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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디스크 착각해 놔두면 사지마비…서양인 100배 걸리는 이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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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추(목뼈)에 주로 나타나는 후종인대골화증은 대표적인 경추 질환으로 꼽힌다. 방치하면 팔·다리 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발병해도 목 디스크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양인보다 한국인에게서 100배가량 높은 발생률을 보이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이창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의 도움말을 받아 후종인대골화증의 증상과 치료법을 정리했다.

인대가 굳으면서 척수 신경 압박…"유전 요인 크게 작용"

후종인대골화증은 목 부위 경추에 있는 '종인대'가 단단하게 굳어지고 두꺼워져서 척수 신경을 압박하면서 나타나는 신경 장애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뼈와 뼈 사이에는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인대가 존재한다. 목 부위 경추에도 뼈 사이를 테이프처럼 이어주는 인대가 자리 잡고 있다. 유전적인 요인이나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목을 과하게 사용한다든지, 쌀·비타민A의 과량 섭취 등으로 종인대가 뼈처럼 단단하게 굳어지면서 이 질환이 생길 수 있다.

후종인대골화증의 발생 과정. 서울대병원.

후종인대골화증의 발생 과정. 서울대병원.

이 질환은 주로 동아시아에서 많이 나타난다. 백인의 경우 전체 인구의 0.1~0.2% 정도 발생하지만, 우리나라는 약 5~12%에서 발생한다. 한국인이 서양인보다 약 100배가량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이렇게 민족적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유전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에게서 많이 발병하는데, 특히 아버지가 이 질환을 앓고 있으면 아들도 앓을 확률이 25%에 달한다. 하지만 주로 4~50대 중년 이후 발생한다는 점에서 후종인대골화증의 원인이 꼭 유전 때문이 아니라 퇴행성 질환이라는 의견도 있다.

방치하면 사지마비까지…"수술로 치료"

후종인대골화증은 흔히 손 저림, 통증, 감각 및 근력 저하로 시작한다. 이후 보행, 배뇨, 배변 장애가 생기고, 심한 경우 사지마비가 발생한다. 만약 갑상선 항진증, 당뇨병 등의 전신 질환이 있다면 이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후종인대골화증이 의심된다면 방사선 검사나 전산화 단층촬영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이창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에 따르면, 현존하는 후종인대골화증의 치료방법은 수술뿐이다. 이 교수는 "후종인대골화증은 아직 원인을 정확하게 모르는 병이기 때문에 약물 치료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약물치료, 식이, 운동 등의 치료법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수술을 통해 제거하거나 신경 통로를 넓혀 증상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방식은 앞쪽으로 하는 전방 수술과 뒤쪽으로 하는 후방 수술 두 가지가 있다. 전방 수술은 보통 척수를 심하게 누르거나 몸이 앞으로 굽은 경우에만 인대를 직접 제거하는 방식으로 시행한다. 후방 수술은 인대 자체를 제거하지는 않고, 신경이 지나가는 길을 넓히는 방식이다. 다만, 후방 수술에는 후종인대골화증이 다시 생길 수 있다. 평균 통계에 의하면 약 10년 정도 관찰했을 때, 60%의 환자에서 수술 이후 후종인대골화증이 계속 나타난다. 하지만 그 중 추가 수술을 다시 받는 경우는 약 8%에 불과해 수술 이후의 추가 조치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하는 시기를 정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굳은 인대가 척수를 누르면 비틀거리거나 휘청거리며 걷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며 "이렇게 넘어질 것 같이 불안한 증상이 발생할 때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이창현 교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이창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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