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화웨이가 핵심 하드웨어 한계로 포기해야 했던 스마트폰 시장부터 최근 신에너지차 업체들이 맞닥뜨린 반도체·배터리 공급 위기까지…. 중국 내 업체들은 강력한 공급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조업과 생산이 하루아침에 중단될 수 있는 연쇄적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이들은 자체적인 성장만으로는 ‘역부족’임을 느끼며, 중국 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강력한 공급 사슬을 구축해 역량을 보강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중심에 바로 ‘전정특신(專精特新)’ 강소기업이 있다.
![[사진 바이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17/436237d2-5506-49e8-bfb2-78c1ccc0291b.jpg)
[사진 바이두]
‘전정특신’(專精特新) 기업이란 특정한 분야에 전문화(專)되어 있으며 기업 경영이 정밀(精)하고, 제품·서비스의 특색(特)이 분명하며 뛰어난 혁신(新) 능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뜻한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정확한 용어는 ‘작은 거인(小巨人)’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규모는 작지만, 전문 분야에서 자신만의 특화된 경쟁력을 갖춘 ‘우량 강소기업’을 의미한다. 이들은 주로 제조업과 차세대 정보기술, 신에너지, 신소재, 바이오 의약 등 첨단 제조 산업에 종사하며 수준 높은 과학기술· 완비된 관리체계· 시장 경쟁력을 갖추었다.
최근 중국이 이러한 전정특신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7일 '우수중소기업 육성관리방법'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1만 개 전정특신 강소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전정특신 기업에 연간 최대 100만 위안의 장려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장려금보다 더 큰 혜택은 정부 인증 덕분에 투자자 유치가 훨씬 쉬워진다는 점이다. 올해 전정특신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400억 위안에 달했다.
![[사진 Harvard Kennedy School]](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17/842ad890-3814-430e-a35f-09427d6e2da3.jpg)
[사진 Harvard Kennedy School]
전정특신 육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산업 체인의 선도기업(龍頭企業)들이다. 선도기업은 중국에서 타 업계의 롤 모델이자 모범이 되는 기업을 가리킨다. 리이중(李毅中) 중국공업경제연맹 회장은 "선도기업은 업계에서 전문적 방향과 발전 흐름을 대변하며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실력으로 산업사슬을 통합해 흔히 말하는 '체인의 주인'이 됐다"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선도기업은 그 자체로 산업 배경이 두텁고 보다 높은 창의력과 발전 가능성을 가진 중소기업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자금부터 기술, 수주까지 다차원적인 요소를 지원할 수 있다. 또 산업 시너지를 활용해 중소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산업사슬, 공급망, 시장 순환에 빠르게 융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정특신에 대한 선도기업의 주도적 역할은 익히 검증되어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산업 투자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25개 주요 기업이 총 400개에 가까운 전정특신 기업에 투자했다. 선두 기업의 강력한 지원으로 많은 스타트업이 자본, 수주, 기술 면에서 빠르게 전정특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SAIC(상하이자동차) 등 4개 선도기업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들의 전정특신 기업 투자율은 전체 25개 투자기관 중 1~4위를 차지했으며, 각 투자율이 20%를 넘어섰다. 그들이 투자한 5개 회사 중 적어도 1개의 "전정특신" 기업이 탄생한다는 말이다.
![전정특신 기업에 직접 투자한 선도기업 관련 데이터. [정보 인민정협보(人民政??)/ 그래픽 品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17/4c85045a-a753-4458-92c5-e4e408978467.jpg)
전정특신 기업에 직접 투자한 선도기업 관련 데이터. [정보 인민정협보(人民政??)/ 그래픽 品玩]
선도기업이 산업 인큐베이팅 방식을 통해 중소기업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것은 매우 보편적인 일이다. 인민정협보 자료에 따르면 레노버캐피털(聯想創投)은 지난 몇 년간 135개 기업에 투자했으며, 그중 39개 전정특신 기업이 탄생했고, 그 비율이 전체의 29%를 차지했다. 화웨이 산하의 화보투자(華為哈勃)는 62개 기업 중 17개 기업이 전정특신으로 성장하며 27%의 적중률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샤오미창장산업펀드(小米長江產業基金)와 SAIC의 자회사인 샹치투자(尚頎資本)의 투자율은 각각 24%와 22%로 3, 4위를 차지했다. 이 네 개 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의 전정특신 투자율은 20%를 넘지 않았다.
이들 4개 기관은 순수 금융투자보다는 산업 투자에 집중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반도체·인공지능·클라우드 컴퓨팅·스마트 제조·신에너지 등 첨단 하드웨어 기술의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모두 제조업의 10대 핵심 산업 분야이자 산업의 "4대 기반"에 해당한다.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SAIC 투자기관의 투자 방향성. [그래픽 品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17/361842b7-41ea-4679-baf4-797f64c073d1.jpg)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SAIC 투자기관의 투자 방향성. [그래픽 品玩]
각 회사의 구체적 투자 목록을 살펴보면, 레노버가 투자한 39개 기업은 반도체·인공지능·스마트산업·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화웨이는 총 17곳의 전정특신 기업에 투자했는데 모두 반도체 산업에 집중된 기업들이다. 샤오미가 투자한 22개의 전정특신 기업 역시 반도체 산업에 고도로 집중되어 있으며, 소수의 기업이 AI 하드웨어 및 신에너지 기업이다. SAIC 그룹이 투자한 기업은 대부분 자동차 산업체인, 특히 스마트카와 커넥티드카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이목을 끈 건 바이두, 알리바바, 징둥, 텐센트와 같은 중국의 IT 거물 기업의 투자다. 텐센트의 전체 투자 기업은 1033곳으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지만, 전정특신 기업은 51곳으로 전체 비율의 5%에 그쳤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의 전정특신 투자 비율은 각각 11%, 6%, 5%, 6%에 그쳤다.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SAIC와 'BATJ(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징둥)'의 전정특신 투자 비율. [그래픽 品玩] ?](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17/af022551-b1ed-406e-8131-b156611c5f58.jpg)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SAIC와 'BATJ(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징둥)'의 전정특신 투자 비율. [그래픽 品玩] ?
왜 중국의 IT 거물이 아닌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SAIC(상하이자동차)가 선두가 되어 전정특신을 발굴하고 있을까
전정특신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주로 차세대 정보기술이나 첨단 제조업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2021년 중국공업정보화부 발표에 따르면 약 5천 개에 달하는 전정특신 기업 중 74%가 제조업에 집중돼있고, 20%가 과학 연구 및 기술 서비스에, 6%가 차세대 정보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레노버,화웨이,샤오미, SAIC가 'BATJ(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징둥)'보다 전정특신 발굴에 강점이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전자의 기업들은 오랜 기간 제조업에 투자해왔기에 인터넷 신(新)경제 분야에서 출발한 BATJ보다 제조업의 실상과 업계의 애로사항, 병목현상 등에 이해도가 높다. 또 제조업체나 차세대 정보기술(IT)을 산업 현실에 접목할 수 있는 기술 서비스 업체를 잘 식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례로 레노버는 2017년 머신비전 및 자동광학 검사(AOI) 장비 제조업체인 중커후이위안(中科慧遠)투자했는데, 당시 설립이 1년이 막 넘은 시점이었으며 아직 상품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레노버의 지속적인 투자로 중커후이위안은 2019년 일괄 배송이 가능한 업계 유일의 AOI 지능형 검사 장비 공급업체로 발전했으며 시장 가치는 10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엔 검사 설비 효율과 성능 면이 대폭 향상되며 허난성의 전정특신 기업으로 인정받았는데, 전문가들은 레노버의 제조업 실무 경험이 해당 기업의 잠재력을 식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진 바이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17/8dbde0ce-804e-4605-8dd7-b5b05a00fc58.jpg)
[사진 바이두]
전정특신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과거의 투자 논리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전적 이익보다는 '잘 알고', '잘하는' 분야에 손을 댄다는 말이다. VC, PE 등의 벤처캐피털 기관과 달리 선도기업은 전략투자부서를 통해 직접 해외에 투자하거나 산업 펀드를 설립한다.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 수익과 시너지 효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큰데, 이는 그룹 전략과 사업 발전에 맞춰 투자 목표, 사업 매칭도를 중점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과거 ‘승자독식’ 투자 방식에서의 탈피도 한몫했다. 'BATJ'나 일반 벤처기업의 막무가내 투자와 독식은 후발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켰다. 그러나 전정특신 산업은 훨씬 세분되고 기업 간 협력과 기술 공유가 강조되기 때문에 어떠한 기업도 투자를 통해 산업 체인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벤처캐피털 윈치파트너스의 응이핀 창업자는 "인증 기업들은 세금 감면과 대출 우대도 받을 수 있으며 우수한 인재도 더 쉽게 채용할 수 있다"며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중국이 당장 필요로 하는 기술들"이라고 설명했다. 전정특신 기업의 발전은 거시적으로 볼 때 곧 제조업 강국이라는 중국의 명성을 유지하게 하며 ‘차보즈’의 난제를 해결하는 해결책이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17/28454035-bd79-454f-87a4-608e39f8dec8.jpg)
[사진 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