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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검으로 올드보이 장도리 액션처럼 찍어 달라해 거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정정훈

정정훈

‘스타워즈’ 광선검으로 ‘올드보이’(2003) 장도리 액션을 오마주한 장면이 나올 뻔했다. 지난 8일 디즈니+가 독점 출시한 드라마 ‘오비완 케노비’(감독 데보라 초우)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스타워즈’ 시리즈 촬영감독을 맡은 정정훈(52) 촬영감독 얘기다.

6부작 중 3부 공개 전날인 14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올드보이’가 워낙 전설적이어서 제가 참여하는 모든 영화 현장마다 ‘올드보이’를 오마주할 수 있냐고 묻는다”며 “‘오비완 케노비’ 촬영 때도 (최민식이 장도리를 휘두르는) 복도 액션신을 오마주할 수 있느냐기에 복도(촬영 세트) 하나를 다 뜯어주면 하겠다고 농담처럼 넘어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올드보이’부터 ‘아가씨’ (2016)까지 박찬욱 감독과 7편을 함께했다. 박 감독과 할리우드 동반 진출한 이후 미국 현지에서 활동했다. 공포영화 ‘그것’(2017), 범죄 스릴러 ‘호텔 아르테미스’(2018), 등에 참여했다. 한국인이 ‘스타워즈’ 작품 주요 스태프로 참여한 것은 시리즈 45년 역사상 처음이다.

‘오비완 케노비’는 기존 ‘스타워즈’ 스타일을 변주한 작품. ‘만달로리안’(2019)의 에피소드 2개를 연출한 데보라 초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이완 맥그리거가 23년 전 시리즈 4번째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1999)에서 처음 맡은 동명의 은하 평화유지군 제다이 전사 역할로 복귀한 작품이다.

정 감독은 자신을 “스타일리시한 촬영감독이 아니”라며 “작품 속 인물에 대해 이해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점”이 감독들에게 선택받는 이유라고 꼽았다. 박찬욱 감독과도 ‘헤어질 결심의’ 칸 영화제 수상 전후 연락을 나눴단다.

‘기생충’ 홍경표 촬영감독, ‘오징어 게임’ ‘기생충’의 정재일 음악감독 등 최근 한국 스태프들이 잇따라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그는 자부심을 드러내며 “한국에 뛰어난 스태프가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다시 한국영화를 하게 되면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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