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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건희 여사, 공사 구분하고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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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너럭바위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너럭바위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봉하행 지인 동반 등 조용하지 않은 행보

대통령에게도 리스크…국민 60% ‘내조 집중’

국민의힘과 정부·대통령실이 복합경제 위기를 경고한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로부터 받은 질문 8개 중 4개가 김건희 여사 관련이었다. 김 여사가 봉하마을로 권양숙 여사를 만나러 가며 자신이 운영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전·현직 직원들과 동행한 게 논란이 됐다. 사실상 공적 업무였는데도 사적 인연을 앞세운 모양새가 돼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이걸 좀 어떤 식으로 정리해 해야 할지 저도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국민 여러분께 (의견을) 들어가며 차차 이 부분을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또 “지금 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 다닐 수도 없고, 어떻게 좀 방법을 알려 달라”고도 했다.

이런 문답이 오가야 하는 상황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물론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에 과도한 관심과 비판이 쏠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원인 제공을 김 여사가 했다고 본다.

김 여사는 대선 국면에서 자격 논란을 불렀다. 이력을 부풀리거나 허위로 기재한 게 드러났고, 특정 성향의 매체 인물과 50여 차례에 걸쳐 선을 넘는 발언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대선후보 부인으론 처음으로 공개 사과해야 했다. 김 여사는 당시 “과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국민 다수는 이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가 ‘내조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답변 비율이 60.5%였다.

하지만 김 여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떠들썩했던 봉하행만이 아니다. 특정 언론과 인터뷰했고, 대통령 집무실에 반려견을 데리고 가 윤 대통령과 사진을 찍고 자신의 팬클럽에 공개했다. 역대 대통령 부인 기준으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가 하면 팬클럽 운영자는 SNS에 막말과 욕설을 남겼고 “개들이 짖어도 김건희 팬덤은 계속될 것”이란 주장을 했다. 또 봉하행에 동행한 지인이 선대위 본부장과 인수위 자문위원을 지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래서야 조심 또 조심했다고 할 수 있겠나.

대통령 부인이 갖는 ‘비공식 권력’이란 이중성을 부인하려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대외활동을 위한 공적 조력을 받을 필요도 있다. 하지만 “제2부속실을 두지 않겠다”고 했던 마음가짐을 망각해선 안 된다. 공사(公私)를 뒤섞어도, 비선(秘線) 의심을 받아서도 안 된다. 팬클럽과도 거리를 둬야 한다.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의 리스크가 되는 건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 극복을 위해선 국민적 연대와 희생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대통령 부부가 대단히 신중하고 현명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