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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철 ‘GO’ 이재명 ‘침묵’에 주춤하는 野 ‘세대교체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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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로 전망되는 전해철 의원(왼쪽)과 이재명 의원. 중앙포토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로 전망되는 전해철 의원(왼쪽)과 이재명 의원. 중앙포토

재선그룹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불던 ‘세대교체론’ 바람이 주춤하고 있다. 이들은 당초 세대 교체의 전제로 ‘이재명·전해철·홍영표 의원 전당대회 불출마’를 주장했다. 하지만 친문재인계 당권주자인 전해철 의원이 지난 15일 본지 인터뷰를 통해 거부 의사를 밝힌 데다 침묵을 지키는 이재명 의원 측에서도 “당권 도전 의사는 분명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때문에 세 사람의 불출마와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릴 계획이던 초·재선 그룹은 추진을 잠정 중단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연판장 내용에 동의하는 분들이 재선 의원 중 다수가 아니어서 일단 보류했다”며 “세 분(이재명, 전해철, 홍영표 의원) 중 한 분이라도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70년대생 의원들이 출마 의지를 밝히면 탄력이 생길 텐데 현재로선 뚜렷한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본지 인터뷰에서 “만약 이 의원이 불출마하더라도 당의 쇄신을 위한 (나의) 구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위기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서 출마할 생각”이라며 사실상 출마선언을 한 전 의원은 세대교체론에 대해 “인위적으로 나이를 갖고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민주당 70년대생 정치인인 강병원(왼쪽부터),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 중앙포토

민주당 70년대생 정치인인 강병원(왼쪽부터),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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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간담회를 열고 “전당대회에서 70·80년대생 지도자를 선출하자”는 의견을 모았던 재선 그룹은 혼란에 빠졌다. 익명을 원한 70년대생 재선 의원은 주변에 “정말 전 의원이 출마 의지가 강한 것이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당 내에선 “계파 수장들이 출마를 본격화하면 세대교체론을 끌어갈 동력이 줄어들 것”(80년대생 초선)이란 말이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의사 표현을 억압하면 반감만 더 키운다”며 자신의 지지층에 문자폭탄 자제를 요청하거나, 지난 15일 대장동 사건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는 메시지를 내는 등 자기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선 등원 2주가 지나도록 침묵 중이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당내 인사는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도전하겠다는 의향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출마 의지를 애써 먼저 밝힐 필요는 없다”며 “현재로선 서두르지 않고 숨 고르기를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침묵은 “대선을 거치면서 권리당원과 대의원 다수의 지지를 끌어모은 이 의원 입장에선 샅바 싸움에 끼어들 이유가 없다는 판단”(수도권 재선 의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좋은미래 대표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가운데)이 지난 15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평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더좋은미래 대표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가운데)이 지난 15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평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연판장은 불발됐지만 재선 그룹은 세대교체론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선 그룹 의원 20여명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2시간여 동안 간담회를 갖고 전당대회 경선 룰에 대해서 논의했다. 이들은 전당대회에서 45%에 달하는 대의원 투표반영 비율을 줄이고 권리당원과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대략 50%씩으로 변경하는 안(‘박용진 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또 이 자리에선 이수진 의원 등 강경파들이 요구한 신규 권리당원의 투표권 부여기준 완화(현행 6개월 당비 납부→3개월 당비 납부) 주장에 대해선 “반대한다. 당원 교육 등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70년대생 도전을 유인하려면 국민 일반 여론을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70년대생인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 의원과 전 의원 등의 출마 의지가 분명한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세대교체를 기치로 제대로 싸워보려면 룰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첫출근을 하고 있다. 그는 이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여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첫출근을 하고 있다. 그는 이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여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재선 의원 모임 대변인인 강병원 의원은 브리핑에서 “재선 의원단은 당 대표 후보자들이 팬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과감한 결별을 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 계파의 수장 격인 이 의원과 전 의원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단, 강 의원은 “오늘 간담회에선 세대교체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 내 개혁성향 의원그룹인 ‘더좋은미래’도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새로운 구상을 갖춘 세력과 인물이 부상해야한다”는 입장문을 내며 세대교체론의 불씨를 이어갔다. 다만 입장문엔 이재명·전해철·홍영표 의원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빠졌다. 더좋은미래 대표인 기동민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특정인에 대한 부정과 배제가 부각되는 것은 맞지 않다. 대신 세대교체론을 국민들께 어떻게 잘 전달할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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