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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적폐청산 해야죠" 현실화에…노무현 사진 가리킨 우상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속도를 내는 검찰의 이른바 ‘산업부(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보복수사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모두의 예상대로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를 법무장관에 임명해서 첫 작품으로 보복수사를 개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 초반 소위 적폐청산 수사도 정치보복이었는 되묻고 싶다”고 반박하면서 여야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노무현 사진 가리킨 野…“文 수사도 할 거냐”  

우 위원장은 이날 “검찰이 우리 당 박상혁 의원을 소환 조사하겠단 것이 보도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때도 이런 정치보복 수사를 했다. 정치보복은 반드시 실패하고 정권 몰락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박상혁 의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시절 산업부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종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를 거론하면서다.

우 위원장은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검찰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런 방식의 국정 운영이 초기부터 시작되면 이명박 정부 시즌2가 된다. 그 결과가 어떤지 아시지 않나”라며 회의실에 걸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가리켰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이 서거에 이르렀다는 인식이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의실 벽에 걸려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액자. 사진은 지난해 9월 29일 최고위원회의때의 모습.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의실 벽에 걸려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액자. 사진은 지난해 9월 29일 최고위원회의때의 모습. 임현동 기자

우 위원장은 이어 “박상혁 의원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있으면서 혼자 지시했겠냐”며 “언론 보도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윗선으로 번질 거라 예고하고 있다. 그 윗선은 어디까지냐.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안 간다는 보장이 있냐”고 목청을 높였다.

“정권 교체기마다 있었던 일…尹 정부도 전현희 사퇴 종용”

그러면서 우 위원장은 소위 블랙리스트 논란이 “정부 교체기에 늘 있는 갈등 사안”이라며 “이게 과연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였느냐 하는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를 개선해야 할 문제이지, 이게 왜 사법처리 대상이냐”는 것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도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한 공무원을 압박해 많은 사람이 옷을 벗었고, 지금 정부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공무원에 그만두라고 종용하고 있다. 이것도 블랙리스트인가”라며 “이걸 수사하겠다고 하니깐 우리가 정치보복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임현동 기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임현동 기자

이와 관련 그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실명을 언급하며 이들이 현 정부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우 위원장은 “(전 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사람이) 누군지도 제가 알고 있다”며 “그분도 똑같이 수사하고 처벌할 건가”라고 말했다.

“尹 ‘해야죠. 돼야죠’ 현실화…검찰 못된 패턴 반복”

민주당이 정치보복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이미 정치보복을 예고했다”는 오랜 의심이 깔려 있다. 윤건영ㆍ고민정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 15명은 이날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집권하면 당연히 수사하겠다며 정치보복을 공언했다”며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 우려의 근거는 바로 윤 대통령 본인의 말”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본지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우 위원장도 이날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그는 “단순 참고인인 박상혁 의원을 마치 심각한 피의자인 것처럼 언론에 흘려서 접근하는 것은 검찰의 전통적인 못된 패턴”이라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박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언론에 흘리고 표적 만들고 그림을 그렸던 구태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검찰 수사를 신중하게 바라보는 의원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인 한 의원은 “정치 보복인지 아닌지는 더 지켜볼 일”이라면서도 “참고인의 이름을 언론에 내며 여론을 만드는 행위는 분명히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취재단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취재단

與 “김은경 수사도 정치보복이냐”…“지은 죄가 많은 모양”

민주당의 반발에 국민의힘은 “검찰의 정상적 수사에 보복 수사 프레임을 씌워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정권의 적폐청산 수사도 정치보복이라고 하면 우 위원장 의견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이미 대법원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며 “문재인 정부 검찰이 수사해서 기소한 김 전 장관 사건도 정치보복이라고 우길 것이냐”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도 페이스북에 “5년 내내 무자비한 보복수사를 자행해놓고 이제 와서 시작도 안 한 사건을 보복 수사한다고 난리를 친다”며 “지은 죄가 많기는 한 모양”이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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