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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항소심서 “삼성SDI, 해고 노동자에 2000만원 배상하라”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서울고등법원=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서울고등법원=연합뉴스

삼성그룹 ‘노조 와해’와 관련해 삼성SDI가 해고 노동자에게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심은 삼성SDI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이 이를 뒤집었다.

15일 서울고법 민사1부(전지원 이재찬 김영진 부장판사)는 해고 노동자 이모씨가 이상훈 전 이사회 의장, 강경훈 전 부사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4명과 삼성SDI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삼성SDI가 이씨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SDI가 원고를 문제 인력으로 지정하고 감시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 등 전·현직 임원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1987년 삼성SDI에 입사해 국내외 공장 등에서 근무한 이씨는 2012년 6월 해고됐다.

이씨가 여러 차례 회사를 상대로 금전과 해외 주재원 처우 보장을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회사에 적대적 활동을 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게 해고 사유였다.

이씨는 자신이 삼성SDI 노조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하자 회사 측이 보복성으로 자신을 해고했다며 2020년 3월 삼성SDI와 회사 임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이씨는 2013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전략 문건’(S그룹 노사전략)에 자신의 이름이 올랐다며 부당 해고라고 주장했다.

이 문건엔 노조 설립 시 주동자를 해고하는 등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계획이 적혀 있다. 문건 책임자로 지목된 이들이 기소돼 강경훈 부사장 등은 유죄, 이상훈 전 의장은 무죄가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이씨가 이미 과거에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점을 고려해 삼성SDI의 손을 들어줬다. 이미 대법원에서 이씨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에 이와 모순되는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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