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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BTS 단체활동 중단…"장애물" 외신이 콕 집은 이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5일 세계적 K-POP 그룹 BTS의 갑작스런 단체활동 중단 소식이 들려왔다. BTS의 공식 팬덤인 아미(ARMY)는 혼란에 빠졌고, 소속사 하이브의 주가는 25% 폭락했다. 국내에서는 2013년 데뷔해 만 9년을 꼬박 달려온 BTS에게 휴지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각계각층에서 제기됐다. 반면, 외신은 한국의 병역제도와 BTS의 갑작스런 결정을 결부시키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팀 활동 잠정 중단 선언한 15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데뷔 9주년 축하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팀 활동 잠정 중단 선언한 15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데뷔 9주년 축하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BTS, 병역법까지 바꿨지만…29세 '진' 입대 불가피

AFP통신은 15일(현지시간) '병역문제가 닥쳐오면서 휴식 외엔 방도가 없다'는 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BTS가 성공의 최정상에서 단체활동을 접고 개인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는 한국의 병역제도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진이 지난해 5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새 디지털 싱글 'Butter'(버터)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진이 지난해 5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새 디지털 싱글 'Butter'(버터)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AFP는 "한국은 핵을 보유한 북한에 맞서고 있는 분단국가라는 특징상 30세 미만 남성들은 약 2년간의 군복무를 의무적으로 해야한다"며 "24~29세인 BTS 멤버들에게 병역은 오랫동안 멤돌았던 문제"라고 설명했다.

통신은 "한국은 금메달리스트와 클래식음악가 등 예체능계 유명인사들에게는 병역 면제의 특혜를 준다"면서 "그러나 팝스타는 예외"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한국 경제에 수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BTS의 병역이 면제되지 않는 것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있었고, 관련 법 개정의 시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20년 군 징집·소집을 연기할 수 있는 대상에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를 추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을 받으면 만 30세까지 입대를 늦출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BTS의 맏형 진(1992년생)이 문체부 장관의 추천으로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다. 그러나 입대가 다가오는 진의 병역 문제를 해결할 추가적인 법 개정이 진척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BTS의 단체활동 중단이라는 이번 결정이 나왔다고 AFP는 설명했다.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BTS. 사진=조 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캡처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BTS. 사진=조 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캡처

외신은 BTS 멤버들이 병역을 회피할 가능성을 매우 낮다고 지적하며 과거 1990년대 K-POP스타로 유승준(스티브 유)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통신은 "병역 회피는 범죄로 징역에 처해질 수도 있으며, 사회적 낙인이 찍힌다"며 "스티브 유의 인기는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면서 급락했다"고 했다.

◇ 日 평론가 "한국 병역제도, 소프트파워 향방 갈라" 

일본의 문화 칼럼니스트 마쓰타니 소이치로(松谷創一郞)도 지난 15일 칼럼에서 BTS가 그룹 활동 중단을 선언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병역이라고 설명하며 "병역제도가 한국 소프트파워의 향방을 가른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BTS의 활동 중단도 병역 면제에 대한 큰 진전이 없는 가운데 발표됐다"며 그룹 활동 중단 기간이 멤버들의 병역 상황에 따라 1년에서 5년까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방탄소년단(BTS)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BTS)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그러면서 "K팝 그룹에 병역 문제는 큰 장애물이었다"며 "신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등 과거 인기 그룹이 군 복무로 한때 인기가 꺾인 것은 틀림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병역 문제)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연예계와 정부가 K팝의 세계적 전개를 지향한다면 이번에 BTS를 어떻게 하는가가 전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TS는 "쉬고 싶다는 말도 죄인…숙성의 시간 필요"  

BTS '찐 방탄회식'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BTS '찐 방탄회식'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그러나 국내에서는 '숙성할 시간' '개인을 돌아볼 시간'을 언급한 BTS의 발언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지금이야 한국을 넘어선 세계적 팝스타가 됐지만, BTS 또한 데뷔 전 고된 연습생 시절과 데뷔 후 살인적인 스케쥴을 감당하는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서 크고 성장해 온 탓이다.

리더 RM은 14일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서 휴지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K팝 아이돌 시스템이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질 않고, 계속 뭔가를 찍어내야한다"며 "10년을 방탄을 하다보니 물리적 스케줄을 하면서 숙성이 안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고 싶다"며 "그러려면 잠깐 멈추고 쉬어도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위해서 (휴지기가) 필요한 거라고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프 벤자민 빌보드의 K-POP 칼럼니스트도 AFP에 "그들이 새로운 것들을 창조적으로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면, 나중에 더욱 좋은 곳에서 그들이 다시 모여 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BTS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솔직함과 개방성이며 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민재 평론가도 중앙일보에 "모든 K팝 아티스트들이 같은 상황이고, '쉬겠다고 얘기했다가 욕 먹을까봐' 걱정하는것도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라며 "서태지가 예전에 앨범 낸 뒤 1년 쉬는 방식을 처음 시도하면서 변화를 만든 적이 있는데, BTS도 공식적으로 휴식을 선언한 게 다른 K팝 그룹에게 좋은 선례가 될테니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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