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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연구 20년, 뒤통수 맞듯 깨달은 장자 핵심…'遊'였다 [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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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역주편(譯註篇)
김정탁 지음
성균관대 출판부

‘기름은 땔감이 되어 한 번으로 타고 끝나도/ 불은 다음 땔감으로 전해져 끝날 줄 모른다.’ 중국 고전 『장자(莊子)』의 한 구절이다. 승려시인 한용운의 ’타고 남은 재가 기름이 됩니다’(‘알 수 없어요’)도 생각난다. 자연과 생명의 연속성을 깨우쳐준다.

 일상에서 벗어난 대자유를 설파했던 『장자』의 이 구절 원문은 이렇다. ‘지궁어위신(脂窮於爲薪), 화전야(火傳也), 부지기진야(不知其盡也).’ 여기서 첫 글자 ‘기름 지(脂)는 여태껏 ‘손가락 지(指)’로 알려졌다. 20년 가까이 『장자』를 공부해온 저자가 최근 중국에서 나온 『국학십전(國學十典)』을 참고해 ‘指’를 ‘脂’로 바꾸니 뜻이 훨씬 잘 통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기존  『장자』 텍스트에서 오자 60여 자를 찾아내고, 원문에 상세한 주석을 붙인 이 책을 내놓았다. 2019년 초판의 오식을 바로잡은 개정판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저자는 고전과 현대의 소통에 주력한다. 그가 한 글자로 요약한 『장자』의 핵심은 ‘놀 유(遊)’다. 유유자적함이다. 1000여 쪽의 이 책을 통독하는 건 쉽지 않지만 한 구절 한 구절 속에 담긴 ‘유의 가치’는 급변하는 오늘날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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