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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가계빚 연착륙 유도하고 규제개혁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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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글로벌 긴축에 각종 악재 겹친 ‘복합 위기’

공포 덮친 금융시장, 위험관리 만전 기해야

금융시장이 ‘긴축의 공포’에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는 이틀 연속 하락하며 2500선이 무너졌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2020년 11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어제 외환시장에선 원화가치도 하락(환율은 상승)하며 한때 달러당 1290원 선까지 밀렸다.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에서 주가가 급락한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14~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논의한다. 당초 시장에선 Fed가 6~7월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을 웃돌면서 Fed가 이달이나 다음 달에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6%(전년 동월 대비)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서두르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미 금리 인상 행진에 시동을 걸었거나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방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발생한 물가 상승에는 금리 인상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대신 금리 인상으로 소비와 투자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세계은행의 경고처럼 저성장과 고물가가 장기간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금리는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때 연 3.6%대까지 뛰어올랐다. 코로나19 직후 초저금리 상황과 비교하면 2년 만에 3%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빚투’(빚내서 투자)로 무리하게 부동산이나 주식을 사들인 가계의 부실 우려가 커졌다. 만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까지 오르면 근로자 가구는 월 소득의 70%를 빚 갚는 데 써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과도하게 불어난 가계부채의 연착륙은 새 정부의 시급한 과제다.

최근 한국 경제에는 여러 가지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밀려오고 있다. ▶미국의 긴축 움직임과 금융시장 불안 외에도 ▶무역과 재정의 ‘쌍둥이 적자’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 차질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경기 침체 우려 등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한마디로 복합 위기가 시작됐다”고 진단한 배경이다. 정부는 이런 위험요소들을 면밀히 관리하면서 경제 위기로 확산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면서 서민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민간 경제주체의 창의와 혁신을 촉진하려면 과감한 규제혁신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