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그린이 넓은 골프장은 남춘천CC로 꼽힌다. 9번 홀은 그린 앞뒤 거리가 약 50m다. 강원 춘천 악산 속 비교적 좁은 지형인데 그린이 넓은 게 특이하다.
설계자인 송호 송호골프디자인 대표는 “산악지형이라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그린 내의 고저 차도 크다. 퍼트하다 공이 그린 밖으로 흘러내려 가지 않게 하기 위해 공간이 필요했고 그린의 크기를 늘렸다”라고 했다.
송 대표에 의하면 남춘천의 평균 그린 면적은 약 850㎡(약 257평),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코리아가 550㎡(166평) 정도다. 남춘천이 1.5배 정도 된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그린은 큰 편인데 평균 598㎡(약 181평)다.
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는 그린이 가장 넓은 골프장으로 꼽힌다. 두 홀이 그린을 함께 쓰는 이른바 ‘더블그린’이어서다. 5번 홀과 13번 홀이 공유하는 더블그린은 3516㎡로 약 1063평이다. 평균 면적은 2068㎡(약 625평)이다.
명문 코스 중 그린이 작은 대표적인 골프장은 페블비치(325㎡)다. 올드코스 그린이 페블비치의 6.4배다.
남춘천은 한국에서 그린이 가장 넓으면서 경사도 가장 심한 골프장일 것이다. 16일부터 KPGA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데 연습라운드에서 선수들이 어려워했다.
지난주 KPGA 선수권에서 우승한 신상훈은 “그린 경사가 심해 서 있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이형준은 “경사가 심해 선수들이 고생하는 블랙스톤 골프장보다 어렵다. 종이를 구겨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감자 칩 같은 그린 때문에 ‘다시 안 와’라는 별칭을 가진 아시아나보다 어렵다는 게 선수들의 중론이다.
박상현은 “워낙 커서 선수들이 그린 위에서 웨지 샷을 하는 경우도 꽤 있을 것이다. 그린 손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웃었다.
그린은 골프 코스의 얼굴이자 심장이다. 서양에서 골프장의 코스를 관장하는 위원회를 그린 위원회라 부른다.
넓고 경사진 남춘천에서 한국 최고 선수들의 그린 플레이를 볼 기회다.
선수들의 스코어는 어떻게 될까. 송호 대표는 “몇몇 홀은 보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해야 할 것이다. 핀을 특별히 쉽게 꽂지 않는다면 이븐파 정도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형준은 “코스가 길지는 않아 짧은 아이언을 핀 근처에 잘 떨구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16언더파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허인회는 “핀 위치가 구석이라면 볼이 그린 밖으로 흘러내릴 가능성이 크다. 핀 위치가 어려우면 우승 스코어는 이븐파, 그렇지 않다면 15언더파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핀 위치가 문제다. KPGA 집행부는 코스가 어려우면 버디가 적게 나오고, 스코어가 낮은 KLPGA 투어에 비해 실력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쉬운 코스를 주문하고 있다.
경기위원회가 집행부의 주문을 받을지 고약한 그린을 십분 활용해 변별력을 높일지 주목된다.
프로선수들이 3단, 4단의 그린을 어떻게 공략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남춘천CC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골프장으로 개보수했다. 서울옥션과 협업해 클럽하우스에 예술품이 많고 그늘집에도 그림을 전시한다.
춘천=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