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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40명, 남부럽지 않다…농촌 활기 띄운 11억 파격실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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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개교 42주년을 맞은 경기도 파주시 파평중학교. 시 외곽 농촌 지역에 있는 이 학교는 학급 수 3개, 전교생 40명인 ‘작은 학교’다. 하지만 이 학교는 올해 들어 도시 지역 학교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특별한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통학 버스 등교, 악기 연주, 소설 쓰기  

우선 학생 대부분이 통학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점이 자랑거리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플루트,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 저마다 악기 하나씩 들고 오케스트라 연습도 한다. 꾸준한 연습 결과 실력도 향상돼 최근에는 작은 연주회를 열어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올해 신입생 15명은 ‘나도 작가’라는 꿈을 안고 소설 쓰기에 한창이다. 올해 연말쯤 학생들은 출판기념회를 열고 작가로 활동할 예정이다.

매년 학생 수가 줄어들던 농촌 지역 소규모 학교인 파평중학교가 최근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는 파주시가 이런 다양한 방법으로 ‘작은 학교’를 지원하면서 교육환경이 개선된 덕분이다.

지난달 25일 파주시 파평중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수업의 일환으로 악기를 배우고, 작은 연주회를 열었다. 파주시

지난달 25일 파주시 파평중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수업의 일환으로 악기를 배우고, 작은 연주회를 열었다. 파주시

‘파주형 작은 학교 만들기’ 사업 주목  

파주시가 올해 시행 중인 ‘파주형 작은 학교 만들기’ 사업이 시선을 끌고 있다. 파주의 ‘작은 학교’는 학급 수가 9개 이하이면서, 학생 수가 300명 이하인 초등학교 23개교와 중학교 10개교 등 총 33개교다.

이 사업은 오랜 전통을 가졌지만,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 존폐 위기에 처한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시는 작은 학교 마다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교육사업을 지원한다. 통학 버스 운영과 방과 후 수업, 특색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예산을 지원한다.

통학버스로 등원하는 파주시 파평중학교 학생들. 파주시

통학버스로 등원하는 파주시 파평중학교 학생들. 파주시

음악, 운동, 외국어, 요리, 목공 등 방과 후 수업  

학교는 시 지원금으로 통학 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학생들은 음악과 운동, 외국어, 요리, 목공 등 다양한 방과 후 수업을 받고 있다. 올해부터 특색사업인 ‘나도 작가’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면서 파평중학교에만 6000만원을 지원한다.

파주시는 그동안 ‘소규모학교’라는 이름으로 교육복지 증진을 위한 내실화 지원사업을 펼쳐왔다. 올해는 특색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 지원 규모도 늘려 ‘파주형 작은 학교 만들기’라는 사업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작은 학교 33개교에 투입되는 올해 예산만 총 11억 5000만원이다.

이처럼 파주시가 작은 학교에 과감한 지원을 하는 것은 파주의 모든 아이에게 수준 높은 교육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파주는 신도시 조성으로 인해 운정·교하 지역의 학교에는 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농촌 지역은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신도시는 학생 수 6.9% 증가, 농촌은 3% 감소  

실제로 지난해 9월 파주시 학생 수는 총 6만 3558명으로, 1년 전보다 2.6%(1631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신도시 학교는 1년 새 학생 수가 6.9%(2437명)가 늘어, 총 3만7676명을 기록했다. 반면 농촌 학교는 3%, 학생 806명(총 2만 5882명)이 줄었다. 이에 농촌과 신도시는 한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5명(초·중학교)에서 8.5명(고교)까지 차이가 난다.

파주시는 실내체육관이 없는 학교를 대상으로 다목적체육관 건립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연풍초등학교 체육관 건립 모습. 파주시

파주시는 실내체육관이 없는 학교를 대상으로 다목적체육관 건립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연풍초등학교 체육관 건립 모습. 파주시

파주시 관계자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파주시는 과대·과밀 학급의 문제를 해소하고, 작은 학교로의 학생 유입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을 기대하며 작은 학교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 “파주시의 지원으로 교육환경 개선”  

파평중학교 측은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컸다. 자구책으로 통학 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시의 지원을 받아 예산 부담을 덜게 됐다”며 “통학 버스로 안전하게 등교하고, 다 같이 원하는 악기를 배우고 집에 가는 등 교육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 때문인지, 올해는 2년 전보다 4명이 늘어난 15명이 입학했다”며 “학생들이 즐겁게 진로와 적성을 찾을 수 있게 되자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파주시는 교육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덕암초등학교에 차양막을 설치했다. 파주시

파주시는 교육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덕암초등학교에 차양막을 설치했다. 파주시

체육관 짓고, 낡은 화장실 고치고

파주시는 이와 함께 교육청과 협업해 학교환경을 개선하고, 학교별 맞춤형 교육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학교의 낡은 시설과 물품을 교체하는 ‘교육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올해만 파주시 106개의 학교에 65억원을 투입한다. 화장실부터 냉난방시설, 외벽, 소방시설, 운동장 개선 등 학교 곳곳의 환경을 개선해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가고 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있는 파주는 지역 특성상 2km 이상 장거리를 매일 통학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통학은 물론 기숙사·체육관 등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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