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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올리지 말고 꼼짝마"…북창동 들이닥친 경찰이 잡은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 10일 오후 10시 40분, 서울시 중구 북창동의 한 건물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출동팀이 신분증을 내보이자 남자 손님 3명은 벗고 있던 바지를 황급히 추켜올렸고, 이들과 짝을 지어 음란 행위를 하던 여성 접객원 3명은 얼굴을 가렸다. 이곳은 20여 년 전 ‘북창동식 퇴폐 유흥’을 전국에 퍼뜨린 원조 업소였다. 소위 2차라 불리는 성매매와 유사성행위를 룸에서 진행하는 불법 술집이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이번처럼 유사성행위를 현장에서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불법 유흥업소 앞은 소위 ‘문빵’으로 불리는 문지기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뚫고 업소 안으로 진입해도 카운터에서 비상벨로 경찰 단속을 알리면 “손 쓸 도리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사성행위 범죄의 경우, 남성 손님들이 바지만 추켜올리면 현장 증거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20년 된 업소가 단속을 당하면서도 주인을 바꿔 다시 영업을 계속 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는 업소에서 대처가 불가하도록 신속하게 진입해 불법 현장을 적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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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형 성매매 등 단속…성매매 몰수추징보전 최고액 기록

북창동 불법 유흥업소와 같은 조직형 성매매 업소 14곳, 불법 게임장 9곳 등이 최근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자치경찰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집중 단속을 실시한 결과다. 이번 단속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로 성매매와 불법 게임장 영업 등 풍속범죄(성도덕에 벗어나거나 미풍양속을 해침으로서 성립하는 범죄)가 다시 성행할 것에 대비한 것이었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단속 업무(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와 관리감독(자치경찰위)이 분리된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성과이기도 하다.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A씨 등 6명이 구속됐고 관계자 151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지하1층~지상 5층 규모의 대형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며 인터넷 성매매 광고를 보고 방문한 손님에게 성매매를 알선해 약 9년간 총 241억원의 범죄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성매매 장소로 제공된 181억원 상당의 안마소 건물과 범죄수익금 241억원 등 총 423억원을 몰수추징보전했다. 이는 성매매 범죄와 관련해 몰수추징보전한 금액 중 역대 최대다.

또 경찰은 환전 등 불법 게임장을 운영한 B씨를 구속하고 관계자 34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B씨는 서울, 인천, 경기 등 4개 지역에서 일명 빠칭코 게임기 87대를 설치하고 손님에게 환전하는 등 불법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풍속범죄 증가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2년간 성매매 등 풍속범죄가 감소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성매매 업소 단속 건수는 1023건이었지만, 2020년은 650건, 2021년은 418건이었다. 올해 풍속범죄 단속 건수는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증가했을 우려가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이 대형 불법업소를 중심으로 선제적인 단속에 나선 이유다.

경찰은 적발된 업소에 대해 과세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하고 및 기소 전 몰수보전 등을 통해 범죄수익을 환수하고 있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성매매 광고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해 불법 영업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음성화·지능화되고 있는 불법업소에 대해 엄정한 단속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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