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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은 과학방역, 文은 정치방역? '7일 격리' 유지로 본 진실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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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서울 명동 거리에서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연출해 촬영한 사진.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명동 거리에서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연출해 촬영한 사진. 연합뉴스

전문기자의 촉: 과학방역과 정치방역 사이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 7일 격리를 한 달 더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0일 이 조치를 한 달 연장하더니 '계속 연장'을 택했다. 5일 격리로 단축, 격리 해제 등을 같이 검토했으나 다음 과제로 미뤘다.

실내 마스크 의무화, 입국 검역 등 국민 생활을 통제하는 나머지 조치도 유지한다. 격리를 해제하면 코로나가 재확산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경고를 반영했다.

새 정부는 과학방역을 강조하면서 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충북 오송의 질병관리청을 방문해 "데이터에 기반한 전문가 중심의 과학방역 체계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왔다"며 시종일관 '과학방역'을 당부했다.

이번 결정이 얼마나 과학방역에 부합할까. 식당·예식장·행사장·공연장 등의 주변을 둘러보면 코로나19 상황이라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실내 마스크만이 유일한 표식이랄까.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거의 사라진 듯하다. 이번 결정은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 긴급상황센터를 방문해 백경란 질병관리청장과 함께 상황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 긴급상황센터를 방문해 백경란 질병관리청장과 함께 상황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다른 관점에서 보자. 한국의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는 8022명이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세계 14위이다. 3월 17일 62만1328명이라는 최고치에 비하면 낮게 보일 뿐이다. 완전히 해제할 경우 여름철 유행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수리 모형 추계도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이번 결정은 다소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데이터에 근거를 둔 과학방역'에 가까워 보인다.

외국은 어떤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스웨덴·캐나다·덴마크·핀란드·영국·노르웨이·아이슬란드·스위스는 5일 이내 격리를 권고한다. 프랑스·폴란드는 7일 이내 격리를 권고한다. 이들 나라는 격리 의무가 없다.

독일·그리스·네덜란드·슬로바키아는 5일 격리 의무를 가한다. 호주·체코·라트비아·뉴질랜드·아일랜드·이탈리아·일본·코스타리카·터키·헝가리·싱가포르·이스라엘은 7일 격리 의무이다.

확진자 발생 상황(인구 100만명당)을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덴마크·영국·미국·프랑스 등은 우리보다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오는 데도 격리 의무가 없다. 네덜란드·일본·헝가리 등은 우리보다 나은 데도 격리한다.

다만 한국보다 상황이 나쁜데도 격리하지 않는 나라가 더 많다. 따라서 이번 7일 격리 유지 결정이 상대적으로 좀 더 엄격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이 유럽 국가보다 마스크를 훨씬 잘 쓰는 데도 그렇다.

방역 당국은 지난 대선 직전 오미크론 정점이 오지 않았는데도 방역을 완화한 적이 있다. 그런가하면 대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실외 마스크를 벗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도 그걸 막고 나섰다. 이런 게 정치 방역 논란을 야기한다.

100%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팬데믹 바이러스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변신을 꾀하고 있을 것이다. 적의 정체를 완벽히 알면 싱거운 전쟁이 된다. 잘 모를 때는 지휘관의 결정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드러난 부분적 지식을 토대로 결단해야 한다. 그 결정은 정치가의 몫이다.

새 정부는 지난 2년 반의 시행착오를 활용할 수 있다. 어쩌면 코로나19의 정체를 잘 모를 때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과학방역을 주장할만큼 데이터가 많이 쌓여있다. 그 데이터에는 국민의 희생과 고통, 2만4416명 사망자와 유족의 눈물, 의료인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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