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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누리호 못 뜬다…1단 산화제 센서 오류 “발사 일정 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발사 예정이었던 한국형 발사체(누리호·KSLV-Ⅱ)의 2차 발사가 잠정 연기됐다. 발사를 하루 앞둔 15일 조립동에서 1.8㎞ 떨어진 발사장으로 이송해 전기 연결 등 점검 작업을 하던 중 1단 로켓 산화제 센서가 비정상 작동하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4일 강풍에 밀린 이송 및 발사 일정이 이번에는 누리호 자체의 문제로 재차 연기됐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15일 오후 발사를 앞두고 벌인 기술문제점검 도중 1단부 산화제탱크의 레벨 센서 이상이 확인돼 점검이 중단, 조립동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지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15일 오후 발사를 앞두고 벌인 기술문제점검 도중 1단부 산화제탱크의 레벨 센서 이상이 확인돼 점검이 중단, 조립동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지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 발사체사업본부장은 이날 오후 5시15분께 열린 누리호 2차 발사 현황 브리핑에서 “1단 산화제 탱크 센서 문제 발생으로 현장에서 원인 파악을 시도했지만 현재로써는 발사 진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정환 본부장이 설명한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는 산화제 탱크가 충전되는 수위를 측정하는 장치다. 산화제는 로켓 연료에 불을 붙일 때 필요한 산소를 압축해 액체로 만든 것으로 영하 183도의 극저온 상태에서 수위를 측정해야 하므로 센서가 필요하다. 산화제 센서 문제는 실제 산화제를 주입하기 전 점검 과정 중인 이날 오후 2시5분쯤 발견됐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15일 오후 5시 15분 누리호 2차 발사 과정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수정 기자.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15일 오후 5시 15분 누리호 2차 발사 과정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수정 기자.

이 센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산화제를 주입하기 전이라도 기체가 움직이는 정도에 따라 센서값이 변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점검에서 센서값 변화가 보이지 않았고, 연구진이 여러 시도를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고 본부장은 “이런 경우 센서의 값을 믿을 수가 없고, 산화제가 얼마나 탑재될지 계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센서 중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된 건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항우연 측 센서 자체의 문제거나 센서를 연결하는 케이블, 또는 센서가 계측한 신호를 받아 값으로 바꿔주는 터미널 박스의 문제일 것으로 추정했다. 고 본부장은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정확히 확인이 필요하고, 파악된 원인에 따라 문제 해결에 걸리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1단 산화제 센서 외에 다른 부품은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항우연 측에 따르면 이날 발사장 현장에서 기체 내부 점검을 통해 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 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기체가 세워져 있는 상태라 접근과 확인 작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누리호 발사준비위원회를 열어 오후 5시쯤 누리호의 조립동 재이송이 결정됐다. 당장 16일 발사는 불가능하게 됐다.

향후 발사 일정은 조립동에서 파악한 정확한 문제 원인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문제냐에 따라 누리호의 어디를 얼마나 분해할지가 달라진다. 고 본부장은 “이상 부위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향후 일정을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이달 16~23일을 넘겨 발사를 진행하게 될 경우 발사 예비일 지정 통보를 취소하고 다시 발사일을 잡아 국제사회에 알리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기술적 검토를 거쳐 발사관리위원회를 통해 다음 발사 일정을 잡게 된다.

발사 예비일 뒤로 발사가 미뤄지면 날씨가 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 중기예보상 이달 하순 고흥은 흐린 날씨가 이어지지만,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가 내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기상청 관계자는 “시일이 지날수록 날씨 조건은 불리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달을 넘기면 태풍이 북상할 수도 있다. 다만 고 본부장은 “산화제 충전 과정이 아닌 기립 후 점검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로 누리호의 근원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단순한 하드웨어 문제가 아닐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번 산화제 센서 문제는 지난 1차 발사 때는 발생하지 않았다. 항우연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연구진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고 본부장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발사할 수 있고, 빨리 확실히 해결해서 다시 도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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