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5대 부문 구조개혁에서 경제 위기 돌파구 찾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새 정부 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규제혁신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경제 위기 태풍에 대처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새 정부 규제혁신 추진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규제혁신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경제 위기 태풍에 대처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연합뉴스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개혁이 살길

경제 체질 바꿔야 생존, 국회 협력 나서야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제 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면서 한 말이다. 1970년대 이후 반세기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를 덮치는 고물가·고금리·고달러 충격이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경제전쟁의 대장정을 시작하자”고 하자 여당이 과감한 규제개혁에 나서자고 호응한 것은 바람직하다. 특히 추 부총리가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국회가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한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현 시점에서 5대 부문 구조개혁을 강조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동안 경제 위기는 재정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전통적 대처법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 주도 경제 운영 여파로 재정을 더 확대할 여력이 없다. 더구나 금리는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한동안 올려야 할 판이다.

돌파구는 경제 체질 변화다. 사실 한국 경제는 진작에 일본처럼 재정 확대나 금리 인하로는 경기가 꿈쩍도 안 할 만큼 노쇠 현상을 보였다. 경제성장률이 1%대를 향해 하락하고, 저출산으로 미래 성장동력인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어제 발표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전년보다 4계단 추락해 27위로 미끄러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는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그 수단이 바로 5대 부문 구조개혁이다. 문재인 정부가 큰 정부를 추구하며 공공 부문이 너무 비대해졌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더 심해진 학력 저하 현상을 봐도 당위성은 충분하다. 기초학력 미달자가 넘쳐서는 국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선진국에선 보기 어려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사태 같은 금융 사고가 빈발하는 것도 금융의 후진성 탓이다. 해외에서는 되는데 한국에선 규제에 막혀 법률 위반이 되는 4차산업 서비스가 어디 한둘인가.

이쯤 되면 규제는 한국 경제의 악성 종양이라고 봐야 한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만이 해법이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규제 50% 철폐”를 제안했고, 서동원 전 규제개혁위원장은 “규제개혁도 투자”라고 말했다. 5대 부문 구조개혁은 지금 몰아치는 퍼펙트 스톰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보고에 능숙한 공무원들의 책상머리 개혁 방안을 과신해선 안 된다. 대통령실에 규제 철폐 현황판을 걸어놓고 주무 장관에게 구체적 성과를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전봇대 및 손톱 밑 가시 뽑기에 실패한 역대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 국회 역시 결자해지의 자세로 악성 규제 해체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