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몰아쳤던 비바람이 일단 멈췄다. 16일 코스피는 8거래일 만에 하락을 멈췄고, 코스닥도 800선을 되찾았다. 원화가치도 달러당 1280원대로 오르며 다소 힘을 회복했다.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도 모두 상승 마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자 오히려 안도한 모양새다. 불확실성이 사라진 영향이다.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16% 오른 2451.41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0.34% 오른 802.15로, 하루 만에 800선을 탈환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외국인, 기관의 ‘사자’ 덕에 장 초반 2% 넘게 급등했으나 이후 기관이 매도로 돌아서고 개인도 물량을 팔아 치우며 상승 폭이 쪼그라들었다.
16일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홀로 156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과 기관은 1569억원, 189억원을 팔아치웠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92억원, 929억원 어치를 사들였으나 개인이 208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수세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6개 종목이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33% 오른 6만900원에 거래를 마쳤고, LG에너지솔루션(1.67%)과 삼성바이오로직스(2.15%), 삼성전자우(3.05%), LG화학(4.10%), 삼성SDI(3.98%) 등도 주가가 올랐다. 반면 SK하이닉스(-0.51%), 현대차(-0.57%), 네이버(-1.84%), 카카오(-0.55%)는 주가 방어에 실패했다.
외국인 매수세에 달러 강세는 주춤했다. 원화 가치가 회복했다는 의미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4.9원 오른(환율 하락) 달러당 1285.6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밤 뉴욕증시 3대 주요지수도 모두 상승했다. 15일(현지시각)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1% 오른 3만668.53에 장 마쳤고 나스닥은 2.5%, S&P500 지수는 1.46% 상승 마감했다.
시장이 일단 하락을 멈춘 건 시장을 뒤흔든 불확실성이 사라진 영향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5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 인상 폭으로는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최대다. Fed가 거인의 발걸음을 옮기며 미국 기준금리는 연 1.50∼1.75%가 됐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적절치 않은 Fed의 물가 대응으로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자이언트 스텝으로 물가 안정에 대해 Fed가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을 시장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급격한 긴축이 오히려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에 위험 회피 심리가 누그러졌다”고 분석했다.
일단 시장은 안도 모드지만,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다음 달 FOMC에서도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해서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올해 말 금리 수준을 연 3.4%로 전망했다. 지난 3월보다 1.5%포인트 오른 수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에서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0.75%포인트 인상은 이례적으로 큰 것이며, 이런 규모의 움직임은 흔치 않으리라 예상한다”며 시장을 달래긴 했다.
미국이 긴축의 속도를 높이며 정부와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6일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 관련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까지 3~4주 정도 남아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 사이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자체는 우리보다 빠르다”며 “금리 격차 자체보다는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시 금통위 개최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