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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청장 "긴급회의 소집"…경찰청엔 현수막 내걸렸다, 무슨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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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민주성·중립성·독립성·책임성은 영원불변의 가치입니다.’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내걸린 현수막에 적힌 문구다. 이 현수막은 경찰의 노조 격인 직장협의회(직협)가 제작한 것으로, 김창룡 경찰청장이 전날 내부망에 올린 글의 한 문구를 인용했다. 본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경찰 직협은 행정안전부의 경찰 조직 통제 움직임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청장은 이날 예정에 없었던 긴급 본청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경찰청 직장협의회가 제작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나운채 기자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경찰청 직장협의회가 제작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나운채 기자

입장문에 내부망 글에…안팎서 나오는 목소리

경찰청 직협은 이날 오전 회의를 진행한 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업무가 통제 대상이 되는가”라며 행안부에 반발하는 입장문을 냈다. 인천·충남 직협도 이날 입장문을 냈으며 충남 직협은 “우리 조직에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견줄만한, 창경이래 일대 사건이자 조직 전체의 위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경기 북부·남부, 광주전남, 경남 등 지역 직협도 각각 내부망에 글을 올렸다.

각지의 직협이 낸 입장문은 각기 다른 내용으로 구성됐지만, 주제는 공통됐다. 행안부의 경찰 통제 조짐에 반발하는 것이다. 각 직협은 ▶행안부 내 경찰국(경찰정책관실) 신설 철회 ▶국가경찰위원회·자치경찰위원회 권한 강화 ▶경찰 인사·예산·감찰·정책 자주적 권한 보장 등을 주장했다.

경찰 내부망에 올라온 각 입장문에는 “적극 지지하고 공감한다”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재향경우회도 이날 “경찰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과 국민에 의한 견제와 통제를 관치행정으로 변환하려는 시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선의 한 간부급 경찰은 “보통 직협 등에서 목소리를 낼 때 형사·수사과 등에선 업무 과중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경우는 다르다”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행안부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게 조직 내 전반적인 공감대”라고 전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이날 이 장관은 김창룡 경찰청장과 면담을 나눴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이날 이 장관은 김창룡 경찰청장과 면담을 나눴다. 뉴스1

자문위 案 곧 발표 전망…청장, 긴급회의 소집

경찰 안팎에서 이런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배경에는 오는 21일 행안부 ‘경찰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의 권고안이 공식 발표되는 상황이 거론된다. 자문위 권고안엔 인사 및 예산, 감찰과 징계 등 행안부가 경찰 조직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방안이 담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창룡 청장은 전날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고 했지만, 내부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청장은 이날 오후 본청 국장급 이상 지휘부를 대상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회의에선 그간의 자문위 논의 내용이 공유되고, 권고안에 대한 경찰 입장 및 대응 방안이 다뤄졌다고 한다. 중지가 모이면 권고안 발표 전에라도 행안부 측에 경찰 측 의견을 피력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청은 권고안 내용에 따라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 청장은 유로폴과의 MOU 체결 등을 위해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유럽 출장이 예정돼 있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대신 윤희근 경찰청 차장 또는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이 출장을 가기로 했다. 취소 결정은 김 청장의 국외 출장이 권고안 대응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경찰 내 우려 의견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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