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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전거 대란', 돈 있어도 못 살 정도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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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자전거 라이딩이 인기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장거리 여행이 불가능해지자 도시 외곽으로 단거리 여행을 떠나거나 시내 라이딩을 즐기면서부터다.

中, 지금은 ‘로드 바이크 열풍’

몸에 꽉 끼는 전문 라이더 저지와 바지를 입은 자전거 라이더가 사람들을 제치고 빠르게 지나간다. 그 뒤를 접이식 자전거, 공유 자전거들이 이어 달린다. 신호등의 청신호가 밝혀지자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앞다퉈 달려나간다.

베이징 시민 바이판(白帆)은 단오절 연휴(6월 3일~5일)에 베이징 장안(长安) 거리에서 밤늦게까지 수많은 인파를 헤치며 라이딩을 즐겼다. 그는 3년 가까이 자전거 라이딩을 취미로 삼아 즐겨 하고 있다고 중국 잡지 중국기업가(中国企业家) 측에 설명했다.

그는 “이전까지 장안 거리에서 본 사람들은 패션을 전공하거나 SNS 상에서 비교적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많았다”며 “그러나 요즘 장안 거리에는 자전거 라이더들로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유 자전거, 전동 자전거, 접이식 자전거, 스포츠 자전거(로드 바이크) 등 길거리가 대중교통과 각종 자전거로 붐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이토록 많은 자전거를 보지 못했다. 도로를 꽉 채울 정도로 ‘자린이(자전거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자전거 초보자란 의미의 신조어)’들이 많아졌다” 바이판은 이처럼 자전거로 붐비던 시기는 없었다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베이징 장안(长安) 거리, 자전거를 탄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사진 中国企业家杂志 공식바이자하오]

베이징 장안(长安) 거리, 자전거를 탄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사진 中国企业家杂志 공식바이자하오]

최근 샤오훙수(小红书) 등 중국 대표 SNS에서도 자전거 인증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이 부쩍 증가했다. 6월 5일 오후(현지시간) 기준 샤오훙수에 자전거 관련된 피드가 93만 개에 육박했다. 자전거 장비, 자전거 도로 등 관련 피드 역시 각각 1만여 개, 2만여 개에 달했다.

중국 여행 정보 커뮤니티인 마펑워(马蜂窝)에서 발표한 스포츠 관광 테마 보고에 따르면 자전거 등 스포츠용품을 이용한 여행이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전거(로드 바이크 등 전문가용 자전거 포함)를 주요 여행 수단으로 삼는 사람 중 약 55.6%가 90허우(90后, 1990년대 이후 출생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전거 열풍’으로 자전거 제조 업계, ‘부품 재고 부족’ 시달린다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자전거 라이딩이 ‘붐’을 일으키자, 자전거 제조 업계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급증하는 자전거 수요를 제조 업체에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자전거 매장 점주들도 오히려 ‘울상’이다. 중국기업가에 따르면 베이징에 있는 수많은 자전거 전문 매장 대부분이 ‘재고 없음’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기업가는 한 자전거 전문 매장 점주의 인터뷰를 인용해 “부품 부족으로 자전거 자체가 수급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50평 남짓한 자전거 매장에 10여 개 정도의 자전거만 남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국 현지 매체 중국경영보(中国经营报)는 자이언트(Giant), 메리다(Merida), 시더성(喜德盛·XDS) 등 자전거 오프라인 매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인용해 각 매장의 판매량이 30% 가량 증가했으나, 보편적으로 재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인기 제품의 경우 ‘품귀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라고 부연했다.

[사진 자이언트 타이완 공식홈페이지]

[사진 자이언트 타이완 공식홈페이지]

중국 국내 자전거 생산은 주로 창장(长江) 삼각주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 장쑤(江苏)성 쿤산(昆山)과 톈진(天津) 등지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조업 중단이 이어지며 완성품 한 대 구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이언트 역시 한동안 공장 생산을 멈춘 상태였다가 장쑤성 쿤산에 있는 공장을 5월에서야 운영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흔하디흔한 자전거는 이제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태가 된 셈이다.

수입 위주의 핵심 부품 부족 문제도 자전거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베이징에 있는 한 메리다 매장 점주는 “로드 바이크의 경우 지난 1년간 입고되자마자 품절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로드 바이크는 변속 레버가 중요한 데 관련 시장을 일본 시마노(Shimano)가 독점하고 있는 상태(약 70~80% 점유율차지)”라며 “시마노 측에서도 코로나19 발생 이후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주문이 내년까지 밀렸다”고 설명했다.

시마노 쿤산 공장 관계자는 “자전거의 변속 레버는 휴대전화의 칩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면서 “게다가 변속 레버 원가는 자전거 금액의 4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문이 1년이나 밀린 셈이니 품귀 현상을 겪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사진 시나닷컴]

[사진 시나닷컴]

5월 가정의 달 맞아 자전거 수요 한층 ‘폭발’

자전거 부품 생산 문제에도 중국인들 사이에서 라이딩 인기는 지속 중이다. 단오절 당일, 낮 기온은 36~37도까지 치솟았지만, 저녁 7~9시 즈음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자전거 라이더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베이징청년보(北京青年报)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도 “현재 자전거가 중국에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며 “이는 사회적인 발전을 대표하는 일례”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시내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도시 외곽 지역의 경치를 즐기며 보다 전문적으로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도 느는 추세다. 베이징 외곽에 있는 계대사(戒台寺), 탄저사(潭柘寺), 탄왕루(谭王路) 등 지역도 인기 있는 자전거 코스로 떠올랐다.

베이징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이커머스몰 타오바오(淘宝)의 4월 통계에 따르면 2, 3선 도시에서도 ‘자전거 라이딩’을 검색한 수가 급증했다. 특히 5월 어린이날과 연인의 날 등 기념일이 많이 몰린 틈을 타 타오바오에서는 자전거가 기존 판매량보다 50% 이상 늘었다. 이중 어린이용 자전거, 로드 바이크, 접이식 자전거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중국의 또 다른 대표 이커머스 업체인 징둥(京东, JD닷컴)에서 발표한 스포츠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저녁 8시(현지시간)부터 5월 30일 정오 기준 아웃도어 장비 예약 판매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71% 늘어났다. 일반 자전거와 사이클링용 자전거를 포함한 자전거 라이딩 제품이 가장 잘 팔리는 품목으로 꼽혔으며, 전체 라이딩 관련 제품의 예약 판매 금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240%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越牛新闻]

[사진 越牛新闻]

어린이용 자전거 판매도 크게 늘었다. 중국기업가는 한 온라인 쇼핑몰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 3월 이후 자전거 판매가 크게 늘었는데, 그중 어린이용 자전거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오프라인서 ‘자전거 품귀 현상’… 온라인 중고 플랫폼서 웃돈 주고 산다

중국 자전거 업체인 주하오(九号公司) 관계자는 “어린이용 자전거를 비롯해 전반적인 자전거 제품이 2020년 즈음부터 판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매년 3월~가을 즈음까지 성수기였던 자전거 판매 업계는 올 들어 수급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이언트에서 인기 모델인 에스케이프 시리즈는 오프라인에서 남아있는 물량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엔트리 등급 모델은 현재 2598위안(약 49만 원)으로 저렴하지 않은데도 출퇴근용으로 인기가 많아 판매 사이트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온라인 중고사이트에서는 해당 제품에 오히려 웃돈을 얹어 최소 2600위안(약 50만 원)부터 파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사용감이 있는데도 제품 문의가 많아 발견하자마자 구매하지 않는 이상 손에 들어오기 어렵다는 후문이다.

중고 시장에서까지 자전거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수입 의존도가 높은 변속기를 대체하기 위한 중국 국산 업체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순타이(顺泰), 란투(蓝图) 등중국 변속기 제조 업체도 저가형 변속기 시장에 속속 진입하며 ‘핵심 부품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중국 부품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인기 제품에 적용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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