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GS·CJ도 뛰어든 바이오…삼바 “경쟁사 많을수록 좋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는 인파로 북적였다. 최은경 기자

#1. 지난 1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전시회인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이 열리는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 센터. 캘리포니아주에서 온 바이오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 해클리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를 찾아 제품 개발·생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그는 “삼성의 부스 규모와 체계적 생산 시스템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2. 같은 날 또 다른 부스인 한국관. 멕시코 바이오 회사 대표인 산티아고 요만스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LSK글로벌파마서비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싶다며 상담 중이었다. 이 회사 허진희 팀장은 “생각보다 방문객 명함이 많이 쌓였다”며 “한국 진출을 원하는 해외 바이오 회사가 코트라(KOTRA)를 통해 연락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트라와 한국바이오협회가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강스템바이오텍·스탠다임 등 12개 바이오 회사가 잠재 고객사를 맞았다.

3년 만의 대규모 대면 행사로 열리는 바이오USA에서 ‘K 바이오’가 주목받고 있다. 또 국내 주요 대기업이 잇달아 뛰어들면서 K-바이오 영역도 확장할 전망이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행사에 단독 부스 중 가장 큰 규모(140㎡)로 참가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쟁하는 미국 캐털란트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리의 주요 경쟁자”라며 “인천 송도의 바이오 클러스터 역시 인정할만하다”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는 가장 북적이는 곳 중 하나였다.

이달 7일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바이오USA에 참여했다. 이 회사는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위약금을 물 각오로 부스를 확보했다. 그만큼 글로벌 데뷔에 적극적이었다. 배경에는 그룹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이훈기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은 “바이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식품·화학·유통·호텔 등 기존 사업 중 유망하지 않은 사업을 매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롯데가 바이오 사업에 10년 동안 2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건 지난달 13일이다. 롯데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GS는 지난해 국내 1위 보툴리눔톡신 기업인 휴젤을 인수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신약 개발을 목표로 아산병원의 줄임말을 딴 암크(AMC)바이오를 설립했다. CJ는 신약개발 업체인 천랩을 인수해 올 초 CJ바이오사이언스로 출범했다. 이밖에 신세계·한화·두산도 바이오산업에 진출했다.

과거 한화·CJ·롯데 등이 발을 담갔지만, 도중에 사업을 접는 등 바이오 분야는 ‘대기업의 무덤’이라 불렸다. 선 투자 후, 성과를 내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데다 리스크도 커서다. 하지만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으로 실적 개선을 이루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른 기업의 진출을 반기는 모습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CDMO 진출에 대해 “이익과 매출도 중요하지만 인류를 위해 시장에 경쟁사가 늘어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바이오 진출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일본 후지필름과 JSR 등도 바이오에 투자해 CDMO 분야에서 괄목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샌디에이고=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