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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 "'포레스트 검프'로 돈 너무 벌어 악마적 존재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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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행크스. 지난 5월 칸 영화제에 참석했을 당시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톰 행크스. 지난 5월 칸 영화제에 참석했을 당시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톰 행크스는 단순한 배우를 넘어 하나의 장르다. ‘포레스트 검프’와 같은 드라마부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등 로맨틱 코미디까지, 죄다 소화해낸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할리우드의 역사라 해도 손색 없다. 그런 그가 이번엔 논쟁적 역할로 돌아온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키워낸 감각은 있으나 악덕 매니저로도 비판 받는 톰 파커 역할로, ‘물랭루즈’ 감독인 바즈 루어만의 신작 ‘엘비스’의 주연이다.

파커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발탁해 세계적 스타로 키워냈지만 자신의 도박 빚 등을 청산하기 위해 비인간적으로 많은 스케줄을 잡는 등, 엘비스의 몰락에도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름과 국적도 사기였다고 한다. 톰 파커라는 이름의 미국 국적자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실제론 안드레아스 반 쿠즈크라는 이름을 가진 네덜란드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파커가 없었다면 엘비스도 없었다. 이달 말 개봉을 앞두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3일(현지시간) 게재한 인터뷰에서 행크스는 “파커는 언제나 다른 누군가가 갖고 있는 것을 취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었고, 엘비스를 찾아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되는 존재였다”며 “파커가 사랑했던 스타일과 음악은 엘비스의 성공을 위한 시크릿 레서피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파커에 대해선 여러 논란이 있고 그가 (엘비스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만을 위해 일을 벌였다는 주장도 일리 있으나 결국, 파커도 그저 인간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 '엘비스'의 주연들. 왼쪽이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기한 배우 오스틴 버틀러, 오른쪽이 행크스. EPA=연합뉴스

영화 '엘비스'의 주연들. 왼쪽이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기한 배우 오스틴 버틀러, 오른쪽이 행크스. EPA=연합뉴스

행크스는 지금까지 대체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선한 캐릭터들에 찰떡인 배우로 활약해왔다. 그런 그에게 톰 파커 역할은 일종의 도전인 셈이다. 행크스 같은 배우가 배역을 고르는 기준은 뭘까. 지금이야 그에게 제안이 쏟아지지만 그도 한때 무명이었다. 그가 NYT에 한 말을 그대로 옮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중앙포토]

영화 '포레스트 검프' [중앙포토]

“있잖아요, 나는 자고 나니 스타가 되어있던 타입이 아니었어요. 오랜 기간 영화판에서 있었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들어오는 모든 일에 예스를 할 필요는 없겠구나’라고 말이죠. 이젠 뭘 하면 되지? 전화벨이 울리긴 할까? 울리면 바로 예스라고 하곤 했죠. 하지만 슬슬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나의 배우로서의 갈증을 동시에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습니다. 자신이 되고 싶은 아티스트가 되는 길을 위해 버틸 수 있어야 해요. (중략) 한때 로맨틱 코미디도 많이 했었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그런 스크립트는 검토하지 않겠어’라고 말하게 됐죠.”  

일을 열심히는 하되,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엔 닥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방향성을 잘 설정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조언으로 정리된다. 이는 비단 배우 커리어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터다. 능력을 갖춘 뒤라면 잘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합치시켜 나가야 한다는 인생 선배의 조언으로 들린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행크스. 영화사 제공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행크스. 영화사 제공

대성공을 거둔 ‘포레스트 검프’에 대해 그는 어찌 회고할까. 이 영화로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영화도 전 세계에서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다. 행크스의 답은 이랬다.

“‘포레스트 검프’의 문제는 이거였어요. 수십억 달러라는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는 거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나는 그저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마치 상업적인 이득을 노리고 영화를 만든 악마적 존재처럼 각인됐다는 거죠.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을 보면 거부할 수 없는, 마음이 너무 아픈 인간적인 면모가 있지 않나요. 이 영화가 상업적 성공작으로서가 아니라, 그의 착한 인간성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 [중앙포토]

영화 '포레스트 검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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