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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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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삶의 중요한 키워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줄임말)이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고, 퇴근 후에도 수시로 울려대는 상사의 문자 때문에 퇴근 후의 개인적인 삶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은 퇴근과 동시에 일로서 남겨두고, 이후 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과 자기 계발에 투자하자는 게 워라밸이 추구하는 가치였다.

그런데 요즘 새롭게 ‘워라블’이 뜨고 있다. ‘Work-life blending’을 의미하는 ‘워라블’은 일과 삶의 적절한 혼합을 뜻한다. 워라밸이 일과 취미생활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개념이었다면, 워라블은 일과 취미를 조화시킨 ‘덕업일치’(덕業一致·내가 너무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뜻의 신조어) 라이프를 뜻한다.

워라밸 VS 워라블

워라밸 VS 워라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워지면서 퇴근 이후 사생활이 무의미해졌고, 많은 직장인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신조어)가 됐을 때라고 생각한다는 게 워라블이 주목받게 된 이유다. 일을 단순한 경제활동수단으로 여기지 말고 커리어를 쌓고 자아실현 방법으로 여기자는 것이다. 이때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취미 생활과 평소 노력해온 자기 계발법들이 업무에 잘 녹아든다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일이 취미이고, 취미가 일인 삶. 그럴듯해 보이지만 어찌 보면 절대 성립될 수 없는 모순 같기도 하다. 일이 삶의 전부가 되는 것도 싫지만, 취미만 추구하며 이중생활을 하는 것도 힘들다. 결국 자신만의 선택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