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했던 인사도 별문제가 있는 게 아니겠네요?”
지난달 2일 국토교통부 장관 청문회의 야당 청문위원이었던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당시 원희룡 장관 후보자(현 장관)와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두고 공방을 벌였던 박 의원의 발언이 요즘 주목받고 있다. 박 의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공공기관 인사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대상에 올라서다.
박 의원은 당시 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 낙하산 인사에 대해 “정도를 넘어섰다”“정도껏 해야 한다”고 비판한 원 장관을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다음은 당시 회의록 중 일부.
박 의원:“국토교통부의 많은 인사자리가 있을 텐데 어떻게 할 겁니까?”
원 후보자:“정도껏 하자는 겁니다.”
박 의원:“하시겠다는 건지 안 하시겠다는 건지.”
원 후보자:“필요한 걸 해야지요.”
박 의원:“필요한 건 해야 하지요? 그럼 문재인 정부에서 했던 건 별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네요?”
원 후보자:“정도를 넘어섰다고 봅니다.”
박 의원:“그 정도라는 건 생각하는 게 다 다르고요.”
청문회 막바지에 주고받은 문답이라 낙하산 인사에 대한 추가 질문은 없었다. 다만 야당 입장에선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었던 문제라, 여당에선 박 의원의 질의가 의아하단 반응이 나왔다. 당시 회의를 지켜봤던 한 참석자는 “박 의원이 블랙리스트 수사 대상에 올랐단 소식을 들었다”며 “그때 일종의 자기 해명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박 의원이 낙하산 인사를 많이 한 걸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도 했다.
검찰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산자부 산하기관장 중도 사직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 의원에 대한 추가 수사도 필요하단 입장이다. 현재 몽고 출장 중인 박 의원은 15일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참고인 조사를 요청해 일정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검찰이) 언론에 흘리고 표적을 만들고 그림을 그렸던 구태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 2년간 적폐청산 수사도 정치보복이었느냐”며 “김은경 장관이 구속된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문재인 정권에서 수사했다, 그것도 정치보복이라 우길 것이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