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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3대 악재 쓰나미, 하루 만에 시총 7% 증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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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14일 오전 8시 50분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2930만2000원으로 24시간 전보다 16.17% 하락했다. 3000만원대가 깨진 것은 2020년 12월 29일 이후 약 1년 반 만에 처음이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14일 오전 8시 50분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2930만2000원으로 24시간 전보다 16.17% 하락했다. 3000만원대가 깨진 것은 2020년 12월 29일 이후 약 1년 반 만에 처음이다. [연합뉴스]

암호화폐 시장에 ‘검은 화요일’이 찾아왔다. 14일 하루에만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의 7%인 700억 달러(90조원)가 증발했다.

코인마켓캡 기준 이날 비트코인은 오전 11시 기준 24시간 전보다 18% 하락한 2만1033달러까지 내려갔다. 연중 최대 낙폭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 수준까지 내려온 건 18개월 만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선 3000만원대가 깨졌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넘버2’ 이더리움은 이날 오전11시39분 기준 24시간 전 대비 10% 넘게 하락해 1096달러까지 밀렸다.

이날 암호화폐 가격의 폭락은 전날 저녁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프로토콜인 ‘셀시우스’가 인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촉발됐다. 셀시우스는 트위터를 통해 “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해 지금부터 셀시우스에서 모든 계좌의 인출과 교환, 송금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디파이 프로토콜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은행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이더리움 폭락의 후폭풍으로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셀시우스에서 ‘코인 런(암호화폐 대규모 인출 사태)’이 발생하면서다. 셀시우스는 이더리움을 맡기면 연 18%의 이자를 제공했다. 170만명의 투자자가 몰려 약 80억 달러(10조332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예치했다. 지난달 붕괴한 테라 프로토콜과 같은 구조다.

폭락파는 비트코인 가격

폭락파는 비트코인 가격

셀시우스는 암호화폐 ‘stETH’를 담보로 맡기면 최대 70%의 가치에 해당하는 이더리움을 빌려주는 대출 서비스도 제공했다. stETH는 디파이 프로토콜 ‘리도’가 발행한 암호화폐다. 리도에 이더리움을 예치하면 리도는 이자에 더해 맡긴 이더리움과 1대1 교환을 할 수 있는 stETH를 제공했다.

암호화폐 투자자는 이를 이용해 이른바 ‘풍차 돌리기’ 구조를 만들어냈다. 리도에 이더리움을 맡기고 받은 stETH를 셀시우스에 담보로 제공한 뒤 70% 가치에 해당하는 이더리움을 대출받고, 이를 다시 리도에 맡겨서 stETH를 받는 과정을 반복한 것이다. 한쪽에서 문제가 터지면 위험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구조인 셈이다.

업계에선 이더리움 가격이 추가 하락하면 인출 중단을 선언하는 디파이 프로토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디파이 정보제공업체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디파이 시장의 담보물 가치(TVL)는 약 800억 달러(102조원)이었는데 14일엔 412억 달러(53조원)로 빠르게 줄었다.

셀시우스가 지핀 공포에 기름을 부은 건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다. 바이낸스는 지난 13일 오후 9시쯤부터 약 3시간 비트코인 인출을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바이낸스는 “사소한 하드웨어 오류 때문이며 곧 수정했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느껴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했다.

투자자가 예의주시하는 또 다른 코인은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USDT)’다. 미국 달러와 가치가 1대1(1테더=1달러)로 고정돼야 하지만 테더는 테라 사태 직후인 지난달 7일 0.99달러로 떨어진 뒤 1달러를 회복하지 못했다. 한달 넘게 고정 비율이 깨져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민호 신영증권 크레딧분석 연구원은 “테라 사태 이후 테더가 시가총액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의심하는 투자자가 더 늘었고, 암호화폐 가격 하락 속 상당수가 환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테더에서 대규모 환매가 일어날 경우 제도권의 단기금융시장에까지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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