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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간 주도 성장은 맞는 방향, 실행력이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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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관련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감세 정책, 건전재정 기조와 상충되진 않나  

미국 금리 또 인상, 긴장의 끈 놓지 말아야

민간·기업·시장 중심의 경제 운용을 천명한 새 정부 경제정책의 이정표가 공개됐다.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고 과표 구간을 단순화한다. 규제 하나를 만들면 기존 규제 둘을 없애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 룰 도입도 눈에 띈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권에서 홀대받던 ‘건전재정’이란 단어를 복권시킨 것도 반갑다. 새 정부는 재정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하고, 단순하면서도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내년 하반기까지 시한을 못 박아 국민연금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도 의미가 크다.

이해관계자의 반발 탓에 오랫동안 성과를 내지 못한 해묵은 과제와도 다시 씨름한다.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하지 못하고 대학 교육에는 쓰지 못하면서 내국세의 20.79%를 꼬박꼬박 가져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하고, 의료민영화라는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10년 넘게 공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내용을 업그레이드해 다시 추진한다. 주요 정책 상당수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특히 법인세 인하 등 지난 정부 정책을 뒤집는 내용이 많아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결국 정부가 얼마나 실행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새 정부의 감세 정책과 건전재정 기조가 상충할 가능성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법인세·부동산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초고액 주식보유자 외 국내 상장 주식 양도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등 대선 공약이 대부분 현실화됐다. 혜택 대부분이 대기업과 부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세금을 깎아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반드시 밀고 나가겠다”고 했는데 뜬금없다. 이미 실현되고 있는 그의 ‘인기 있는’ 대선 공약이 너무 많다. 인구 고령화와 복지재정 소요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정부가 이번에 약속한 중장기 재정 전략인 ‘재정 비전 2050’을 수립할 때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점에서 증세도 균형 있게 고민하기를 바란다.

어제 새벽 미국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8년 만의 최대 폭인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다음 달에도 0.50~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한 만큼 조만간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나 환율 급등 같은 시장 불안이 없도록 당국을 비롯한 모든 경제 주체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말처럼 한두 달에 끝나지 않고 상당 기간 계속될 경제전쟁의 대장정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