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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약한 그린으로의 초대...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중앙일보

입력

남춘천 15번 홀의 그린. [성호준 기자]

남춘천 15번 홀의 그린. [성호준 기자]

한국에서 가장 그린이 넓은 골프장은 남춘천CC로 꼽힌다. 9번 홀은 그린 앞뒤 거리가 약 50m다. 강원 춘천 악산 속 비교적 좁은 지형인데 그린이 넓은 게 특이하다.

설계자인 송호 송호골프디자인 대표는 “산악지형이라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그린 내의 고저 차도 크다. 퍼트하다 공이 그린 밖으로 흘러내려 가지 않게 하기 위해 공간이 필요했고 그린의 크기를 늘렸다”라고 했다.

송 대표에 의하면 남춘천의 평균 그린 면적은 약 850㎡(약 257평),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코리아가 550㎡(166평) 정도다. 남춘천이 1.5배 정도 된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그린은 큰 편인데 평균 598㎡(약 181평)다.

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는 그린이 가장 넓은 골프장으로 꼽힌다. 두 홀이 그린을 함께 쓰는 이른바 ‘더블그린’이어서다. 5번 홀과 13번 홀이 공유하는 더블그린은 3516㎡로 약  1063평이다. 평균 면적은 2068㎡(약 625평)이다.

명문 코스 중 그린이 작은 대표적인 골프장은 페블비치(325㎡)다. 올드코스 그린이 페블비치의 6.4배다.

남춘천은 한국에서 그린이 가장 넓으면서 경사도 가장 심한 골프장일 것이다. 16일부터 KPGA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데 연습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어려워했다.

남춘천 클럽하우스 앞에 전시된 예술품. [성호준 기자]

남춘천 클럽하우스 앞에 전시된 예술품. [성호준 기자]

지난주 KPGA 선수권에서 우승한 신상훈은 “그린 경사가 심해 서 있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이형준은 “경사가 심해 선수들이 고생하는 블랙스톤 골프장보다 어렵다. 종이를 구겨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감자 칩 같은 그린 때문에 ‘다시 안 와’라는 별칭을 가진 아시아나보다 어렵다는 게 선수들의 중론이다.

박상현은 “워낙 커서 선수들이 그린 위에서 웨지 샷을 하는 경우도 꽤 있을 것이다. 그린 손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웃었다.

그린은 골프 코스의 얼굴이자 심장이다. 서양에서 골프장의 코스를 관장하는 위원회를 그린 위원회라 부른다.

넓고 경사진 남춘천에서 한국 최고 선수들의 그린 플레이를 볼 기회다.

선수들의 스코어는 어떻게 될까. 송호 대표는 “몇몇 홀은 보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해야 할 것이다. 핀을 특별히 쉽게 꽂지 않는다면 이븐파 정도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형준은 “코스가 길지는 않아 짧은 아이언을 핀 근처에 잘 떨구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16언더파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허인회는 “핀 위치가 구석이라면 볼이 그린 밖으로 흘러내릴 가능성이 크다. 핀 위치가 어려우면 우승 스코어는 이븐파, 그렇지 않다면 15언더파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핀 위치가 문제다. KPGA 집행부는 코스가 어려우면 버디가 적게 나오고, 스코어가 낮은 KLPGA 투어에 비해 실력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쉬운 코스를 주문하고 있다.

경기위원회가 집행부의 주문을 받을지 고약한 그린을 십분 활용해 변별력을 높일지 주목된다.

프로선수들이 3단, 4단의 그린을 어떻게 공략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남춘천 그늘집에 전시된 예술품. [성호준 기자]

남춘천 그늘집에 전시된 예술품. [성호준 기자]

남춘천CC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골프장으로 개보수했다. 서울옥션과 협업해 클럽하우스에 예술품이 많고 그늘집에도 그림을 전시한다.
춘천=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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