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년마다 갈등 낳는 대통령 임명직 임기제

중앙선데이

입력 2022.06.1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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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호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거취 논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임기가 있으니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겠나"라면서도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논의를 많이 하는데, 굳이 올 필요가 없는 사람까지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거취 논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임기가 있으니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겠나"라면서도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논의를 많이 하는데, 굳이 올 필요가 없는 사람까지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전현희·한상혁 위원장 거취 두고 논란

독립성·중립성 중요한 자리 임기 보장하고

미국처럼 정치적 임명직은 별도 관리해야

내년 중반까지가 임기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거취를 두고 논란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게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논쟁이 인 데 이어 윤 대통령이 어제 “임기가 있으니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겠냐”라면서도 “비공개 논의를 많이 하는데, 굳이 올 필요가 없는 사람까지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싶다”고까지 했다. 사퇴 쪽에 무게가 실린 발언이다.

대통령 임명직을 둘러싼 이런 유의 갈등은 우리 사회가 5년마다 겪는 일이다. 특히 노무현·이명박,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으로의 정권교체기에 극심했다. 양쪽의 논거를 단순화하면 ‘법적 임기가 보장된 경우라면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임기를 지켜야 한다’와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정치 도의상 맞다’는 것이다.

둘 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때에 따라선 전자가, 때론 후자가 맞을 수도 있다. 일도양단할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먼저 임기 보장이 추구하는 가치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로 독립성과 자율성이다.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 해당할 것이다. 공공기관 중에서도 정치 바람을 타지 않고 고도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라면 임기가 지켜지는 게 옳다. 하지만 정치적 책임성, 또는 국정운영의 통일성과 효율성이 중요한 자리까지 임기제인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이들 대부분 전문성이 부족한데도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임명되는 ‘정치적 임명직’, 즉 ‘낙하산’이다. 이들마저 임기를 채우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까. 전현희 위원장만 보더라도 민주당 의원 출신으로 추미애 전 법무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 등에서 친민주당적 언행을 해서 “국민권익위가 정권권익위냐”는 비판을 받게 했던 인물이다. 한 위원장도 친민주당 성향의 언론단체 출신으로 중립성 의심을 사곤 했다.

5년 전 문재인 정권이 마주한 현실도 유사했다. 급기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산하기관장 퇴진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가 단죄를 받았다. 최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수사도 비슷하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이랬던 문재인 정권이 마지막까지 인사권을 행사해 더한 ‘문재인 임명직’을 남긴 건 아이러니다. 370곳 공공기관장 중 임기가 6개월 미만인 경우는 53곳(14.3%)에 불과하다니 말이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탈원전 인사를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임명한 것도 한 예다. 2025년 2월까지가 임기인데 탈원전을 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정부와 2년 9개월간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한다.

이젠 블랙리스트 사건 여파로 물러나라고 하기도, 설령 요구받았다고 해도 물러나려 하지도 않는 풍조가 강해졌다. 당파성이 강한 정치적 임용직일수록 자리를 지키려는 경향도 보인다. 현장의 갈등과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우리도 언제든 정권교체가 가능한 나라가 됐다. 국민의힘·민주당의 입장이 5년 전과 지금 다르듯, 가까운 장래에 또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 의회가 매 대선 전 대통령이 인사할 수 있는 정치적 임명직에 해당하는 자리를 정리해 책(Plum Book)으로 내는 걸 참고할 수 있겠다. 대통령이 이를 바탕으로 인선하고, 이 자리의 인물들은 해당 정권이 끝나면 예외 없이 옷을 벗는다. 기관장의 임기를 3년이 아닌 2.5년으로 해서 대통령의 임기(5년)와 불일치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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