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 7년 만에 ‘절전의 여름’ …"전기 아끼면 포인트 드려요"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부가 ‘절전 포인트’라는 이색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에어컨 사용이 많은 여름철 전력 대란을 우려해서다. 일본 정부가 일반 가정과 기업에 절전 요청을 한 것은 지난 2015년 겨울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17일 마이니치신문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여름부터 지난해보다 전기를 아낀 가정과 기업을 대상으로 포인트를 돌려주는 절전 포인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전력회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포인트 제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일정량 전기를 아끼면 그에 상응하는 전기요금을 포인트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경제산업성 장관은 “앞으로 절전 포인트를 부여하는 안을 민간과 제휴해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절전이 긴박할 정도로 전력공급이 부족한 경우엔 포인트를 더 얹어주겠다는 안도 검토 중이다. 절전 포인트로 아마존 기프트 카드 등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해 일반 가정의 참여도를 높이겠다는 구상도 언급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1일 절전 포인트제를 포함한 구체적인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여름 전력 대란에 이어 겨울도 걱정

지난 3월 22일 일본 경제산업성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절전에 참여하기 위해 전등을 끈 채 일하고 있다. 지진에 이은 발전소 가동 중단과 추위 때문에 전력이 부족해지면서 이날 수도권과 도호쿠 지역에 전력 수급 위기 경보가 발령됐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2일 일본 경제산업성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절전에 참여하기 위해 전등을 끈 채 일하고 있다. 지진에 이은 발전소 가동 중단과 추위 때문에 전력이 부족해지면서 이날 수도권과 도호쿠 지역에 전력 수급 위기 경보가 발령됐다. 연합뉴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오는 7월 한 달간 일본의 전력 공급 예비율은 3%대에 불과하다. 일본은 전력공급 예비율이 3% 이하가 되면 전력 ‘경보’를 발령하는데, 홋카이도(北海道)와 오키나와(沖縄)를 제외한 일본 전역에서 올여름 전력 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마이니치 신문은 “사고나 재해로 발전소 하나라도 멈추면 언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경제산업성 간부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올겨울엔 전력난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도쿄(東京)에선 내년 1월(-0.6%)과 2월(-0.5%)엔 난방기구 사용이 증가하면서 아예 전력 예비율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전력공급을 더 늘리지 않으면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전력 부족 원인으로 오래된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과 지난 3월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7.3도 규모의 지진 등을 꼽았다. 일본은 당시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면서 도쿄 등 수도권을 대상으로 일시적인 절전 요청을 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노후로 가동 중단 상태인 화력발전소를 재운영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일본 정부는 부정적이다. 재가동이 가능한 화력발전소 수가 한정적인 데다, 너무 낡아 고장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기우다 장관마저 “은퇴한 선수를 그라운드에 불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정도로 화력발전소 가동 재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다양한 절전 아이디어도 언급했다. 올여름 에어컨을 틀 때 실내 온도를 28도로 맞추는 것은 물론, 사용하지 않는 방이나 복도에 있는 조명은 끄자는 것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냉장고에 음식을 너무 많이 넣지 않고, 온도 설정을 강(強)에서 중(中)으로 낮추는 등 가능한 절전을 해달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