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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자도 만난 김건희…與내부서도 "차라리 사과후 부속실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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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를 예방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3시 연희동 자택을 찾아 1시간 20여분 동안 머문 뒤 오후 4시26분에 이 여사의 배웅을 받으며 자택을 나왔다. 김 여사는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 부인을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조언을 듣기 위해 인사드리는 계획이 있었고, 이날도 그 일환으로 방문한 것”이라며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도 그랬지만, 비공개로 조용히 다녀올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원도 최소화해서 준비했고, 당초 의도는 조용히 찾아 뵙고 인사드리는 것이어서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앞서 지난달 중순께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를 만났고, 13일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만나러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90분간 환담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후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후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조용한 내조’라는 기조라지만 연일 이어지는 광폭행보에 정치권의 논란은 더 커졌다. 야권은 특히 봉하마을 방문 당시 지인을 대동하고 공식 수행원 3명 중 2명이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콘텐츠 직원 출신인 점에 공세를 퍼부었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제가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과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라고 말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지인을 데려간 건 기본과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다. 대통령이 미국에 갈 때 영어 잘하는 지인을 1호기(대통령 전용 비행기)에 태우는 것과 똑같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이런 행태가 나중에 큰 사고의 씨앗이 된다. 최순실씨 같은 경우에도 박 전 대통령하고 오랜 지인이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대통령은 모두가 처음하는 것이다. 대통령을 두 번 하면 그건 독재자”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고민정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코바나콘텐츠 출신들이 현재 (대통령 일정을 총괄하는) 1부속실에 들어가 있다면, 영부인이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샅샅이 들여다 본다는 의미”라며 “문제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측은 “과도한 공격”이라 반격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꼬투리를 안 잡는 것이 없다”며 “현직 대통령 부인이 전직 대통령 부인을 예방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는 장려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김용태 최고위원도 “비열한 정치공세”라고 받아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야당의 국회법 개정안 추진, 김건희 여사 봉하마을행, 북한 방사포 발사 후 영화관람 지적 등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야당의 국회법 개정안 추진, 김건희 여사 봉하마을행, 북한 방사포 발사 후 영화관람 지적 등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제2부속실 폐지 공약 잘못됐었단 것 인정해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헌화한 뒤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헌화한 뒤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제2 부속실 폐지도 야권의 공격 대상이 됐다. 신정훈 의원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부속실을 축소해서 대통령실의 조직을 슬림화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슬림화가 아니라 사유화되고 있다”며 제2 부속실 설치를 요구했다. 김영삼·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박재호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실에 안 맞는 공약에 대해선 (대통령이) ‘그때는 이래서 그랬다. 그런데 이 공약은 폐기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 또 제2부속실도 (설치)하겠다’고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제2부속실 설치 문제를 둘러싸고 여권 내부의 입장은 갈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2부속실을 부활하지 않더라도 대통령 부인의 공적 활동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며 “공약 파기이기 때문에 가급적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도록 하는 것이 불필요한 논란을 더 이상 양산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라디오에서 “부속실을 안 두니 팬클럽이나 김 여사 개인 회사 직원들이 부속실을 대체하는 일이 벌어진다”며 “차라리 깔끔하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고 제2부속실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 이준석 대표. 김경록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 이준석 대표. 김경록 기자

중진 부인들과 오찬도 화제

김 여사는 지난 14일엔 여당 4선 이상 중진의원의 부인들과 오찬 회동을 했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 대변인실은 “김 여사는 지난 6/14(화), 국민의힘 4선이상 중진의원 부인 11명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오찬을 가졌다”는 확인 메시지를 기자단에 발송했다.

이날 모임은 “대선 때 많은 의원이 고생했는데 먼저 중진 의원들 부인들을 초청해서 인사하는 자리를 갖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권성동 원내대표 부인의 제안에 김 여사가 “사모님들 역할이 큰데 내가 당연히 그런 자리를 만들어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화답해 성사됐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진의원 부인들이 선거 때 고생도 많이 하시고 했으니 감사도 표시하고 격려도 표시하면서 한 번 뵙자고 한 것”이라며 “중진의원 부인들이 나이가 많으니 '사모님' 했다가 '언니들' 했다가…참 좋았고 (김 여사가) 솔직하고 소탈하더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김 여사는 참석자들에게 대통령 시계를 선물했고 앞으로 중진 의원 부인들이 봉사 모임을 만들어주면 본인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소식을 접한 민주당의 재선 의원은 “‘조용한 행보’가 아니라 보기드문 광폭행보”라며 “야당이 보기에도 영부인이 큰 실수라도할까 조마조마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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