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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으로 창의력과 공간지각력을 키우는 방법은?”

중앙일보

입력 2022.06.16 06:00

6살 민지가 기찻길 블록을 연결하다가 말했다. “엄마, 이거 잘 안 끼워져.”
엄마는 바로 블록을 끼워줬다. 그런데 민지가 만드는 기찻길은 둥근 모양이 아니었다. 엄마가 말했다.
“민지야, 그렇게 연결하면 길이 끊어져서 기차가 계속 돌 수 없어. 이 블록은 여기 끼우면 안 돼. 엄마가 주는 블록을 순서대로 다시 끼워봐. 그러면 기찻길이 둥글게 만들어져서 기차가 계속 돌 수 있을 거야.”
민지는 엄마가 알려주는대로 다시 기찻길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민지가 블록을 맞추기 어려워하면 엄마는 블록을 대신 끼워주었다. 어느 순간 보니 기찻길을 만들고 있는 건 민지가 아니라 엄마였다. 드디어 기찻길이 완성됐다. 엄마는 기뻐하며 말했다.
“엄마가 알려준 대로 하니 기찻길이 둥글게 완성됐지?” 민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마, 우리 역도 만들자!”
민지는 블록으로 역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블록이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엄마는 불안한 마음에 “이제 그만 올려”라고 말했다. 그때 민지의 다리가 블록에 부딪히면서 무너졌다. 민지는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그만 올리라고 했지!”
엄마는 투덜거리며 무너진 블록을 다시 맞추기 시작했다. 옆에서 울던 민지는 울음을 그치고 엄마의 조언에 따라 남은 블록을 끼웠다. 역을 완성한 엄마가 말했다. “지금까지 엄마랑 많이 놀았지? 이제 혼자 놀아.”
자리에서 일어서는 엄마를 향해 민지가 소리쳤다. “엄마, 만들기만 했잖아! 기차 타는 놀이 해야지.” 함께 블록 만들기를 하며 충분히 놀아준 것 같은데, 역할 놀이까지 해야 하나 싶어 엄마는 힘이 빠졌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블록 한두 종류는 다 가지고 있으시죠? 블록은 그만큼 보편적인 놀잇감입니다. 아이들의 발달에도 도움이 되고요. 블록을 끼웠다 뺏다 하는 손놀림을 반복하면서 소근육, 눈· 손 협응 능력, 두뇌가 발달하거든요. 다양한 크기의 블록을 각기 다른 면에 끼우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레 공간지각능력도 자랍니다. 집, 자동차, 놀이터 등 상상하는 것을 블록으로 만들면서 창의력과 인내심을 키울 수 있고요.

아이와 함께 블록을 가지고 놀다 보면 민지네와 비슷한 상황을 흔히 겪습니다. 아이의 서툰 손놀림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양육자가 대신 블록을 끼워주거나 블록을 완성하는 것까지만 놀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블록은 장점이 많은 놀잇감인 만큼 잘 가지고 놀면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요. 정작 양육자들은 블록을 가지고 노는 법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오늘은 아이의 창의력과 공간지각능력을 키우며 블록 놀이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이렇게 사용하세요

①스스로 만들게 해주세요
블록 놀이를 할 때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아이에게 기회를 주세요. 블록을 끼우는 손놀림을 반복하는 동안 두뇌와 소근육이 발달하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블록을 끼우기 힘들어 하며 도움을 요청할 때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생각만큼 잘 안 끼워지는구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읽어준 후 방법을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아이는 조금 더 세게 눌러보기도 하고, 블록의 각도를 조정해 끼워보기도 하며 블록을 끼우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해결해주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며 블록을 완성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줍니다.

②아이가 마음대로 맞추게 놔둡니다
민지가 마음대로 만든 기찻길을 보고 엄마는 그 행동을 제지했어요. 기차놀이라면 당연히 기찻길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순한 기질의 민지는 엄마의 말에 수긍했지만, 보통은 “싫다”고 반발하는 아이들이 더 많아요. 아이들은 놀이 안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배웁니다. 양육자가 아이보다 앞서 알려주고 답을 제시하면 아이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없겠죠.

게다가 기찻길은 꼭 둥글게 연결되어 있어야 할까요? 아이가 만든 새로운 기찻길로도 재미있는 놀이가 진행될 수 있어요. 기찻길의 모양이 독특한 만큼 더욱 다양하게 놀 수 있죠. ‘지진으로 길이 끊어진 이야기’, ‘기찻길 끝에 있는 우리 집으로 가는 이야기’처럼요.

아이가 기찻길을 완성한 후 ‘어, 기찻길 연결이 안 되네’라고 말한다면 그때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며 기찻길을 조금씩 변형해보아도 됩니다. 아이가 처음부터 둥근 기찻길을 만들고 싶어했는데, 자꾸 어긋나게 기찻길을 연결할 때는 아이의 행동을 읽어주세요.

“둥근 모양을 끼웠더니 반대 방향으로 길이 생겼구나!” 그럼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다시 블록을 맞추게 될 거예요.

③‘블록이 무너진 순간’은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기회예요
블록 놀이를 할 때 자주 마주하는 장면이 있어요. 블록이 무너져 아이는 화를 내며 울고, 양육자는 피곤해지는 상황입니다. 이때 대부분의 양육자는 아이를 탓하거나 빨리 상황을 해결하고 싶어서 다시 블록을 만들어줍니다. 한번 그러기 시작하면 주객이 전도돼요. 양육자가 블록을 만들고, 아이는 옆에서 말로 지도를 하는 거죠.

블록이 무너진 순간은 아이의 ‘회복탄력성(어려움을 기회로 삼고 본래 자신으로 돌아오게 하는 힘)’을 키우는 기회예요. 아이가 울고 있다면, 먼저 감정이 진정되도록 잠시 기다려줍니다.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양육자가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처리할 시간을 주는 거예요. 아이가 울음을 그치면 이렇게 말합니다.

“블록이 무너져서 속상했구나. 그래도 한 번 만들어봤으니 이제 더 빨리 만들 수 있겠는걸! 이번에는 새로운 역을 만들 수도 있겠다.”

양육자의 격려를 받은 아이는 블록을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이 쌓이면 아이가 좌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견디는 힘이 생길 거예요.

④역할 놀이까지 확장해야 진짜 놀이입니다
블록 놀이는 ‘만들기 놀이’라고 생각하는 양육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블록을 맞추기만 하고 끝내는 건 마치 음식을 예쁘게 차려놓고 먹지 않는 것과 같아요. 아이가 만든 블록을 역할 놀이로 확장하면 상호작용 능력과 공감 능력까지 키울 수 있죠. 특히 혼자 블록 맞추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꼭 역할 놀이까지 확장해주는 게 좋습니다.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되거든요.

블록이 완성되었다면 “너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어?”라고 물으며 함께 역할놀이를 시작합니다. 어떻게 하냐고요? 민지가 만들었던 기차 블록을 예로 들어볼까요? 손님 역할의 인형을 기차에 태운 뒤 기관사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이 기차는 어디로 가나요? 재미있는 장소에 가주세요!”

자, 기차 여행 놀이가 시작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역할 놀이를 할 때도 아이가 놀이를 주도하도록 놔두는 거예요. 양육자의 역할은 아이의 놀이를 따라가며 적절히 반응해주는 것으로 충분하죠. 놀이를 하면서 아이가 하는 말을 잘 들여다보면, 아이의 생각과 감정이 놀이에 투사되어 나타나는 것도 보입니다.

간혹 양육자가 아이와 블록을 만들다 지쳐서 역할놀이를 할 자신이 없을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러면 아이와 함께 미리 놀이 시간을 정해보세요. 짧더라도 약속한 시각까지는 꼭 역할 놀이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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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블록으로 이렇게 놀아보세요  

다양한 블록 중에서도 ‘종이 블록’은 구하기 쉽고, 활용도가 높은 놀잇감이에요. 오늘은 종이 블록으로 하는 다양한 놀이를 함께 소개합니다.

①누가 높이 쌓아 올리나 게임하기
아이와 다양한 크기의 블록을 누가 더 높이 쌓는지 게임을 해 보세요. 아이의 키만큼 쌓아보기도 하고요. 블록을 넘어뜨리지 않게 살살 올리는 동안 아이의 신체조절력이 발달해요. 눈과 손의 협응력도 좋아지게 되죠. 블록을 가로로 길게 세우면 도미노 놀이까지 할 수 있어요.

②블록 길 따라 걷기
바닥에 징검다리처럼 종이 블록으로 길을 만들어 보세요. 블록을 밟고 조심히 걸으면서 아이의 균형감각이 발달합니다.

③블록으로 연못 만들어 낚시하기
블록을 둥글게 늘어놓아 연못을 만듭니다. 색종이로 만든 물고기에는 클립을 끼우고요. 긴 막대에 줄을 달아 자석을 붙이면 근사한 낚시 놀잇감이 되지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자석을 클럽에 맞추면서 주의집중력과 자기조절력을 키울 수 있어요.

④다양한 크기의 집을 만들어 역할 놀이하기
종이 블록을 쌓아 여러 가지 모양의 집과 가구를 만들어보세요. 원하는 모양의 집을 만들면서 아이의 공간지각능력과 창의력이 발달하거든요. 역할 놀이를 통해서는 언어와 사회성을 키우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리=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jung.sunean@joongang.co.kr

창의력과 공간지각능력 키우는 블록, 이렇게 놀아주세요
①스스로 만들게 해주세요.
②아이가 마음대로 맞추게 놔둡니다.
③블록이 무너졌다고요?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기회예요!
④역할 놀이까지 확장해야 진짜 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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