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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재로 가스관 못 고쳐”…독일에 가스 공급 40% 줄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회사 가스프롬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통해 독일로 수송하는 천연가스를 40% 줄였다. 서방의 대러 제재로 가스관의 고장난 부품 수리와 수송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가스프롬은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회사 에니(Eni)에도 별다른 설명 없이  15일(현지시간) 가스 공급량을 전날 대비 15%가량 줄이겠다고 알려왔다고 AFP·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가스프롬은 노르트스트림을 통해 독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 양을 하루 1억6700만㎥에서 1억㎥로 줄였다고 뉴욕타임스(NYT)와 러시아 독립매체 모스크바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가스프롬은 이날 트위터에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에서 사용하는 터빈이 고장났고, 수리를 위해 외국에 보낸 터빈이 제때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터빈 제작사는 독일 지멘스에너지다. 해당 터빈은 캐나다 업체에서 제작해 2009년 러시아로 넘겨져 작동한 지 10년이 넘었다. 지멘스에너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업체에서 터빈 수리를 완료했지만, 캐나다의 대러 제재로 가스프롬으로 반환하는 것이 현재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수리된 터빈을 받을 수 없게 됨에 따라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가스 공급량을 계속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러시아 북서부 레닌그라드주 비보르크에서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 북동부 그라이프스발트로 연결됐다. 러시아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수출되는 주요 수송로다. 수송 용량은 연 550억㎥에 달한다.

지난해 독일과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의 수송량을 2배로 늘리기 위해 비슷한 노선을 따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완공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독일이 폐쇄했다.

미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수출로에도 비상이 걸렸다. NYT는 미국의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항인 텍사스주 프리포트 LNG터미널에 지난 8일 플랜트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부분 재가동까지 90일이 걸리고, 정상 가동은 연말까지 불가능한 상태다. 유럽은 전체 LNG 수입량의 약 10%를 프리포트 LNG터미널에서 들여왔다.

유럽의 천연가스 확보에 악재가 겹치자 14일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거래소의 메가와트시(㎿h)당 천연가스 가격은 전날보다 16% 급등한 97유로(약 13만원)를 기록했다. 난방용 가스 수요가 적은 여름이어서 독일 등 유럽이 연료 고갈 위험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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