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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월북 여부 뭐 중하냐...민생 급한데 왜 그거 하냐, 왜왜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ㆍ여당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화두로 총공세에 나서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여권이) 문재인 정부가 북한 눈치 보면서 살살 기었다는 방향으로 몰고 가고 싶은 모양”이라며 “오히려 (해당 사건은) 북한 눈치를 본 게 아니라 북한을 굴복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가 서해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이씨가 월북을 시도하다 숨졌다고 결론 내렸는데, 해양경찰과 국방부는 전날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뒤집었다.

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후속 조치” 언급에…우상호 “왜, 왜, 왜”

우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시 문재인 정부는 아주 강력하게 북한에 항의했고,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사과 통지문까지 보낸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서 희생됐고 항의했고 사과를 받았다. 그걸로 마무리된 사건 아니냐”며 “그분(이씨)의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전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서해 공무원 피살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후속 조치가더 진행되겠죠”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윤석열 정부가 ‘전 정권 지우기’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반응했다. 이 과정에서 우 위원장은 “민생이 급한 지금 ‘왜’ 그거를 하느냐” 며 “왜”라는 단어를 3번 연속 쓰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자료 열람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주장엔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장 15년간 비공개되는 대통령기록물은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열람이 가능하고, 전직 대통령에겐 열람권이 항시 보장돼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연일 “민주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기록물 공개에 동의해달라”(신원식 의원), “문 전 대통령은 월북 조작했다는 비난이 억울하다면, 전직 대통령으로서 기록물 공개를 요청하라”(하태경 의원)고 압박 중이다.

우 위원장은 열람 거부 이유를 길게 설명했다. 그는 “제가 당시 여당 의원으로서 자세히 보고받은 적 있어 이 내용을 잘 안다”며 “당시 정보 당국은 (여러 정보 중) 월북으로 추정될 수 있는 감청이나 SI (특수 정보)를 갖고 월북이라고 결론 낸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9월 26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이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대준(47)씨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9월 26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이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대준(47)씨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대한민국은 항상 정보당국 사이에 이견 있는 경우가 꽤 있다”며 “그 속에서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서 정보당국을 총괄하는 분들 혹은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일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의 결정은 첩보 판단의 문제인데, 여권이 그것을 무리하게 정략ㆍ이념의 문제로 연결시키려 한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엔 이번 논란의 파괴력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의 의원은 “당시 책임자는 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었다. 2년 전 일을 다시 뒤집고 감사원 감사까지 하겠단 건 결국 대놓고 이 둘을 겨냥한 것 아니겠냐”고 긴장감을 나타냈다. 서울의 초선 의원은 “민주당 정부를 친북(親北) 성향으로 의심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인화성이 커 보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배우자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與 ‘정치 보복’ 공세 계속…“文 정부 때 적폐 수사한 건 尹”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별개로, '정치 보복'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는 이날도 계속됐다. 우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기획된 정치 보복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경찰이 전날 경기 성남 백현동 아파트 개발 사업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한 것에 대해선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이재명 의원)를 겨냥한 정치 수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월요일에 정치 보복 대응하는 기구를 띄우겠다”고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이날 민주당의 정치 보복 주장에 “민주당 정부 땐 안 했나”라고 답한 데 대해서 성토가 이어졌다. 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 적폐 수사를 진두지휘한 건 윤 대통령”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하면서 당시 적폐 수사든, 문재인 정부를 향한 수사든, 이재명 의원을 향한 수사든 모든 일의 중심에는 윤 대통령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2013년에 했던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근거로 들며 “(본인 말처럼) 결국 문재인 정부의 지시를 받고 한 게 아니라, 본인이 수사한 것이다.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검찰 수사는) 윤 대통령이 기획한 정치 보복 수사”라고도 말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했던 국정농단 수사가 ‘정치 보복 수사’였다고 주장하는 것이냐”는 비판 글을 올렸다. 윤 의원은 “박근혜ㆍ최순실ㆍ이명박ㆍ이재용을 구속한 본인은 정치 보복의 도구로,신념도 없이 시키는 대로 칼춤을 춘 것이냐”며 “(오늘 발언은) 지금도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공개선언을 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이날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도 반발이 나왔다.  우 위원장은 “한쪽으로는 지난 정부가 임기제 공무원들 (임기를) 중단시키려 했다고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수사하고 있고 한쪽으로는 압력 넣어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일관성이 없으니깐 제가 보복수사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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