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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우주산업 육성 ‘큰 그림’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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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우주 강국 도약 및 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을 선정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을 보면 우주 협력의 전 분야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우주산업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오는 16일 국내에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지난 4월 말 새 정부 인수위원회는 항공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전담기구인 가칭 ‘항공우주청’을 설립하고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항공 부문 포함 여부에 따라 항공우주청, 또는 국가우주청이 될 수 있다. 전담기구의 명칭과 입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미·중·일 등 사업모델 개발 한창
민간주도형 국가전략 서둘러야

과거에 우주 개발은 강대국의 정치·군사·이념적 목적에 의해 정부 주도로 수행됐다. 최근 민간 투자에 의한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를 ‘뉴 스페이스(New Space)’라 부른다. 과거에는 달에 사람을 보내고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것이 국력의 상징이었다. 이제는 국익이 되는 우주 비즈니스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뉴 스페이스는 2010년 전후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60년 이상의 우주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기술 혁신과 막강한 민간펀드를 유치해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우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생태계를 활용해 전 세계 뉴 스페이스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올해 초 기준 미국은 400여 개, 중국 150여 개, 일본 50여 개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200개 이상의 뉴 스페이스 업체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통적인 우주산업은 위성과 발사체 제작 및 발사 서비스, 통신·방송 등 위성데이터 활용으로 국한됐다. 요즘 해외 뉴 스페이스 선도국의 우주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우주궤도 서비스, 우주 광물 채취, 상용 우주정거장 건설, 저궤도 소형 군집위성 구축, 우주여행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 산업 생태계는 어떤가. 민간기업의 기반 기술 부재, 전문인력 부족, 정부출연기관의 개발사업 독점 및 기술이전 제한, 민간기업 자체 투자의 한계 등으로 우주산업 활성화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올드 스페이스 산업화의 부재는 뉴 스페이스 상업화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올드 스페이스 시대 국책연구기관 주도의 우주개발사업이 기업들을 단순 부품공급이나 용역업체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국내 실정에 맞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전환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제한적 상황에서 뉴 스페이스 상업화 육성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우주 거버넌스의 핵심 요소인 국가우주청을 단일 부처 산하가 아닌 범부처를 아우르는 기관으로 설치해야 한다. 위성 활용은 국방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환경부 등 거의 모든 부처가 필요로 하니 위성개발사업 및 활용 정책 중복을 방지하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주청은 국내 뉴 스페이스 산업 육성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우주 안보’도 동시에 고려한 한국형 우주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의 우주시장은 아직 정부 수요에 한정돼 있어 극히 협소하다. 내수만으로 우주산업을 활성화하기엔 한계가 있다. 가격 및 성능 경쟁력을 갖는 우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글로벌 우주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모든 국내 수요에 대해 산업체 주도 개발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우주기반기술 및 혁신기술을 강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뉴 스페이스 상업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출연기관의 기술이전과 지원,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정부 투자 의존에서 탈피해 벤처 자금·사모펀드 같은 민간투자의 활성화와 지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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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