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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생 누나 '新윤핵관' 배현진, 85년생 이준석 저격수로 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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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차세대 정치인으로 통한다. 각각 1985년생, 1983년생으로 ‘30대 젊은피’라는 점도 그렇지만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유입된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다는 공통점도 있다.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과 이준석 대표.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과 이준석 대표. 임현동 기자

‘젊은 보수 남매’로 불릴 만한 두 사람이지만 최근에는 회의석상에서 충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1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의원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정점식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의 임명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은 충돌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인 정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받을 수 없다”며 “2명의 국민의당 인사를 받아야 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안철수 의원이 ‘땡깡’을 부리고 있다”고 발언한 게 발단이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우선 안 의원과 대화해겠다”며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이 대표는 “최고위 차원에서 표결 등으로 당내 의견을 모으는 게 먼저”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자 듣고 있던 배 의원은 “안 의원이 제시한 안을 놓고 표결을 하면 졸렬해 보일 수 있다”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런 일은 사흘 전인 지난 13일에도 벌어졌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때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혁신위원회(위원장 최재형)와 관련한 당 안팎의 분위기를 전하며 “사조직에 가깝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일로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지지자들로부터 항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 대표의 지지층이 밀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퀴벌레(배 바퀴벌레)”라는 악성 게시물이 달리기도 했다. 배 최고위원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일을 언급하며 “일부 몇 분의 극단적인 지지층들이 당 문화의 건전한, 어떤 나아감에 있어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더 따뜻한 시선으로 건전하게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최근 잦은 충돌 양상을 보이자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도 배 최고위원은 이른바 ‘홍준표 키즈’로 통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이던 2018년 3월 영입돼 대변인 등으로 활동했고, 2018년 지방선거 패배로 홍 시장이 코너에 몰렸을 때도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에 출연하는 등 의리를 보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당선인 대변인을 맡으면서 배 최고위원의 ‘친홍계’ 꼬리표는 조금씩 흐릿해졌다. 최근에는 ‘친윤계’ 모임으로 통하는 ‘민들레(민심 들어볼래)’ 초기 회원 신청 명단에 오르며 당내에선 사실상 친윤계로 받아들이는 시선이 늘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배 의원의 변신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2년 뒤 총선을 목표로 한다면 당내 주류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과 어울리고 ‘홍준표 키즈’ 꼬리표를 떼는 게 좀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른바 ‘신(新)윤핵관’이 된 만큼 이 대표와도 자연스럽게 견제 관계에 놓였다는 해석이다.

이 대표와의 갈등 국면에서 기존 윤핵관 그룹 대신 배 최고위원이 적극 나서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최근 5선의 정진석 의원이 이 대표를 직격했다가 당내 분란으로까지 번진 사례에서 보듯이 권성동(4선) 원내대표와 장제원(3선) 의원 등이 이 대표와 직접 충돌하는 건 여권 전체적으로 부담이 매우 크다. 지난해 12월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하는 문제를 놓고 이 대표와 대립했던 조수진 최고위원은 초선 비례의원이지만 이 대표보다 나이가 10살 가량 많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초선인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와의 싸움에 나서는 게 전략적으로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핵관 그룹에서 이 대표와 각을 세울 경우 싸움이 커지는 데다, 자칫 잘못하다간 ‘0선 청년 정치인 대 기득권 정치인’의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 대표가 비슷한 또래의 배 최고위원과 각을 세우는 건 모양새가 안 나온다고 생각하는 건지 몰라도 두 사람의 충돌은 큰 싸움으로는 번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도부의 한 인사는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에게 강한 비판을 해도 이상하게 이 대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윤핵관 그룹의 한 의원은 “이 대표는 싸움을 잘한다”며 “우리 같은 사람이 함부로 덤비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이유로 배 최고위원이 윤핵관 그룹에게 필요한 ‘이준석 저격수’로 제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핵관 그룹이 배 최고위원에게 이 대표의 맞수 역할을 유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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