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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제일 쉽지는 않았어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93호 21면

퀀텀 라이프

퀀텀 라이프

퀀텀 라이프
하킴 올루세이·조슈아 호위츠
지음
지웅배 옮김
까치

명문 스탠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천체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의 성장기는 ‘빈민가 출신’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이혼한 부모의 연애와 재혼, 실직과 구직 등 툭하면 집을 옮겼다. 초등학교는 거의 매년 다른 곳을 다녔다. 종종 남의 집에 얹혀살았고, 그 집의 가업을 도우며 대마초를 말기도 했다.

그래도 똑똑한 아이니까 결국 빛을 볼 것이라고? 안 그럴 가능성이 컸다. 멀쩡히 학교에 다니며 대마초를 팔거나  마약에 빠지는 등 자신을 벼랑 끝에 몰고 간 것도 여러 번이었다.

어려서 숫자와 계산부터 비범한 재능을 보인 건 맞지만, 이 책의 핵심은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가 아니다. 이른바 ‘소외지역’ 흑인 학생들 중에는 성적이 뛰어났어도, 진짜 우수한 학생들 틈에서는 학습 격차로 심한 스트레스와 좌절을 맛본다.

그는 자기 삶을 양자(quantum·퀀텀) 터널링에 비유한다. 거의 불가능하지만, 양자역학에서 입자가 벽을 뚫고 통과할 확률이 아주 희박하나마 분명 있단다. 운명결정론의 반대다. 또래·교사·교수 등의 도움과 기회 역시 그 자신의 의지 없이는 무위가 됐을 터. 전문 작가와 함께 쓴 이 성장담은 감동에 앞서 극적인 재미부터 잘 쓴 소설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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