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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사이트는 왜 남초 커뮤니티로 돌변했나…일베의 모든 것 [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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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베들의 시대

김학준 지음
오월의봄

2019년 8월, 한강에서 몸통 시신이 발견됐다. 나머지 부분도 수습됐지만, 엄지손가락 지문이 훼손돼 용의자는커녕 피해자 신원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 사건 발생 닷새 만에 범인이 자수했다. 범인은 피해자가 투숙한 모텔의 종업원이었다. 범인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이라며 "(피해자가) 다음 생에도 그러면 또 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독특한 캐릭터의 범인은 특이한 이력으로도 주목받았다. 바로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회원, 그것도 많은 유저가 닉네임을 기억할 만큼 나름 이름있는 회원이었다.

범인은 교도소에서 편지지 100여매 분량의 글을 써 지인을 통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범행과 자신을 소개하는 일종의 회고록이었다. 이 책 『보통 일베들의 시대』 저자는 "교도소에서 수기로 작성한 글이 일베의 전형을 명징하게 직조하고 있기 때문에 범인에 주목한다"며 "그의 언어는 일베의 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성과 세상에 대한 인식 또한 일베에서의 베스트 댓글과 게시물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일베의 전형과 말, 인식이란 어떤 것일까. 저자가 논문 형식(문제 제기-이론적 배경-연구 방법-결과와 해석-논의 및 결론)인 이 책에 담은 내용이 그것들이다.

책은 '일베의 계보' 소개로 시작한다. 일베와 디시인사이드·루리웹·에펨코리아 등 인터넷 게시판 또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역사, 성격, 변화상 등을 이들 간 상호작용과 부침을 통해 설명한다. 일베의 경우 처음 등장한 2011년 당시 유머 모음 사이트였지만, 점차 회원들의 평등주의·능력주의 신념이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만나 지금과 같은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로 변했다는 것.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질적 연구를 위해 일베 회원들을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듣고 전하는 4장과, 주류화된 일베의 상징이라는 시각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다룬 결론이다.

스스로 '인터넷 죽돌이' 출신이라고 밝힌 저자는 2014년 쓴 자신의 석사 논문을 뼈대로 이번 책을 썼다고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각종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일베'는 여전히 유용한 도구 중 하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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