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월드 클래스’가 아니다”는 부친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의 발언을 영국 현지에서 오역하는 일이 있었다.
최근 영국 매체와 소셜미디어에는 ‘손웅정씨가 토트넘 스타(손흥민)가 월드클래스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손 감독이 “[Son] must be able to play a solid role in one of the world's top clubs. That's when he will become a world class player(손흥민은 세계적인 톱 클럽에서 확고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월드 클래스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해석돼 영국이 떠들썩했다.
손 감독의 발언은 “그렇다면 토트넘은 최고의 클럽이 아니라는 말인가”라는 뜻으로 해석돼 오해를 샀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한술 더 떠 “손웅정씨가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에서 뛰기 위해 토트넘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했다”고 확대 해석했다.
지난 11일 강원도 춘천의 손흥민체육공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손웅정 감독의 ‘워딩’은 이랬다.
-손흥민이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에 가입했고 최다 득점 4위에 올라갔고, 아시아인 EPL 최초 득점왕을 차지했는데, 10% 더 끌어 올려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나.
“‘이만하면 됐다’고 할 때 위기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음악가들이 ‘솔’에 해당하는 음 높이를 유지하려면 (한 음계 위인) ‘라’를 낸다는 마음가짐으로 연습합니다. 늘 10% 성장을 항상 꿈꾸고 상상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예전(2018년)에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가 아니다”고 하셨는데. 변함없나.
“전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생각하는 월드클래스 기준은.
“월드클래스요? 글쎄요. 전 세계에 최고의 클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준? 그 정도가 월드 클래스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거기까지 도달하려면 뭐가 더 나아져야 할까.
“‘모든 분야의 10% 정도만 더 성장하면 가능하지 않겠나’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손 감독의 에세이를 보면 소위 허파에 바람이 들지 않게 아들을 다그쳤는데. 축구 외적으로 어떤 부분을 강조하나.
“영원한 건 없잖아요. 제가 건방지게 보일지 모르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생각해요. 열흘 이상 지속되는 꽃이 없고. 흥민이가 어려서 축구를 좋아해서 사랑해서 행복해서 했고 지금도 그것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외 다른 것을 생각하면 초심을 잃은 겁니다. 흥민이가 18세에 함부르크에 있을 때도 제가 얘기한 게 ‘유혹이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방해하는 것’ 입니다. 그 부분은 은퇴할 때까지, 또 우리가 일반인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조심성을 가지고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전체 맥락을 보면 일부 영국 매체와 소셜미디어가 손 감독의 발언을 확대 해석했음을 알 수 있다. 손 감독은 아들이 행여 자만할 까봐 겸손을 강조했을 뿐이다.
영국 매체 90min도 15일 “번역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손실 되었거나 잘못 해석됐다. 토트넘과 월드 클래스가 되는 것에 대해 실제로 말한 것은 이렇다”며 손 감독의 실제 발언을 전했다. 또한 “토트넘에 대한 언급을 없었다. 토트넘이 최고 클럽이 아니라는 암시도 없었고 그저 최고의 클럽만 강조했을 뿐”이라는 토트넘을 취재하는 한 한국 기자의 발언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