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만 바라보면 망한다"…K뷰티 매출 단숨에 60% 늘어난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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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일제히 북미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일변도였던 화장품 수출 시장이 한국 문화(K-컬쳐)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 북미·일본 시장으로 다각화하는 추세다.

아모레, 북미 1분기 매출 60% 늘어

16일 아모레퍼시픽은 올 1분기 북미 매출이 지난해 대비 60% 늘어났다고 밝혔다. 모든 브랜드가 고루 성장한 가운데, 비중이 높은 라네즈와 설화수가 고성장하며 전체 북미 실적을 견인한 결과다. 특히 설화수는 온·오프라인 채널 모두 매출과 수익성이 커졌다. 오프라인에서는 세포라와 같은 화장품 전문점 중의 영업 확장에 주력했다. 4월에는 아마존 채널에 정식 론칭하는 등 온라인 판매 저변을 확대했다.

미국 백화점 블루밍데일의 아모레퍼시픽 매장. [사진 아모레퍼시픽]

미국 백화점 블루밍데일의 아모레퍼시픽 매장. [사진 아모레퍼시픽]

라네즈는 립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북미 시장 확장을 꾀했다. 립 카테고리는 라네즈 전체 매출의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최근 3년간 연평균 2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마존에서는 연초부터 3월까지 매월 20% 이상 꾸준히 성장, 아마존 내 가장 많이 검색된 스킨케어 브랜드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LG생건은 타투 프린터, 美 화장품 업체 인수도  

차석용 LG 생활건강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뷰티 사업에 역량 집중’‘북미 시장 중심의 해외 사업’‘디지털 역량 강화’ 등의 세 가지 중점 추진 사항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LG생건은 올해 초부터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1월에는 하반기 북미 시장 출시 예정인 미니 타투 프린터를 공개하고 나섰다. 올 4분기 출시 예정으로, 비건 잉크를 사용해 피부에 정교한 도안을 프린트할 수 있는 기기다.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LG생활건강의 미니 타투 프린터. [사진 LG생활건강]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LG생활건강의 미니 타투 프린터. [사진 LG생활건강]

지난 4월에는 미국 화장품 기업 ‘더크렘샵’의 지분 65%를 148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더크렘샵은 색조에 강점을 지닌 뷰티 업체로 미국 화장품 소매업 브랜드 ‘얼타’ 등에 주로 입점해 있다. 헬로키티·디즈니 등과 협업하면서 미국의 MZ세대를 사로잡은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한국콜마는 미국, 코스맥스는 일본 시장

화장품 제조업체들도 해외 시장 다각화에 공들이는 추세다. 한국콜마는 지난달 미국콜마로부터 콜마 글로벌 상표권을 100% 인수했다.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비즈니스 허브로 미국 뉴저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도 건립 중이다. 지난 2016년에 인수한 미국 화장품 제조업체 PTP와 함께 현지 정책과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북미 전진 기지 역할을 할 예정이다.

최근 ‘N차 한류(계속해서 지속·파생하는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일본도 주목 받는다. 화장품 제조업체 코스맥스는 올해 1월 일본 법인을 설립, 최근 도쿄 인근에 공장 용지를 계약했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중 착공을 진행,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최근 한류로 일본 내에서 국내 화장품 수요가 늘다 보니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고객사(화장품 브랜드사)들이 많다”며 “일본 법인을 통해 국내 고객사의 일본 진출을 도울 수 있고, 역으로 일본 고객사의 한국 판매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일본 내에서 제조업체개발생산(ODM)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중소 색조 화장품 업체들이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화장룸 리뷰 앱 ‘립스’에서 국내 브랜드 ‘롬앤’의 속눈썹 영양제·마스카라·립 틴트 등이 카테고리별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큐텐’‘라쿠텐’ 등 일본 메인 e커머스 채널 내에서 국내 비건 화장품 브랜드 ‘어뮤즈’의 립 틴트 제품이 매출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앳코스메, 베스트 코스메 어워드 리퀴드 루즈 부문 1위에 오른 롬앤의 제품. [사진 온라인쇼핑몰 캡처]

앳코스메, 베스트 코스메 어워드 리퀴드 루즈 부문 1위에 오른 롬앤의 제품. [사진 온라인쇼핑몰 캡처]

중국 불확실성 커져…미·일은 떠오르는 시장

화장품 업계의 새로운 개척지로 북미가 떠오르는 데는 기존 화장품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데 있다. 물론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중국의 중요도는 높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HS코드 3304)의 전체 수출액 76억6063만달러(9조7796억원)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1억3160달러(5조2758억원)로 절반이 넘는 53%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상하이 봉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한령(한류 제한령) 등 대중 관계 악화 등이 중국 내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정책적 리스크(위험)는 물론, 문화적으로도 자국 중심주의, 폐쇄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와중 K-컬쳐가 주목받으면서 북미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은 큰 기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918억6750만 달러(약 118조3253억원)로 세계 최대다. 중국이 2위, 일본이 3위다. 미국 화장품 시장은 글로벌 영향력도 커, 남미·호주·유럽 등으로의 파급력도 있다.

업계에서는 방탄소년단(BTS),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커지고 있는 지금이 미국 시장 공략의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시아, 특히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고, 엔데믹 기류가 고조되면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BTS 미국 콘서트에 차려진 라네즈 부스. [사진 아모레퍼시픽]

BTS 미국 콘서트에 차려진 라네즈 부스. [사진 아모레퍼시픽]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 원장은 “중국 시장이 여전히 크지만 갈수록 중국 자체 브랜드의 품질이 강화되고 로컬 브랜드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시점”이라며 “화장품은 이미지 산업이기 때문에 국가 브랜드나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미국과 일본에서의 한류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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