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좁은땅에 49층 다닥다닥…호남 최고층 중흥S클래스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목포시 하당신도시에 위치한 하당지구 중흥S클래스센텀뷰. 49층, 165m로 호남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목포=김원 기자

목포시 하당신도시에 위치한 하당지구 중흥S클래스센텀뷰. 49층, 165m로 호남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목포=김원 기자

전남 목포시 하당신도시에 호남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들어선다. 최근 대우건설을 인수한 중흥건설의 계열사(중흥토건)가 짓고 있는 '하당지구 중흥S클래스센텀뷰'다. 최고 49층(165m)으로 기존 전남권 최고(最高)인 광주광역시 '호반써밋 광주'(158m)보다 높다.

이런 호남 최고의 마천루가 오는 9월 완공을 앞두고 시끄럽다. 우선 공사와 관련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공사가 진행된 지난 4년간 지역주민들은 땅 꺼짐, 건물 파손은 물론 수시로 떨어지는 건설 자재와 분진, 소음, 진동 등으로 정상 생활이 어려웠다고 호소한다.

인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A씨는 "타일이 들리고 벽면에 금이 가는 등의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바로 옆 포르모 상가에서 일하는 B씨는 "소음과 분진 등이 심해 인근 상인들이 단체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한 달 넘게 열었다"고 전했다. 목포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시에서 지속해서 건설사와 중재를 하고 있고, 보상이 필요한 28곳 가운데 24곳이 건설사와 보상에 대한 합의를 봤다"고 설명했다.

용적률 918%, 건폐율 84%…유례없는 인허가

지역 시민단체와 시의회 등에서는 "2015년 고도제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하당지구에만 40층 이상 건물이 2곳이나 들어섰고, 고층 건물 건설로 인한 주변 주민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공사 현장에서 건설 자재가 떨어지면서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파손되는 일도 있었고, 지난 2월에는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목포시 하당신도시에 위치한 하당지구 중흥S클래스센텀뷰. 이 주상복합의 용적률은 918%, 건폐율은 84%다. 전국에서 이런 용적률과 건폐율을 가진 주상복합건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목포=김원 기자

목포시 하당신도시에 위치한 하당지구 중흥S클래스센텀뷰. 이 주상복합의 용적률은 918%, 건폐율은 84%다. 전국에서 이런 용적률과 건폐율을 가진 주상복합건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목포=김원 기자

지난 2월 이 단지 현장을 둘러봤는데, 49층짜리 건물 4개 동이 거의 붙어 있다시피 했다. 육안으로만 보면 어떻게 인허가가 났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좁은 땅에 초고층 건물을 올리고 있었다. 이 단지의 대지면적은 1만㎡(약 3030평)인데 용적률(건축물 총면적의 대지면적에 대한 비율)은 918%, 건폐율(건축면적의 대지면적에 대한 비율)은 84%다. 건폐율이 84% 라는 건 땅 100평 중 84평에 건물을 올렸다는 뜻이다.

전국에서 건폐율이 80%가 넘는 주거단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앙일보가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전국 886개 주상복합 단지의 용적률과 건폐율을 조사한 결과 목포 중흥S클래스보다 용적률이 높은 곳은 81곳, 건폐율이 높은 곳은 6곳에 불과했다. 특히 이 단지처럼 용적률 900%, 건폐율 80% 넘는 곳은 미니 나홀로 아파트(부산 사하구의 30가구 규모 영동힐타운)뿐이었다.

대형마트는 '결사반대', 49층 아파트는 '일사천리' 

이 단지 부지는 원래 농산물도매시장이었고 2009년 한 대형마트 기업이 부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마트 신축에 대한 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거셌고 이 기업은 목포시와 5년 넘게 걸린 행정소송까지 벌여 승소했지만 결국 신규 출점을 포기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된 이후 인허가 문제로 사실상 대형마트 신규 출점이 어려워져 땅을 매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흥건설그룹 계열사인 다원개발은 2017년 매물로 나온 이 부지를 210억원에 사들였고, 인허가를 거쳐 주상복합을 짓게 됐다. 중흥건설 측은 640가구를 분양해 매출 2100억원 가량(상가 제외)을 챙겼다. 토지 한평(3.3㎡)을 690만원에 사들여 10배에 가까운 69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입점은 수년간 소송까지 해서 막아놓고 지역 건설사에 특혜에 가까운 인허가로 큰 이익을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목포시는 인허가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중흥건설 측이 건축심의를 신청할 당시 목포시 건축조례에 따르면 중심상업지구의 경우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최대 용적률 1300%, 건폐율 90% 등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또 2015년 건축법에서 높이 제한이 가로구역(도로로 둘러싸인 일단의 지역) 단위로 바뀌고 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로 정할 수 있게 되면서 초고층 아파트 건축도 가능했다.

목포시 건축행정과 관계자는 "중흥건설 측이 2017년 5월 심의를 신청했는데 당시 가로구역별 높이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이라 한 차례 반려했다"며 "용역 결과가 나오고 고시를 하자 그해 9월 중흥 측이 재차 심의를 신청했고, 전라남도 교통영향평가위원회, 건축·경관 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 2018년 6월 허가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모 시행사 대표는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용적률과 건폐율은 바로 '돈'이다"라면서 "아무리 조례에 용적률과 건폐율 여유가 있다고 해도 시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 그리고 아파트 입주민들의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용적률과 건폐율을 제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동간거리가 짧으면 저층에는 볕이 안 들어오는 공간이 많이 생기고, 바로 앞집이 훤히들여다보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49층 못 짓는다…." 특정 업체만 용적률 특혜" 

목포시 하당신도시에 위치한 하당지구 중흥S클래스센텀뷰.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한다. 목포=김원 기자

목포시 하당신도시에 위치한 하당지구 중흥S클래스센텀뷰.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한다. 목포=김원 기자

초고층 건물 공사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되자 목포시는 뒤늦게 관련 조례를 고쳤다. 상업지역에서 상업시설보다 주거시설 비중이 높을수록 용적률을 낮게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주거시설 비중이 80~90%일 경우 중심상업지역의 최대 용적률은 600%로 제한된다. 목포시 관계자는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악화가 우려돼 지난해 12월 조례를 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뀐 규정대로면 땅 3000평에 640가구 규모의 49층 주상복합은 목포시 내에 지을 수 없다.

실제 조례 개정을 논의한 지난해 11월 목포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우리 목포시에 49층짜리가 들어서야 할 필요성이 있겠나. 없다. 목포가 땅이 넓고 그러는데…."라는 말이 나온다. 또 한 시의원은 "(고도제한 규제가 완화된) 2015년에 (조례 개정을) 했어야 했다"며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건축했던 사람들만 엄청난 용적률 특혜를 보고 또 고층 건물이 올라가는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