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코인러의 악몽, 파이어족 되려다 계좌 0원 전락도

중앙선데이

입력 2022.06.1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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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호 14면

17일 서울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10% 이상 하락한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17일 서울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10% 이상 하락한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꿈인 것 같기도 하고, 잠을 잘 때마다 가슴이 아파서 깨고요. 죽고 싶은 마음이 이런 건가 싶고….”

루나 사태로 인해 전 재산을 잃은 이모(33)씨의 한숨 섞인 말이다. 한때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다는 그는 홀로 자녀를 키우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했던 코인 투자는 악몽이 됐다. 약 58조 원이 증발한 국산 암호화폐 ‘루나’ 사태의 후폭풍은 처참했다. 이틀만에 전 재산인 3200만원을 잃었고, 코인 계좌에는 사실상 ‘0원’에 가까운 금액만 남았다. 이씨는 “차라리 그 돈을 아이에게 썼더라면…어리석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코인 투자로 전 재산을 잃은 2030 세대의 고민은 절대 가볍지 않다. 2020년 3월부터 코인 투자를 시작한 20대 이모씨는 5000만원을 투자해 4500만원을 잃었다. 이씨는 “휴대전화만 들여다 보면서 투자 중독이 되고, 현실 돈이 게임머니 같았다”며 “단 2~3분 만에 원금의 100% 이상을 벌기도 했지만, 결국은 피땀 흘려 번 돈을 잃는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비극적인 소식도 접하게 된다. 한때 암호화폐 투자를 했던 직장인 정모(30대)씨는 “지난달 옛 직장 동료의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고인이 1억원 이상의 빚만 남기고 돌이 막 지난 아이를 뒤로 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2030 코인러들이 이런 상황까지 몰린 이유는 강한 중독성 때문이다. 여기에 파이어족(30대 후반~40대 초반 은퇴)이 되고 싶은 열망이 기름을 부었다.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한시간 만에 50만원을 버는 걸 보니 짜릿했고, 마치 도박처럼 중독됐다”고 말했다. 2년 전 “회사 선배가 수십억을 벌어 판교에 집을 산다더라”는 말을 듣고 코인 투자를 시작했지만 결국 1200만원을 잃었다. 그는 “100만원으로 시작한 투자금이 500만원, 1000만원까지 불어나자 온종일 화면만 보고 분 단위로 사고 팔았다”며 “한탕을 노렸던 것도 맞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2030의 코인 투자 열풍은 도박 심리와 같다”며 “성장이 멈춘 뉴노멀 시대에서 빠른 은퇴를 종용하고, 일이 아닌 투자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을 심어주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분석했다.

2030 코인러들은 “일확천금을 바라다가 꼴 좋다”는 반응에 다시 한번 아픔을 느낀다. 온라인에서는 ‘코인충’이라 조롱하거나, 극단 선택을 종용하는 듯하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서도 다시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쓴다. 김모(31)씨는 투자 실패로 진 1억3000만원의 빚을 하루 12시간씩 배달 대행일을 하며 갚아나가고 있다. 김씨는 “허무함이 컸지만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였다”며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게 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이드라인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코인 관련 처벌법이 미비한데다, 책임지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20대 코인러 이모씨는 “시세 조작 등이 많은 시장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시세 변동률을 줄이거나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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