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경수 사면' 띄우는 친문…"이재명 견제하려다 당 쪼개질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7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경남 창원교도소 앞에서 재수감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7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경남 창원교도소 앞에서 재수감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김경수 사면론’이 떠오르고 있다. 진원지는 2024년 공천권을 쥘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이재명 의원과의 ‘외나무다리’ 싸움을 예고한 친문재인계다.

익명을 원한 친문재인계 인사는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8·15특별사면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포함되도록 여론을 모아갈 필요가 있다”며 “이 의원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차기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민주당의 또다른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문재인계 당권주자인 전해철 의원도 지난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가 사면·복권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김 전 지사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한 건 아니지 않나. 큰 고초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김 전 지사의 사면·복권을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당 내에선 “사면되면 어떻게든 정치적으로 엮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현재로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대변할만한 인물은 윤건영 의원 정도밖에 보이지 않지만, 만약 김 전 지사가 복귀하면 친문계를 대표할만한 무게감이 쏠릴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가 이 의원과 친이재명계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김동원 씨와 공모해 포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돼 창원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내년 5월 출소하지만 이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소위 ‘8·15 대통합 사면’을 통해 김 전 지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등을 한꺼번에 사면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사면·복권까지 이뤄지면 피선거권이 회복되면서 정치복귀도 가능해진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창원 도심형 수소충전소를 둘러본 뒤 김경수 경남지사와 인사를 나누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창원 도심형 수소충전소를 둘러본 뒤 김경수 경남지사와 인사를 나누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당내에선 “당이 위기인 시점에서 ‘김경수 사면론’을 주장하는 건 국민들에게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것”(재선 의원)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11~13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김 전 지사의 사면에 대한 반대 응답은 51.3%로, 찬성 응답(39.0%)보다 많았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성 여론이 71.7%로 높은 것과 대조적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친이재명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으로 대선에서 패배했는데, 문재인 정부 ‘창업 공신’인 김 전 지사를 앞세우는 건 여론을 악화시켜 차기 대선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악재가 될 것”이라며 “이 의원을 견제하려다가 당의 위기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법 79조에 따라 사면·복권의 권한이 대통령에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김경수 사면론’은 자신들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말 ‘김 전 지사를 사면해야 한다’는 당 내 여론이 있었지만 문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움직이지 않았다”며 “그런 사안을 윤 대통령에게 ‘풀어달라’고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역풍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가 정치권에 복귀하면 민주당 계파 갈등이 극심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김 전 지사를 정치공학적으로 이용하려는 친문재인계와 이에 반발하는 친이재명계의 싸움이 격해져 자칫 당이 쪼개지는 위기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