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대표적 자산이다. 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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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방어는 원래 공격보다 어렵다. 공자(攻者)는 언제 어디를 칠지 선택할 수 있다. 방자(防者)는 그 모든 가능성에 다 대비해야 한다. 100% 완벽한 방어는 없다.

이 때문에 KAMD만으로 북한의 핵ㆍ미사일을 억제할 순 없다. KAMD는 킬체인, KMPR과 함께 3축 체계라는 솥을 받치는 세 개의 다리다. 세 다리가 튼튼해야 솥은 끄떡 없다. 다리 하나라도 부러지면 솥은 넘어진다. 여기에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라는 보험까지 갖춰야 북한은 감히 핵ㆍ미사일을 우리에게 쏠 생각을 접을 것이다.

미사일의 눈, 적외선 검출기를 빨리 작동하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전차를 격파하며 성인(聖人) 칭호까지 붙은 미국의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이 미사일은 한가지 약점이 있다. 적 전차가 나타나도 바로 쏠 수 없다는 점이다.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현궁. LIG넥스원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현궁. LIG넥스원

재블린의 눈인 적외선 검출기 때문이다.

재블린은 적 전차에서 나오는 열(적외선)을 쫓아 날아간다. 적외선 검출기는 자체 온도가 낮으면 낯을 수록 탐지 성능이 좋아진다. 태양이나 지면 열기와 같은 주변의 열잡음 속에서도 더 낮은 열원도 잡아낼 수 있어서다.

그래서 재블린은 조준하려면 냉각기를 돌려 적외선 검출기의 내부 온도를 극저온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30초가 걸리며, 중동과 같이 고온의 환경에선 발사대기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판 재블린이라고 불리는 현궁도 마찬가지다. 적외선 검출기를 식히는 발사대기 시간이 있다.

그런데 2022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에서 영상센서 제조업체인 아이쓰리시스템이 선보인 신형 적외선 검출기는 이 같은 발사준비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방위사업청이 주관하고, 국방과학연구소가 관리하는 선도형 핵심 기술 개발의 하나로 만들어진 이 적외선 검출기는 동작온도가 기존보다 60도 이상 올라갔다.

냉각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져 발사대기 시간이 훨씬 짧아진다. 또 적외선 검출기의 냉각기 수명이 늘어나고, 소모 전력을 40% 줄일 수 있게 된다.

이 회사의 정한 대표이사는 “외국의 방산업체에서도 관심이 많은데, 국산 무기에 먼저 활용돼 국방력을 높이면서 수출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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