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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최고세율 25%→22%…尹정부 5년 경제방향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향후 5년을 이끌 윤석열 정부의 새 ‘경제 이정표’가 세워졌다. 키워드는 민간주도성장이다. 기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면서 규제를 완화해 투자·고용을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게 이른바 ‘민주성(민간주도성장)’의 목표다. 분배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문재인 정부)에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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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에서 ‘경제 이정표’ 보인다

16일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선 향후 5년간 정부가 초점을 맞출 정책 목표가 명확히 드러났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유·공정·혁신·연대 4대 기조에 기반해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민간 혁신 방안은 법인세 정비다. 과표구간(현행 4단계)을 단순화하고 최고세율(현 25%)을 22%로 인하한다. 최고세율 구간에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제 조세경쟁력을 강화해 투자·고용창출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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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세법개정안에 법인세 과표구간을 4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과표구간을 한 단계 늘리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는데, 이를 문 정부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소주성’에서 ‘민주성’으로 경제 이정표가 돌아갔음이 명확히 드러난다.

법인세 최고세율 기준으로 미국은 21%, 일본은 23.2%다. 영국(19%)·독일(15.8%)은 이보다 낮다. 관건은 국회 통과 여부다. 세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국회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추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 인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해 야당 설득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며 “‘딜’을 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에 본사를 둔 해외 자회사가 국내에 이익을 송금할 때 부과하는 배당금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세법 개정도 추진한다. 자회사가 있는 국가에 세금을 내고 한국에 세금을 추가로 내는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유보소득이 쌓이자 법인세 체계 바꿔 국내 자금 유입 늘리기 위해서다. 국내 자회사의 법인 출자자 배당금 과세도 줄인다. 가업 상속·증여 혜택과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세제지원은 확대한다.

규제 개선·개혁·완화·혁신·혁파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면 다른 한편으론 규제 족쇄 풀기에 나선다. ‘투트랙’ 민간 지원으로 투자·고용 활성화라는 성과를 얻겠다는 게 목적이다. 경제정책방향에 규제와 관련해서 쓰인 단어만 5개(개선·개혁·완화·혁신·혁파)가 넘을 정도다. 경제분야 규제를 전면 검토하기 위해 경제부총리를 팀장으로 하고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제 규제혁신 TF'를 설치한다. 현장 애로·환경·보건·입지·신산업 분야에서 규제를 발굴해 해소하기로 했다.

규제 신설은 최소화한다. 이른바 ‘원인투아웃(One In Two Out)’ 룰을 도입한다. 규제를 하나 만들 때 그 비용에 2배에 달하는 수준의 기존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토록 하는 제도다. 중앙정부의 각종 인·허가권 중 이전이 가능한 권한은 지방으로 이양하고, 입지·기업규모에 따른 차별 규제는 개선한다. 법 조항 없이도 행정적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그림자 규제’도 최소화한다.

부동산세 낮추고, 공급 늘린다 

물가와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상황에서 주거·복지 등 민생안정 대책에도 중점을 둔다. 부동산은 정부의 과세보단 시장 공급을 통해 안정화한다는 계획이다.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1세대 1주택자 재산세의 공정가액비율을 낮춘다. 생애최초주택은 지역·주택가격과 관련 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로 올리는 등 대출규제를 정상화한다. 대선공약이었던 250만호 주택공급을 위한 로드맵을 3분기 중 발표한다.

12일 오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12일 오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인구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만 65세 이상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기초소득은 월 30만원에서 4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만 1세 미만 아이에겐 내년부터 부모급여(내년 월 70만원, 2024년 100만원)를 지급한다. 만 1~2세는 내년 월 35만원, 2024년 50만원을 준다. 근로장려세제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지급액도 높이기로 했다. 장기근속 후 퇴직자에 대해선 퇴직소득세를 대폭 경감해준다. 구직급여는 실업자의 반복·장기 급여 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개선책을 찾는다.

공공·연금·노동 등 구조개혁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은 5년간 지켜갈 ‘경제 나침반’의 의미가 있는 만큼 중·장기적 구조개혁 목표도 제시했다. 공공·연금·노동·교육·금융·서비스 분야에서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공공부문 효율화·52시간제 개편 등 전 정부와의 거리두기가 개혁의 핵심으로 꼽힌다. 당장 규제를 풀고 법인세를 낮춰 활력을 높이되 체질 개선을 통해 장기적 성장동력을 함께 확보하려는 의도다.

전 정부에서 정부부채가 400조원 넘게 늘면서 총 1000조원을 넘어선 만큼 국가채무 증가속도를 통제할 만한 재정준칙을 시급히 마련하기로 했다. 비대해진 공공부문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개혁도 예고했다. 또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민연금 개선안을 2023년 하반기까지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 52시간제 기본 틀은 지키면서도 운영방법을 개선하는 노동개혁과 함께 대학 자율성 강화(교육)·금융투자세 2년 유예와 증권거래세 인하(금융)·서비스분야 규제 전수조사(서비스) 등도 추진한다. 증권거래세의 경우 내년 0.2%(현 0.23%)가 목표고, 종목당 100억원 이상 보유자를 제외하곤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대기업·부자감세 논란…‘건전재정’ 기조와 충돌

하지만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감세 정책이 새 정부가 출범 전부터 강조해 온 재정 건전성 강화 기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ㆍ고령화로 복지지출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감세 정책이 세입 기반을 흔들면 오히려 재정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ㆍ부자 감세란 비판도 있다. 대기업이 수혜를 보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다주택자와 주식 ‘큰손’에게 유리한 종부세 부담 완화와 주식양도세 폐지 등이 핵심이어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법인세를 인하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문제는 시점”이라며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국면에는 서민이나 중소기업을 위한 재정지출이 늘어야 하는데,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은 우선순위를 잘못 짚었다”고 꼬집었다.

추 부총리는 이런 비판에 대해 “기업에 대한 감세를 통해서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하면 결국 이것이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또 이것에 기초해서 세수 기반이 확대된다”며 “큰 틀에서 보면 기업에 대한 이런 세금 감면 조치는 오히려 재정이나 우리 경제 전체에 선순환을 할 수 있는 그런 장치”라고 반박했다. 종부세 인하를 둘러싼 부자 감세 논란에 그는 “비정상으로 갔던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ㆍ합리화를 위한 조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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