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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연금 늘자 '사별 삭감' 급증, 남편 유족연금 받아도 44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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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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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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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령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런저런 사유로 한 사람에게 두 개의 연금이 돌아가는 경우도 늘어난다. 이럴 땐 하나가 사라지거나 줄어든다. 이른바 중복조정이다. 일반적인 형태의 국민연금인 노령연금, 사망 후 가족에게 돌아가는 유족연금, 장애연금, 반환일시금 등의 다양한 유형의 국민연금이 중복되면서 조정 당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약 15가지 유형의 중복조정이 이뤄진다.

14일 국민연금공단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복 조정된 연금 수급자(수령자)가 15만4488명에 달한다. 1년 새 15.1% 늘었고, 10년 새 세 배가 됐다. 중복 조정된 이후 삭감된 연금을 받다가 숨지거나 연금공단 상담과정에서 아예 빠진 이도 적지 않아 실제 조정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복조정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이모씨는 연금공단 홈페이지에 “본인의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을 중복해서 받게 되는 경우 유족연금 중복지급률 30%를 적용하는 건 매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족의 사망에 따른 생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노후를 보장하기에는 금액이 충분하지 못하다. 수령금액의 최대금액 100만원까지 중복조정을 없애고 유족연금을 전부 지급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국민연금 중복조정 15만명 삭감
지난 10년새 3배로…여성이 77%
공무원연금보다 깐깐하게 줄여
“유족연금 절반 지급해야” 주장

“100만원 안 되면 깎지 말아야”

한 사람에게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이 생겨서 중복 조정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만2909명(전체의 80%)이며 주로 부부간의 ‘사별 삭감’이다. 국민연금 가입 중 또는 연금 수령 중 사망하면 기본연금액(20년 가입한 것으로 가정한 연금액)의 40~60%가 나오는데, 이게 유족연금이다. 전체 국민연금 수령자가 600만 명을 넘고, 부부 수급자가 54만3491쌍으로 느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사별 삭감이라는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부부 수급자는 2년 전보다 무려 43% 늘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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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노령연금-장애연금, 장애-반환일시금, 장애-유족, 유족-유족, 유족-일시금, 분할연금-유족, 분할-장애 등 다양한 형태로 중복으로 삭감된다. 부부가 연금을 받다가 한쪽이 숨지면 어떻게 삭감될까. 경기도에 사는 이모(62)씨의 사례다. 본인은 80만원, 남편은 186만원가량 연금을 받던 중 남편이 최근 숨졌고, 유족연금 111만6000원(남편 연금의 60%)이 생겼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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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선택은 두 가지다. ①유족연금만 받거나 ②본인 연금+유족연금의 30%를 받는 것이다. ①보다 ②(113만4800원=80만+33만4800원)가 약간 많아서 ②를 선택했다. 본인 연금이 사라진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에 사는 최모씨는 국민연금 54만원을 받던 중 남편이 숨지면서 유족연금 82만3420원이 생겼다. 최씨는 유족연금(①)을 택했다. ②(78만7030원)보다 많아서다. 유족연금을 선택하면서 본인 연금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지난해 말 기준 약 2만 명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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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조정되면 평생 연금액이 줄어드는 건 분명하다. 또 남편이 먼저 숨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성이 77%를 차지한다(3월 기준, ②유형 분석). 이렇게 삭감 조정된 후 월평균 연금액이 여성은 44만원, 남성은 58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낸 돈보다 많이 받기도 한다. 앞에서 예를 든 이씨와 남편의 총 보험료는 1억1500만원이고, 중복 삭감 후 이씨가 기대수명(85세)까지 받을 경우 3억4000만원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공단 이숙영 연금사후관리부장은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국민연금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혹시 모를 사망 후 유족의 생계를 안정적으로 도와주고, 장애 등의 위험을 보장하는 장치가 국민연금”이라고 말했다. 원래 배우자가 사망하면 끝이었으나 2007년 유족연금의 20%(지금은 30%) 지급 조항이 생겼다.

공무원-국민연금 부부는 해당 안 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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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조정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최혜영 의원실 박상현 보좌관은 “국민연금 평균액(57만원)이 얼마 안 되는데, 중복이라고 깎느냐”며 “일정 소득 이하는 깎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숙영 부장은 “연금 수급자마다 소득·재산이 다르다. 국민연금이 낮다고 소득·재산이 낮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복조정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유족연금의 30%’를 50%로 올리려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지속해서 발의되지만 처리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연금과 비교하기도 한다. 공무원연금·사학·군인연금은 한쪽이 숨지면 유족연금의 50%를 받는다. 유족연금 자체도 국민연금보다 후하다. 또 공무원-국민연금 부부, 공무원-사학연금, 사학-국민연금 부부는 제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중복돼도 삭감하지 않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공무원·사학연금은 국민연금보다 재정이 더 불안한데도 중복조정이 약하다”며 “국민연금은 많지도 않은데 왜 감액하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다른 나라는 어떤가=스위스·미국은 연금이 많은 것만 지급한다. 프랑스·캐나다는 둘 다 지급한다(상한선 있음). 영국도 그리하지만, 상한선을 넘으면 유족연금의 일부만 받는다. 핀란드는 노령연금 액수에 따라 감액을 달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